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길 먼 저축은행 양극화 해소…업권간 M&A '첩첩산중'
  • 김정산 기자
  • 입력: 2025.11.03 00:00 / 수정: 2025.11.03 00:00
"예금자보호 1억 시대'…중소형 저축은행, '위태'
대형사 실적 회복세 지속 '빈익빈 부익부' 가속

대형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실적을 회복하고 있지만 지방 중소형사는 여전히 지지부진한 흐름이다. /저축은행중앙회
대형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실적을 회복하고 있지만 지방 중소형사는 여전히 지지부진한 흐름이다. /저축은행중앙회

[더팩트ㅣ김정산 기자] 대형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실적을 회복하고 있지만 여전히 중소형사를 중심으론 생존 활로를 찾는 분위기다. 대형화를 통한 체질개선의 목소리가 요구되고 있지만 업권 인수합병(M&A)은 지지부진한 흐름이다.

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전국 저축은행 79곳의 합산 당기순이익은 2570억원이다. 지난 1분기에 이어 연이어 흑자 달성에 성공했다.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비율은 각각 1.47%포인트(p), 1.10%p씩 감소하면서 건전성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인낸싱(PF) 공동 매각 등 부실채권을 털어낸 영향인데 영업 환경이 개선되는 시기까진 보수적인 영업 행보를 지속하겠단 방침이다.

2분기 실적만 놓고 보면 총 213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주요 저축은행 5곳(SBI·OK·웰컴·한국투자·애큐온저축은행)의 합산 순이익은1587억원으로, 전체의 74.5%를 차지한다. 대형 저축은행이 몰린 서울 지역을 중심으로 영업환경이 개선된 결과로 풀이된다.

지난 2분기 지역별 여신 잔액을 보면 서울이 2.01% 증가해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고, 부산(1.23%)과 대구(0.61%)도 완만한 증가세를 나타냈다. 반면 울산(-14.5%)과 인천(-2.07%)은 감소세를 이어가며 지역별 격차가 뚜렷하다.

한동안 이같은 대형사 중심 실적회복 분위기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저축은행 실적 부진 배경에 부동산 PF발 연체율 상승 등 건전성 관련 이슈가 자리 잡고 있는 만큼 상대적으로 큰 규모의 자본을 가지고 연체채권을 버텨낼 여력이 있는 대형사가 반등에 유리한 지형에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 9월부터 예금자보호한도가 1억원으로 오르면서 자금 이동이 빨라진 것도 저축은행 양극화에 영향을 줄 것이란 관측이다. 저축은행 차주의 특성상 조금이라도 더 안전한 투자처를 찾는 성향이 짙기 때문이다. 우량 저축은행은 원하는 시기에 일시적으로 수신금리를 인상해 큰 규모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열위한 중소형사는 더 높은 수준의 이자비용을 감당해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예금자보호 한도가 커졌다 하더라도 중소형사의 경우 자금 쏠림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예금자보호 한도가 1억원으로 상승하더라도 저축은행 차주의 성향은 그대로다. 수신금리를 높이더라도 상표가치가 떨어지거나 열위한 저축은행보단 대형저축은행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할 수밖에 없다"라며 "오히려 한 번에 이동할 수 있는 자금이 커진만큼 중소형 저축은행이 자금을 조달하기 더 깐깐해졌다고 볼 수도 있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단순히 업황 회복을 기다리기보다 저축은행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동산 PF 등 고위험 투자를 줄이는 동시에 개인 리테일(소매금융)과 지역 중소기업에 사업자금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영업 구조를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최근 디지털 전환 흐름 속에서 지점과 점포를 축소하면서 지역 거점 금융기관으로서의 역할이 약화됐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에 따라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선 일정 수준의 대형화가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저축은행 인수합병은 지난 4월 교보생명이 SBI저축은행의 단계적 인수와 KBI그룹의 상상인저축은행 인수를 제외하면, 뚜렷한 성과가 없는 상황이다. 아울러 금융당국이 규제 완화 카드까지 꺼내 들며 저축은행 M&A를 유도했던 배경 역시 업권 간 인수합병을 활성화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실제, 지난해 OK금융그룹이 상상인저축은행 및 페퍼저축은행 인수 협상에 돌입했지만 무산됐으며 지난 2018년 두 차례 진행한 대아저축은행의 대원저축은행 매각 또한 매번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서 고배를 마셨다. 지난 2020년 우리금융지주의 아주저축은행 인수 이후 가시적인 성과가 없는 상황이다. 올 상반기 말 기준 대원저축은행의 임직원은 11명이며 총자산 36억원, 누적손실액은 4억원이다.

문제는 아직까지 중소형 저축은행을 인수할 요인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인수합병과 관련한 규제완화와 함께 영업구역 내 여신비율 조정 등을 경쟁력 제고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또 다른 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 인수합병 딜레마에 빠진 상황이다. 지방 저축은행을 인수하기에는 업황이 안 좋은데 체질개선을 위해선 대형화가 필요한 상황이다"라며 "그러나 매수인의 의사가 중요한 만큼 기준금리 인하 등 영업환경 개선세를 기다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kimsam11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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