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장혜승 기자] 8분기 연속 적자가 예상되는 롯데케미칼이 본격적인 체질 전환으로 생존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정부 주도 구조개편에 참여하고 해외에서는 동남아 시장 공략을 위해 약 3년간 추진해온 인도네시아 대규모 석유화학단지 조성 사업을 완료했다. 성장 잠재력이 높은 사업은 자원을 집중시켜 더욱 고도화하고 국내 석유화학사업은 합리화를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2023년 4분기부터 올해 3분기까지 8개 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케미칼은 올해 상반기 총 3715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범용 제품 가격이 낮은 수준에 머물고 국제 유가 강세로 납사 등 원가 부담이 지속된 영향이 컸다.
중국발 공급과잉에 따른 불황도 기업의 목을 짓누르고 있다. 에틸렌과 프로필렌 등 기초 제품 가격은 하락한 반면 생산비 부담은 높아지며 수익성이 크게 악화했다. 전략 컨설팅 회사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지금과 같은 불황이 계속되면 3년 내 국내 석화 기업의 약 50%가 도산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이에 롯데케미칼은 승부수를 던졌다. 석유화학 산업에서 신흥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는 동남아 지역의 시장지배력 강화를 위해 인도네시아에 대규모 석유화학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을 계획했다. 프로젝트명은 롯데케미칼 인도네시아 뉴 에틸렌(LOTTE CHEMICAL INDONESIA New Ethylene Complex)의 앞 글자를 따서 '라인(LINE)'으로 정했다.
라인 프로젝트는 총 39억5000만 달러를 투입해 110ha(약 33만평) 부지에 2022년부터 착공에 들어가 지난 5월 완공했다. 목표했던 2025년 상업생산을 개시하며 인도네시아 정부와의 신뢰도 구축했다. 이곳에서는 연간 에틸렌 100만톤, 프로필렌 52만톤, 폴리프로필렌 35만톤, 부타디엔 14만톤, BTX(벤젠·톨루엔·자일렌) 40만톤 등 다양한 석유화학제품을 생산한다.

현지시각 6일 인도네시아 반텐주 찔레곤시에서 인도네시아 자회사인 롯데케미칼 인도네시아(LOTTE Chemical Indonesia, 이하 LCI) 준공식을 개최했다. 현지 첫 납사분해시설(NCC)로 석유화학 산업이 연평균 5%대 성장률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인도네시아에서의 수익 확대가 기대된다.
인도네시아 내수 시장은 지난해 에틸렌 기준으로 현지 자급률이 44%에 불과해 수입 의존도가 매우 높다. 지난달부터 상업생산을 개시한 LCI가 제품 생산량의 대부분을 인도네시아 내수 시장에 공급하면 현지 석유화학 기업들의 수입 의존도가 점차 완화돼 에틸렌 자급률을 최대 90%까지 끌어 올릴 것으로 분석된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준공식 축사를 통해 "에틸렌, 프로필렌 등 주요 석유화학제품을 생산하며 약 20억 달러 규모의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인도네시아의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도 지난 2분기 실적발표에서 "손익분기점(BEP)에 도달하는 시점은 예단하기 어렵지만 현지 수요처 발굴과 제품 협력을 추진하고 있으며 고수익 제품을 판매해 수익성을 제고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한편 국내에서는 정부 주도 구조조정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충남 대산 산업단지에 위치한 롯데케미칼은 같은 산단에 위치한 HD현대케미칼과 석유화학 설비를 통합하는 내용의 사업 재편안을 논의 중이다. 롯데케미칼이 대산 공장의 나프타분해시설(NCC) 등을 현물출자 방식으로 HD현대케미칼에 이전해 설비를 통합하고, HD현대케미칼은 현금출자를 통해 합작사를 세우는 방식이다. 합작사의 지분은 양사가 비슷하게 재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성장 잠재력이 높은 동남아 지역을 적극 공략해 글로벌 석유화학 산업 내 시장지배력 강화와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동시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며 "국내 석유화학사업은 합리화를 지속하고 첨단소재, 정밀화학 등 스페셜티 소재의 확대전략 역시 지속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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