
[더팩트ㅣ박지웅 기자]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가 금융정보분석원(FIU)으로부터 352억원의 과태료를 부과받았다. 고객확인의무(KYC)와 거래제한의무 등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위반 건수가 860만건을 넘어서면서, 가상자산사업자(VASP) 가운데 최대 규모의 제재를 받은 것이다. 두나무가 네이버와 주식교환을 추진 중인 상황에서 FIU의 제재가 내려지면서, 이번 조치가 협상 속도나 기업가치 평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FIU는 지난 6일 "지난해 8~10월 두나무에 대한 자금세탁방지(AML) 현장검사 결과, 고객확인의무 위반 530만건, 거래제한의무 위반 330만건, 의심거래 미보고 15건 등 약 860만건의 위반 사항이 확인됐다"며 "이에 따라 과태료 352억원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특금법 위반으로 산정한 과태료 중 역대 최대 규모다.
FIU는 두나무가 고객확인 과정에서 신원정보 확인이 불가능한 실명확인증표를 징구하거나, 원본이 아닌 인쇄·복사본 및 재촬영된 사진 파일을 제출받는 등 부실하게 절차를 이행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상세 주소가 공란이거나 무관한 내용으로 기재된 고객을 정상 처리하는 등 KYC를 소홀히 한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
거래제한의무 위반은 약 330만건에 달했다. 두나무는 고객확인 조치가 완료되지 않은 계정의 거래를 제한해야 했지만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의심거래 미보고는 15건이 적발됐다. 자금세탁 가능성이 의심되는 합당한 근거가 있는 경우에는 의심거래 보고를 해야 하는데도, 두나무는 수사기관의 영장 청구 내용과 관련된 이용자의 의심거래에 대해 FIU에 보고하지 않았다.
문제는 이번 제재가 두나무의 향후 경영 전략, 특히 시장의 관심이 집중된 네이버파이낸셜과의 주식교환(지분 맞교환) 논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있다. 양사는 지난 9월부터 포괄적 전략 제휴를 위한 지분 교환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는 두나무의 디지털자산 사업 역량을, 두나무는 네이버의 플랫폼 생태계를 활용한 확장성을 각각 고려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번 제재는 두나무에 대한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두나무의 대외 신뢰도와 기업가치 평가에 일시적 부담이 생기면, 네이버와의 협상 구조나 일정에도 조정이 필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FIU 제재는 직접적인 경영 제약으로 이어지진 않지만, 기업의 이미지와 밸류에이션에는 분명 영향을 준다"며 "딜 자체보다는 협상 속도와 범위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캄보디아 거래소 '후이원 개런티(Hui One Guarantee)'를 통한 국내 거래소들의 가상자산 유출입 규모가 최근 급증하며 자금세탁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FIU의 제재 결과가 나오면서 파장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두나무가 업계 최대 규모의 과태료 처분을 받은 것은 단순한 개별 거래소에 대한 제재를 넘어, 가상자산 시장 전반에 대한 감독 강화와 규제 압박이 본격화됐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번 FIU 제재를 '일시적 행정조치'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한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이번 FIU 제재는 두나무의 고의적 위반이라기보다 AML 시스템을 확충 과정에서 발생한 과도기적 문제로 보인다"며 "단기 충격보다는 오히려 규제 대응 역량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두나무는 지적사항에 대한 재발 방지책을 모두 마련했다고 밝혔다. 두나무 관계자는 "신규 고객 가입 절차에서 KYC 시스템을 전면 고도화해 신분증 사본 판별 솔루션으로 1차 검증을 거친 뒤, 내부 검수 전담 부서가 신분증·신원정보·거래 목적·자금 원천 등 EDD(강화된 고객확인) 정보를 육안으로 전수 검수하는 절차를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황석진 동국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최근 AML 의무가 전반적으로 강화되는 추세에서, 가상자산 거래소 역시 내부통제 체계를 보다 정교하게 갖출 필요가 있다"며 "단순히 형식적인 KYC 절차를 충족하는 수준을 넘어, 관련 자료 관리와 의심거래 보고 체계를 세밀하게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