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 | 김태환 기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올해로 두 번째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하면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결정에 대한 여력이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준금리 인하와 더불어 한국과 미국 간의 관세 협상 타결이 맞물리면서 원·달러 환율이 안정화될 것이란 기대감이다.
다만,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올해 12월 추가 금리 인하에 대해 부정적인 '매파적 발언'을 한데다, 우리나라 집값이 여전히 상승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은의 연내 금리 인하가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연준은 29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진행한 결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인하해 3.75~4.00%로 조정했다. 이는 9월에 이어 두 달 연속 인하한 것이다.
FOMC는 성명에서 "경제 활동은 완만한 속도로 확장 중이며, 고용 증가세는 둔화되고 실업률은 소폭 상승했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연초 대비 상승세를 이어가며 여전히 연준의 목표치인 2%를 넘기고 있다. 가장 최근인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 대비 3% 상승했다. 아울러, 연준은 금리 인하와 함께 완화적 조치의 일환으로 오는 12월 1일부터 양적긴축(QT)을 종료하기로 했다. 연준의 대차대조표는 2022년 QT 시작 이후 약 2조3000억달러가 축소돼 현재 6조6000억달러 수준이다.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부담이 다소 완화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이 금리를 인하하면 달러 자산의 수익률이 낮아지기 때문에 달러 가치가 하락(약세)이 나타나고, 원화 강세 압력이 나타난다. 더불어, 한·미 금리차가 좁혀지면 그간 달러로 이동했던 자금이 일부 되돌아오면서 자본유출 완화 효과도 나올 수 있다.
기준금리 인하와 맞물려 한미 관세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더욱 안정화될 것이란 기대감도 크다. 한국과 미국은 지난 29일 총 3500억달러의 대미 투자금 중 2000억달러를 현금 투자하되, 연간 한도를 200억달러로 제한하기로 합의했다.
이와 함께 '마스가 프로젝트'로 명명된 조선업 협력과 관련해 1500억달러는 한국 기업의 주도로 추진하고, 투자 외에 보증도 포함하는 것으로 합의됐다.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자동차 관세는 25%에서 15%로 인하되며, 품목관세 중 의약품·목제 등은 최혜국 대우를 받는다. 반도체의 경우 대만과 비교해 불리하지 않은 수준의 관세를 적용받기로 했으며, 항공기 부품·제네릭(복제약) 의약품·미국 내에서 생산되지 않는 천연자원 등에는 무관세를 적용받기로 했다.
실제, 한미 관세협상 소식이 전해지자 지난 29일 야간거래에서 환율은 전일대비 6.00원 하락한 1431.7원에 거래를 마쳤다. 30일에는 전 거래일 대비 6.7원이 더 내린 1425.0원에 거래가 시작됐으며 오전 10시 기준 1422.0원으로 3원 더 내려가며 하락 폭을 키우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미 관세협상 타결에 대해 "굉장히 잘 된 협상"이라고 했다. 현금투자 2000억달러 중 '연간 200억달러'로 상한선이 설정된 것과 관련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그간 '국내 외환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는 최대치가 200억달러'라고 메시지를 전달해왔다. 이날도 이 총재는 "150억~200억달러 규모는 해외에서 기채(채권 발행)하지 않아도 되는 규모"라고 밝혔다.
다만 파월 연준 의장의 '매파적 발언'과 국내 부동산 가격 상승이 한은의 인하 결정에 발목을 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12월 추가 인하 여부에 대해 "결정되지 않았다"며 금리 인하 속도 조절 가능성을 시사했다. 시장에서는 해당 발언에 더 집중하며 파월의 말을 '매파적'으로 해석했다.
우리나라 내부적으로는 대출 규제를 골자로 한 6·27 대책과 주택 공급이 담긴 9·7 대책에 이어 서울과 경기 12개 지역을 거래허가구역 등으로 묶고 전세 대출과 실거주 의무를 강화한 10·15 대책이 나왔지만 집값 상승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20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105.6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소비자들의 집값 상승 기대는 4년 전 집값 급등기였던 문재인 정부 말기 수준까지 올랐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FOMC 결과가 국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완전히 없애버린 것은 아니지만 지금 제일 중요한 거는 사실 국내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한 금융 안정"이라며 "관세 협상 타결 이슈 등으로 환율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고, 만약 미국이 내년 2월쯤 완화 기조를 재개한다면, 그때는 한은이 금리 인하를 결정하기 더 유리한 환경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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