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황지향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올해 4분기 이후 수익성 반등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한미 간 관세 협상 타결로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신차 효과와 원가 절감 노력이 본격화하면서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올해 3분기 연결재무제표 기준 매출액 46조7214억원, 영업이익 2조537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8.8% 증가하며 역대 3분기 기준 최대치를 경신했지만, 영업이익은 29.2% 감소했다. 영업이익률도 작년 동기보다 2.9%포인트 낮아진 5.4%로 나타났다.
현대차는 3분기 관세 영향으로 영업이익이 약 1조8212억원 줄어든 것으로 파악했다. 2분기(약 8280억원) 대비 감소폭이 두 배 이상 커진 셈이다. 관세 부과 전 확보해 둔 재고 물량이 소진되면서 3분기에는 관세 부담이 실적에 본격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기아는 올해 3분기 매출액 28조6861억원, 영업이익 1조4622억원, 당기순이익 1조4225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8.2% 증가했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49.2%, 37.3% 감소했다. 역대 3분기 최대 매출을 달성했지만 본격 반영된 미국 관세 영향으로 수익성은 크게 악화됐다.
김승준 기아 재경본부장은 "3분기는 관세 영향이 본격적으로 반영된 분기였으며, 중국 업체의 진출 확대 등 대외 변수도 컸다"며 "하이브리드·전기차 비중 확대와 고부가가치 차종 판매 증가로 매출은 성장했지만, 관세 영향만으로 약 1조2000억원의 이익 후퇴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이 직면했던 관세 부담은 4분기 이후 상당 부분 완화될 전망이다. 한미 관세 협상 타결에 따라 빠르면 11월 중, 늦어도 12월이나 내년 초부터는 기존 25%에서 15%로 낮아진 관세가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는 내년부터 관세 부담이 크게 줄며 수익성과 가격 경쟁력 모두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올투자증권은 관세 협상 타결로 현대차와 기아가 연간 각각 2조4000억원, 2조원 등 총 4조4000억원을 아낄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삼성증권은 현대차의 관세 비용이 올해 3조1000억원에서 내년 2조3000억원으로 약 7800억원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나이스신용평가도 "25% 관세가 유지될 경우 현대차·기아의 연간 부담액은 약 8조40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며 "15%로 인하될 경우 약 5조3000억원으로 3조원가량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현대차는 관세 인하에 따른 불확실성 해소와 함께 전사 차원의 원가 절감을 병행하고 있다. 이승조 현대차 재경본부장은 "비가격적 요소를 통해 관세 영향을 받는 금액의 60%를 만회하고 있다"며 "연간 7000억원 이상의 경상 예산을 절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신차와 양산차 모두 원가 절감 노력을 강화하고, 하이브리드 원가 경쟁력 확보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현대차는 4분기 미국 시장에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를 출시하고, 현지 생산 확대를 검토 중이다. 이 본부장은 "신차 출시가 이어지는 골든 사이클에 진입했다"며 "수익성이 높은 차종 중심으로 믹스 개선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기아도 하이브리드·전기차 중심의 판매 전략을 유지한다. 4분기 EV5와 내년 초 EV2로 이어지는 대중화 전기차 풀 라인업을 완성하는 동시에 내년 초 텔룰라이드와 셀토스의 하이브리드 신규 라인업을 추가해 서유럽과 미국 선진 시장을 중심으로 수요와 규제 변화에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김승준 본부장은 "제품 부가가치 개선도 계속 이뤄지고 있고, 기존의 강점인 고정비 절감·원가 절감 노력이 효율적인 비용 통제로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이 같은 전략은 관세 부담 완화와 맞물려 실적 개선의 모멘텀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다만 전년 무관세 시점과 비교할 경우 수익성 회복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과 교수는 "25%에서 15%로 관세가 인하되며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되지만, 실적 평가는 전년 대비 기준이기 때문에 수익성 저하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지난해 무관세였던 상황에서 올해 15% 관세가 부과되면 매출이 유지되더라도 수익률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일본은 12.5% 인상에 그친 반면 한국은 15%로 높아 상대적 경쟁력 측면에서도 불리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15% 관세로 인해 현대차그룹의 연간 수익이 약 6조원가량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며 "관세 인하는 완화 효과일 뿐 본질적으로는 전년 무관세 기준 대비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한 구조"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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