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김정산 기자] 저축은행이 모임통장 사업에 착수했지만, 흥행 여부를 놓고 업계의 시각이 엇갈린다. 실적 회복 조짐이 나타나는 가운데 모임통장이 포트폴리오 다변화 방안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단 시각이 나오는 한편, 아직까지 은행권과 경쟁은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있다.
6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IBK저축은행은 'IBK 모임통장'을 출시했다. 저축은행중앙회가 아이통장과 법인통장, 모임통장 등 신규 시스템 진출 발판을 마련하자 발빠르게 사업에 착수했다. 아직 전국 저축은행 79곳 중 모임통장을 운영하는 곳은 IBK저축은행과 오성저축은행 두 곳이지만 시행 초기 단계인 만큼 점차 신규 사업자가 늘어날 것이란 관측이다.
IBK저축은행은 모임통장 금리를 예치 잔액별로 차등 적용했다. 예치금 1억원 이하는 연 2.5% 금리를 제공하며 10억원 이하는 연 1.5%, 10억원 초과분에는 연 0.1%를 지급한다. 예치금이 1억원 아래라면 기본 금리 기준 △카카오뱅크(연 0.1%) △토스뱅크(0.1%) △케이뱅크(연2.0%) 대비 높은 수준이다. 그간 인터넷은행이 모임통장을 주도적으로 출시해 운영해왔던 만큼 금리 경쟁력을 높인 것으로 풀이된다.
IBK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중앙회 전산 시스템에서 모임통장 기능이 가능해지자 고객 편의성과 접근성 강화를 목표로 선제적 출시를 검토했다"고 설명했다. 출시 초기인 만큼 별도의 모니터링을 진행하면서 가입자를 늘려나가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홍보는 SB톡톡 앱 배너와 푸시 알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업계도 모임통장 진출에 긍정적인 분위기다. 그동안 자금의 90% 이상을 정기예금으로 조달해온 만큼, 예·적금 외 수신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는 평가다. 또한 아직까지 저축은행이 정기적금에 연 3~6% 수준의 금리를 적용하고 있어 조달 부담을 줄이면서도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한 번에 여러 고객에게 기업을 홍보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특히 저축은행이 디지털전환 과정에서 MZ세대 유입을 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만큼 전략 방향과도 맞닿아 있다. 생활금융 영역에서 젊은층과의 접점을 넓히고 상표 가치를 제고할 수 있는 창구 역할을 하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모임통장 참여율이 지나치게 저조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통상 신규 사업은 참여 희망 업체를 모집한 뒤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신규 사업자가 단 두 곳에 그치면서다. 그마저도 오성저축은행의 경우 모임통장 금리를 연 0.1%로 책정했다. 현실적으로 인터넷 은행과 금리 경쟁이 불가능할뿐더러 상표가치도 떨어지는 만큼 실질적인 경쟁은 IBK저축은행이 도맡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저축은행중앙회는 이번 제도가 일선 저축은행의 신규 사업 진출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는 데 초점을 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먼저 시스템을 마련하고 개별 저축은행의 참여를 유도하는 방식을 택했다는 것이다.
향후 저축은행 차원의 적극적인 홍보가 모임통장 흥행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인터넷은행이 편의성과 선제진입효과를 바탕으로 시장의 판을 키웠다면, 이제는 본격적인 금리 경쟁이 불가피해졌다는 관측이다. 특히 저축은행이 높은 예금금리를 필두로 인공지능(AI) 등을 활용한 공동자금 관리 서비스 등까지 확대하면, 자금 이동을 이끌 가능성도 적지 않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금융권에서 '최고의 마케팅은 고금리'는 변하지 않는 공식이다"라며 "맨 처음 파킹통장이 등장했을 때도 회의적인 시선이 적지 않았고 실효성에 관한 논란도 있었지만 문제 없이 운영중이다. 모임통장 사업에 뒤늦게 진출했지만, 금리 경쟁력을 높여 신규 유입을 견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연내 전방위적인 확산 여부는 미지수다. 저축은행 대출 취급량이 크지 않은 만큼 급하게 자금을 끌어모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아울러 올해 저축은행이 경영기조를 긴축과 비용절감에 무게을 실은 만큼 지나치게 고금리 마케팅을 장기적으로 이끌어가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한동안 저축은행권의 관망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모임통장의 흥행과 시장 안착 여부를 지켜보겠다는 셈법이다. 자금 포트폴리오 다변화 측면에서 긍정적 효과가 기대되지만, 정기예금을 제외하면 조달 비중이 여전히 제한적이다. 저축은행 모임통장이 입소문을 타며 확산될 경우 금리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인지도를 높이는 과정에서 은행권과의 경쟁 부담 역시 만만치 않다.
또 다른 저축은행 관계자는 "시장이 자리 잡기 위해선 전방위적인 참여가 필요한데 업황이 나쁘다보니 선뜻 시도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라며 "유지, 관리 비용은 뒤로 하더라도 상표 가치 제고 기간이 미지수인 만큼 시장을 주시하는 기간은 길어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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