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관세 합의에 반도체 미포함" 다시 원점? 업계 '예의주시'
  • 이성락 기자
  • 입력: 2025.10.30 14:09 / 수정: 2025.10.30 14:09
미 상무 "반도체 관세, 한미 합의에 포함 안 돼"
"대만 대비 불리하지 않은 수준" 한국 입장과 배치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가운데)이 지난 29일 경북 경주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가운데)이 지난 29일 경북 경주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한국과의 관세 협상을 주도해 온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뤄진 무역 합의와 관련해 "반도체 품목관세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는 "불리하지 않은 수준"이라는 한국 정부의 설명과 배치되는 내용이다. 반도체 업계는 이러한 도돌이표 양상에 대해 "긍정적인 방향을 생각하고 있다"며 지속해서 예의주시하겠다는 입장이다.

러트닉 장관은 30일 소셜미디어(SNS) 엑스(X)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재명 대통령의 회담에서 이뤄진 무역 합의 내용을 소개하면서 "반도체 관세는 이번 합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적었다.

앞서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전날(29일) 경북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국제미디어센터에서 브리핑을 열고 "대한민국 정부가 미국과의 관세 협상의 세부 내용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반도체의 경우 구체적인 관세율을 제시하지 않았으나, "경쟁국인 대만 대비 불리하지 않은 수준의 관세를 적용받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최혜국 대우를 약속받았다는 것이다.

김 실장의 발표 이후 사업 불확실성 해소에 대한 반도체 업계 내 기대감이 높아졌다. 그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글로벌 시장 경쟁이 치열한 상황임에도 관세 이슈에 발목이 잡혀 추후 사업 전략을 구체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최근 메모리 슈퍼사이클에 진입한 것에 더해 관세 리스크가 해소되면서 사업 추진에 더욱 탄력이 붙을 것이란 장밋빛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은 트럼프 행정부가 고율의 반도체 품목관세를 적용하고 한국에 별다른 예외사항을 두지 않을 경우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더팩트 DB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은 트럼프 행정부가 고율의 반도체 품목관세를 적용하고 한국에 별다른 예외사항을 두지 않을 경우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더팩트 DB

경제단체들도 일제히 긍정적인 메시지를 냈다. 대한상의는 "반도체 등 여러 분야에서 경쟁국에 비해 불리하지 않게 된 점은 다행으로 생각한다"며 불확실성 해소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한경협도 "주요 품목에서 한국 기업들이 주요 경쟁국에 비해 불리하지 않은 조건의 관세를 적용받게 된 점은 우리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러트닉 장관의 X 게시물은 이러한 긍정적인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내용이다. 반도체만큼은 추후 한국과 원점에서 다시 협상하겠다는 의도로 이같이 발언했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추후 트럼프 행정부가 고율의 반도체 품목관세를 적용한 뒤 한국에 별다른 예외사항을 두지 않는다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관세 이슈는 올해 초 트럼프 행정부 출범 직후부터 불거져 왔다.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4월 반도체, 반도체 제조장비, 파생제품 수입이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 조사에 착수했다는 점에서, 실제로 공식 발표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반대로 지금까지 시간이 지연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쉽사리 반도체 품목관세 부과를 공식화하기 어려울 것이란 의견도 있다. 반도체뿐 아니라 반도체가 내장된 완제품 등 여러 산업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중대 사안이다.

현재 반도체 업계 내에서는 신중함이 감지된다. 구체적인 관세율이 제시되기 전까지 계속 예의주시하겠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상황을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우리 정부가 발표한 내용을 더 신뢰하고 있고, 전반적인 상황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rocky@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이메일: jebo@tf.co.kr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