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장혜승 기자] 공급과잉으로 위기에 처한 국내 석유화학업계의 사업재편이 가시화되고 있다. 충남 대산 산업단지의 시설 통폐합 합의가 본격화되면서 이를 기점으로 구조개편의 속도를 낼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5일 업계에 따르면 대산 산업단지에 위치한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의 구조개편 초안이 정부에 제출됐다.
문신학 산업통상부 제1차관은 3일 세종에서 열린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대산 석화단지의 경우 HD현대케미칼과 롯데케미칼이 초안을 만들어서 제출한 것이 맞다"며 "석화 구조 개편이 산업부·업계 간 협의와 관계 부처 간 협의 등 '투 트랙'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업 간 자율 협약 뒤에는 금융위원회를 중심으로 협약식을 별도로 하게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양사는 석유화학 설비를 통합하는 내용의 사업 재편안을 논의 중이다. 롯데케미칼이 대산 공장의 나프타분해시설(NCC) 등을 현물출자 방식으로 HD현대케미칼에 이전해 설비를 통합하고, HD현대케미칼은 현금출자를 통해 합작사를 세우는 방식이다. 합작사의 지분은 양사가 비슷하게 재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석유화학 산업의 구조개편을 촉구하며 제시한 '선(先) 자구 노력, 후(後) 지원' 원칙에 따른 것이다. 정부와 업계는 지난 8월 나프타분해시설(NCC) 생산능력 25% 감축을 뼈대로 하는 산업계 사업 재편 자율 협약을 맺었다. 업계는 연말까지 강력한 자구 노력이 포함된 사업 재편안을 정부에 내기로 했다. 정부는 사업 재편 계획을 내놓은 기업에 한해서만 금융 및 세제 지원 등을 제공하는 '선 자구 노력, 후 지원' 방침을 밝혔다.

기업들 간 이해관계 차이로 구조조정이 속도를 내지 못하자 정부는 기업을 압박하고 나섰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4일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일부 산단과 기업의 사업재편이 여전히 지지부진해 업계의 진정성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시장이 예의주시하고 있는 만큼 모든 산단과 업계가 '속도전'을 펼쳐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연말까지가 '골든타임'"이라며 "업계가 이번 골든타임을 허비한다면 정부와 채권금융기관도 '조력자'로만 남기는 힘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에틸렌 생산 규모가 가장 큰 여수 산단은 LG화학이 GS칼텍스 측에 여수NCC를 매각하고 합작회사를 설립해 NCC를 통합 운영하자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LG화학은 지난달 31일 컨퍼런스콜에서 "국내 정유사와 협업 모델을 발굴하는 등 상호 시너지 창출 방안을 치열하게 논의 중"이라며 "이를 통해 원료 구매 경쟁력 강화와 비용 절감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논의 결과에 따라 일부 설비 감축 효과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의 통합 움직임으로 본격적인 구조개편의 속도를 낼 수 있을 거라 본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구조개편안을) 제출하지 않으면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하는데 '도산'이냐 '사업재편'이냐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며 "이번 양사 통합은 그동안의 물밑 작업이 수면 위로 드러난 첫 사례인 만큼 앞으로 기업 간 구조개편이 가시화되는 사례가 많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는 12월 안에 석유화학 구조조정 최종안을 발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속전속결' 체질개선을 하지 않으면 석유화학 산업 전체가 도태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발로했다. 전략 컨설팅 회사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지금과 같은 불황이 계속되면 3년 내 국내 석화 기업의 약 50%가 도산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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