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황지향 기자] 국내 완성차 업계의 친환경차 판매가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올해 들어 3분기 만에 전체 판매의 40%를 넘어선 데 이어 연내 누적 판매 50만대 돌파도 유력하다. 하이브리드와 전기차가 함께 성장하며 내수 시장의 전동화 전환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4일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올해 1~3분기 현대차·기아·제너럴 모터스 한국사업장(한국GM)·르노코리아·KG모빌리티(KGM) 등 5개 사의 친환경차 판매는 41만7838대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1% 늘어난 수치로 이미 작년 한 해 판매량(45만7321대)의 90%를 넘어섰다. 전체 내수 판매(103만6912대) 가운데 친환경차 비중은 40.3%로 역대 최고 점유율을 달성했다.
이에 올해 친환경차 판매는 작년 실적을 넘어 처음으로 50만대 돌파가 유력하다. 완성차 업계는 연말 신차 출고 물량이 더해지면 역대 최대 판매 기록을 새로 쓸 것으로 예상한다.
세부적으로 보면 하이브리드 차량이 30만9529대로 25% 늘었으며 3분기 만에 30만대를 넘긴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전기차는 10만3371대로 49% 증가하며 성장을 이끌었다. 전기차 역시 처음으로 3분기 만에 10만대 판매를 돌파해 지난해 연간 실적(9만2428대)을 일찌감치 넘어섰다.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는 소폭 증가세를 보이며 시장 내 틈새 수요를 사로 잡고 있다. 하이브리드의 꾸준한 인기가 내수 친환경차 성장의 기반을 다졌고, 신형 전기차 출시가 판매세를 견인했다는 분석이다.
EV5·EV4 등 전기차 라인업 확대와 중국 BYD 등 신흥 브랜드의 진출이 소비자 선택 폭을 넓혔고, 정부의 보조금·인프라 정책 변화 및 연비 중시 트렌드가 맞물리면서 수요 증가 흐름이 관측되고 있다. 특히 현대차·기아의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부문에서는 하이브리드 모델 비중이 의미 있게 상승해 내연기관 모델 대비 선택 폭이 점차 확대되는 모습이다.

현대차 팰리세이드는 올해 9월까지 가솔린 모델이 1만8005대 판매됐지만, 지난 4월부터 판매된 하이브리드 모델은 2만6930대로 가솔린을 크게 앞질렀다. 기아 카니발 역시 같은 기간 가솔린 모델 2만6524대, 하이브리드 모델 3만5945대로 하이브리드가 주력으로 자리 잡았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등록된 친환경 신차 중 하이브리드 부문에서는 기아 '쏘렌토'가 전체 1위를 차지했다. 수입차 부문에서는 렉서스 'ES'가 가장 많이 판매되며 일본 브랜드의 하이브리드 강세가 이어졌다. 전기차에서는 테슬라 '모델 Y'가 전체 1위에 올랐고, 국산차 중에서는 기아 'EV3'가 가장 높은 인기를 기록했다.
브랜드별로 보면 국산차 부문에서는 기아가 친환경 신차 등록 1위를 기록하며 국내 전동화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했다. 수입 브랜드 중에서는 테슬라가 압도적인 점유율로 전기차 시장의 리더십을 이어가고 있다. 수소전기차는 현대차 '넥쏘'가 사실상 유일한 시판 모델로 올해 9월까지 약 4000대가 새로 등록됐다.
업계는 이러한 흐름이 시장의 중장기적 전환 신호로 보고 있다. 하이브리드가 내연기관과 전기차의 '과도기적 중심축'으로 자리 잡는 가운데 전기차 보급이 본격화되면 내수 시장 구조가 재편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친환경차 판매가 50만대를 돌파하면 국내 자동차 시장이 전동화 중심으로 재편되는 흐름이 더 뚜렷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다만 기술 발전 속도와 소비자 수요를 감안하면 일정 기간 하이브리드 중심의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고, 내연기관과 전기차가 병존하는 시장 구조도 당분간 유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hyang@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