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황지향 기자] 기아가 미국 관세 부담이 본격화된 3분기에도 글로벌 판매 확대와 하이브리드·전기차 성장세에 힘입어 분기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수익성은 관세와 환율 영향으로 하락했지만, 내년 전동화 라인업 확대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기아는 올해 3분기 연결재무제표 기준 매출액 28조6861억원, 영업이익 1조4622억원, 당기순이익 1조4225억원을 기록했다고 31일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8.2% 증가했지만,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49.2%, 37.3% 감소했다. 경상이익은 1조8868억원으로 41.6% 줄었다. 판매량은 78만5137대로 2.8% 늘었다.
3분기 판매는 국내 13만8009대, 해외 64만7128대로 집계됐다. 국내는 쏘렌토·카니발 중심 RV 판매 증가와 EV4 신차 효과로 10.2% 확대됐다. 해외는 미국 하이브리드(HEV) 수요 강세를 중심으로 북미·아태·중남미에서 증가했다. 서유럽은 슬로바키아 공장 전동화 전환에 따른 일부 모델 단산과 한시적 생산 조정으로 감소했고, 인도는 세제 인하를 앞둔 대기수요 영향으로 줄었다.
매출은 친환경차 확대와 고부가 차량 비중 증가에 따른 대당판매가격(ASP) 상승으로 증가했다. 매출원가율은 미국 관세 영향으로 81.1%(+4.3%p), 판매관리비율은 판매보증비·R&D 증가로 13.8%(+1.5%p)를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5.1%다.
친환경차는 전년 대비 32.3% 늘어난 20만4000대로, 전체 판매의 26.4%를 차지했다. 유형별로 하이브리드(11만8000대)는 40.9% 증가했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1만7000대)는 2.6% 감소했다. 전기차는 7만대로 30.0% 늘었다. 시장별 친환경차 비중은 국내 47.1%(전년 동기 40.7%), 서유럽 46.0%(39.8%), 미국 24.6%(18.3%)로 각각 상승했다.
3분기 영업이익 감소는 미국 관세의 직접적 영향이 컸다. 기아는 약 1조4000억원의 이익 후퇴 중 1조2000억원이 관세에 따른 것으로 추정했다. 여기에 환율 급등으로 인한 외화 품질보증 충당금 증가가 더해지며 수익성이 일시적으로 악화됐다.
기아는 4분기 관세 인하 효과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3분기와 비교해 부담이 크게 줄지는 않겠지만, 일부 완화될 가능성은 있다는 판단이다. 11월 1일 자로 인하된 관세가 소급 적용되더라도 기존 재고에는 이미 25%가 부과돼 실제 영향은 12월 판매 물량부터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함께 4분기에도 미국 시장의 견조한 수요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하이브리드 중심의 산업 수요가 유지되는 가운데 스포티지·카니발 등 주력 차종의 하이브리드 공급 확대를 통해 수익성을 방어한다는 방침이다. 유럽은 EV4·EV5·PV5 등 신차 투입으로 전기차 라인업을 강화하고, 인도는 세제 인하 이후 대기수요 해소에 맞춰 클라비스 EV와 셀토스 완전변경 모델로 반등을 노린다.
기아는 내년 초 텔룰라이드·셀토스 하이브리드 신규 라인업을 추가하고, 저가형 전기차 'EV2'를 선보여 전기차 풀라인업을 완성할 계획이다. 미국·유럽 등 주요 시장의 규제 변화에 맞춰 유연한 생산 운영 체계를 가동하고, 원가 절감과 내부 효율성 제고를 병행해 외부 변수에 흔들리지 않는 수익 구조를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김승준 기아 재경본부장은 이날 열린 콘퍼런스콜에서 "판매 성장은 지속되고 있고, 제품 부가가치 개선과 함께 고정비·원가 절감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며 "4분기에도 미국 산업 수요가 견조하게 유지되고, 하이브리드 관련 수요 강세가 강하게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EV4·EV5·PV5가 본격적으로 인도될 예정이고 내년 초에는 저가형 전기차 EV2가 진출할 계획"이라며 "이 같은 전동화 확장을 통해 내년에 올해보다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관세 등 외부 요인뿐 아니라 예상치 못한 리스크가 또 생길 수 있지만, 이에 주저앉지 않고 내부 체질 개선과 원가 절감 노력을 강화하겠다"며 "외부 환경 변화에도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구조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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