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미 재무부와 영국 정부가 캄보디아 기반 프린스그룹을 초국가적 범죄조직(TCO)으로 지정하고 동시다발 제재에 착수했다. 우리나라에선 국정감사를 통해 국내 은행의 프린스 관련 거래가 2146억8600만원으로 재집계됐고, 그 중 전북은행이 '최다 거래'라는 지적이 이어진 가운데 12월 임기 만료를 앞둔 백종일 전북은행장 3연임의 변수가 부상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지난달 14일(현지시간) 프린스그룹을 TCO로 규정하고 146개 대상을 한꺼번에 제재했다. 금융범죄단속망(FinCEN)은 캄보디아 금융복합체 후이원 그룹을 미국 금융시스템에서 차단하는 최종 규칙을 확정했다. 영국 정부도 같은 날 프린스 관련 법인·개인을 인권제재 명단에 올렸다.
이번 조치의 직접적 배경은 강제노동 사기 컴파운드에서 벌어진 가짜투자 유인 사기로, 미 법무부는 천즈 프린스 회장을 전신사기·자금세탁 공모 혐의로 기소했다. 아울러 재무부는 그가 소유한 12만 7271 BTC(약 150억달러 규모)를 몰수했다.
국내 파장은 국감장을 거치며 커졌다. 최근 국정감사에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 은행 5곳(전북·KB국민·신한·우리·iM뱅크)은 프린스그룹과 2146억8600만원 규모의 금융 거래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전북은행이 1252억800만원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이어 국민은행 707억8800만원, 신한은행 77억900만원, 우리은행 70억2100만원, 그리고 아이엠(iM)뱅크 해외송금 39억6000만원 순이었다.
현재 프린스 관련 예치자금 911억7500만원은 국제 제재에 따라 은행 자체 동결 상태다. 또한 전북은행은 후이원 그룹의 2018년 개설 당좌예금 1건을 보유하고 있었던 사실도 확인됐다.
업계 안팎에선 전북은행의 '최다 거래'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각에선 프린스·후이원과의 거래 보유 사실 자체가 해외법인 고객확인(KYC)·고객확인절차(EDD)의 실효성을 시험대에 올렸다고 지적한다. 캄보디아 현지법인·프로젝트 금융을 운영해 온 국내 은행권 전반에 대해 거래상대방 위험 재점검과 국제제재 준수체계 보강 요구가 커졌다는 해석이다.
정책당국의 대응 시나리오도 주목된다. 국내 은행들과 프린스그룹과의 금융거래가 드러나면서 최대 규모 거래처인 전북은행은 금융당국의 추가적인 고강도 조사를 받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정치권은 금융당국에 전수검사와 제재 대상 지정 검토를 요청하기도 했다. 실제 국내 은행권은 해외 CP·예치금·보증·외환거래 전반에 걸쳐 제재 스크리닝 재점검과 거래중단·해지 조건을 상시 업데이트하고 있다. 업계에선 대손·평판 리스크(AML 제재 리스크 포함)를 반영해 해외법인 KPI·보너스 구조에 KYC/EDD 적합성 비중을 높이는 움직임이 확산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눈에 띄는 부분은 전북은행 지주회사인 JB금융그룹의 글로벌 사업이 캄보디아 법인 수익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상반기만 봐도 순이익 중 캄보디아 법인이 250억원(90.70%)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미얀마 법인 15억원(5.44%), 베트남 법인 11억원(3.87%)이었다. 이번 제재 리스크로 인해 JB금융 전체의 실적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번 사안은 지배구조·연임 이슈로도 번지고 있다. 전북은행은 백종일 행장 임기가 12월 만료를 앞둔 가운데 국감 논란의 파장과 제재 리스크 관리 능력이 3연임 심사 변수로 거론된다.
백 행장은 JB금융 주요 계열사 CEO를 역임하며 '경영전문가'로 불린다. 2015년 전북은행에 합류해 5년간 부행장직을 지냈고 2019~2020년 JB자산운용 대표이사를 거쳐 2021~2022년 전북은행의 자회사인 캄보디아 프놈펜상업은행(PPCBank) 행장을 지냈다.
백 행장은 PPCB 행장 시절의 실적을 기반으로 전북은행장에 올랐으나 해당 시기 프린스그룹과의 대규모 거래가 집중됐다는 점에서 경영 책임론까지 거론된다. 국회 자료에 따르면 거래는 지난 2019년 12월부터 올해 9월 말까지 51건, 총 거래액은 누적 1252억8000만원에 달했다는 점에서다.
금융권 관계자는 "사실관계·법규 준수 여부, 동결·보고·차단 등 사후조치의 적정성과 재발방지 체계가 핵심 평가 잣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건전성 역시 연임에 발목을 잡는 요인이다. 올해 2분기 전북은행 연체율은 1.58%로 지난해 말(1.09%) 대비 0.49%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국내은행 원화 대출 연체율과 비교하면 1.00%포인트 이상 높은 수준이다.
정부의 금융권을 향한 '이자 장사' 경고에도 역행하고 있다. 은행연합회 예때금리차 공시에 따르면 올해 1~6월 전북은행 신규 취급액 기준 가계 예대금리차(정책서민금융 제외)는 △1월 5.33%포인트 △2월 8.45%포인트 △3월 7.17%포인트 △4월 7.29%포인트 △5월 6.30%포인트 △6월 5.94%포인트 등이다. 시중은행 가계 예대금리차가 2%대인 것에 비해 두 배 이상 높다.
한편, 프린스그룹 관련 형사·민사 절차는 장기전이 예상된다. 미 법무부는 브루클린 연방법원에서 천즈 기소와 몰수 소송을 동시에 진행 중이며, 영국·캄보디아 당국과의 공조도 언급했다. 압수 대상 BTC 12만7271개는 미 정부 관리 하에 있으며, 몰수 확정까지는 소유권 다툼과 피고인 신병 문제에 따라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