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황준익 기자] 서울시가 성동구 성수전략정비구역 1지구(이하 성수1지구) 실태조사 결과 "조합 운영상 문제없다"는 결론을 내렸지만 조합원들의 불신은 여전하다. 조사의 핵심이었던 조합장·시공사 유착과 배임 의혹은 빠진 채 마무리됐기 때문이다. 일부 조합원들은 투명한 시공사 선정을 요구하며 조합장 해임 추진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5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성동구청은 지난달 말 서울시에 의뢰한 성수1지구 조합운영 실태점검 결과를 조합에 통보했다.
지난 9월 말 성동구청은 성수1지구에서 논란이 되고 있던 △조합장의 마감 자재 하향을 통한 배임 의혹 △조합간부와 특정 시공사의 부적절한 개별접촉과 유착 △시공사의 금품 제공 △조합원의 명의 도용 댓글 게시 등 조합원들이 제기한 각종 의혹에 대해 서울시에 실태조사를 의뢰했다.
이에 서울시는 지난달 말 조합운영 실태조사를 마치고 "조합 운영상 중대한 위법사항은 발견되지 않았다"며 조사를 마무리했다.
문제는 조합원들이 지적해 온 조합장의 마감 자재 하향 조정 및 업무상 배임 의혹과 특정 시공사와의 개별접촉 및 유착 의혹에 대한 조사결과는 빠졌다는 점이다. 특히 조합장 배임 의혹은 조합원 재산권과 직결되는 사안이다.
또 서울시는 특정 건설사(GS건설) 직원이 대의원에게 사은품 등을 제공하며 대의원회 상정안건 부결을 요청한 행위는 '입찰참가 무효'로 판단했지만 조합장과 건설사 관계자의 식사 자리는 '개별홍보에 해당하지 않음'으로 결론을 내렸다.
서울시 공공지원 정비사업 시공자 선정기준에는 '건설업자 등의 임직원, 시공자선정과 관련해 홍보 등을 위해 계약한 용역업체의 임직원 등은 조합원 등을 상대로 개별적인 홍보를 할 수 없으며 홍보를 목적으로 사은품 등 물품·금품·재산상의 이익을 제공하거나 제공을 약속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 이 같은 행위가 1회 이상 적발된 경우 입찰 참가는 무효로 본다.
한 성수1지구 조합원은 "서울시 실태조사 결과에는 조합장 개인 비리 문제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며 "입찰자격을 박탈하면 행정소송 등 법적 다툼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을 우려한 봐주기식 실태조사"라고 지적했다.
정비업계에선 "입찰 진행 후 사적인 만남을 가졌는데도 아무런 조치가 없다면 서울시 스스로 공공지원 정비사업 시공사 선정기준이 의미 없다는 것을 방증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마감 자재 하향 조정은 법적으로 문제점이 없다고 봤다"며 "우리는 입찰에 관한 것만 조사했고 조합장 배임 의혹의 경우 수사 의뢰가 됐기 때문에 조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올해 하반기 정비사업 최대어로 꼽히는 성수1지구는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갈등을 빚고 있다. 일찌감치 대형 건설사들이 수주 의사를 밝혔는데 조합의 입찰 지침이 까다로워 경쟁입찰을 제한한다며 우려를 표하면서다. 일부 조합원들도 특정 시공사를 위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앞서 조합은 △조합원 로열층 우선분양 제안 금지 △입주 시 프리미엄 보장 제안 금지 △조합원 분양가 할인 제시 금지 △과도한 입찰자격 무효 및 자격 박탈 △과도한 책임준공 의무 강제 △개별 조합원 담보가치 총액 이내에서만 이주비 제안 △대안설계 등 플러스 아이디어 제안 금지 △조합 입찰안내서와 시공사 입찰제안서 상충 시 조합의 임의 결정 등을 입찰지침서에 포함했다.
이를 두고 건설사들이 지침 수정을 요청해왔다. 현재 성수1지구는 GS건설, 현대건설, HDC현대산업개발이 사업 추진 의사를 밝혔다. GS건설이 성수1지구에 가장 오랜 시간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은 조합의 입찰 지침이 경쟁입찰을 제한한다며 우려를 표했다. 결국 지난 8월 열린 현장설명회에 두 건설사는 참여하지 않았다.
이에 경쟁입찰을 원하는 대의원들은 일부 조항의 삭제 및 수정을 요구했다. 조합은 지난달 4일 대의원회에서 입찰 지침 완화 여부를 논의했지만 부결됐다. 다만 조합은 대의원회를 개최하게 된 조합원 발의내용을 수정 반영해 재입찰공고를 내기로 했다. 다만 이와는 별개로 조합 내부에서는 조합에 대한 불신이 쌓이고 있다. 일부 조합원 중심으로 조합장 및 이사(2명) 해임총회 소집요구 발의서를 받고 있다.
이들은 조합장이 △특정마감재(주방가구 상판 등)의 종류 및 업체명을 이사회 회의 때와 다른 종류 및 업체로 변경해 대의원회 회의자료에 반영 △제22차 대의원회 개최 전 외부 인력을 동원해 대의원회 '부결' 유도 △특정시공사가 '부결'을 청탁하기 위해 대의원 개별접촉 행위가 적발됐음에도 적법한 조처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한 조합원은 조합장이 이사회에서 확정된 마감재 일부를 특정 업체 제품으로 바꿔 대의원회에서 통과시켰다는 '업무상 배임'을 주장하며 고발했다.
이 조합원은 "GS건설이 마감재 및 입찰지침서를 조합장의 묵인하에 주도적으로 변경했다는 정황 증거도 있다"며 "공사비 변경 없이 마감재 바꿔치기로 조합원들은 시공사 선정 전부터 손해를 보고 시작하게 됐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조합이 입찰지침서를 만들 때 공청회 등을 통해 조합원들의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며 "입찰지침서가 나온 이후 상황에 따라 경쟁입찰과 조합장 해임 등을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조합 관계자는 "현재 입찰지침서 만드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시공사 선정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성수1지구는 지하 4층~지상 69층, 17개 동, 3014가구로 탈바꿈한다. 사업 규모가 가장 큰 데다 서울숲 인근, 압구정 접근성 등 입지가 우수하다. 일반분양 비율이 높아 사업성이 좋다는 평가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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