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이중삼 기자] "현재까지는 안정화 추세로 가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판단을 하고 있다."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이 지난 27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10·15 부동산 대책과 관련해 전한 평이다. 그는 "(대책이) 시장에 잘 먹혀든다면 굳이 그런 카드(보유세 인상 등)를 쓸 이유는 없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 15일 대책을 통해 서울 전역·경기 12개 지역을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었다. 특히 서울 전역이 토허구역으로 지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과거보다 훨씬 강력한 수요 억제책이라고 평가한다.
이 수석 발언대로, 이번 규제 방안은 시장에 즉각적인 충격을 줬다. 발표 전까지 활발하게 체결되던 매매거래는 대책 발표 직후 급격히 위축됐다. 매물도 눈에 띄게 줄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6~28일까지 체결된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는 713건으로 집계됐다. 직전(3~15일) 거래량 3447건과 비교하면 79.3% 급감한 수치다. 매물 역시 감소세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지난 28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6만4845건으로, 15일(7만4044건) 대비 12.5% 줄었다.
업계는 고강도 규제로 인해 서울 아파트 시장이 관망세에 들어갔다고 보고 있다. 규제 전 매수세가 몰렸던 마포구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거래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에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두고 있다"며 "실제로 문의 전화가 많이 줄었다"고 전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 "부동산 가격 상승세 금방 꺾이지 않을 것"

전문가들은 이번 거래 위축이 단기적 '냉각기' 성격이 강하다고 평가한다. 장기적으로는 정부가 의도한 투기 수요 억제와 시장 안정 효과가 맞물릴 가능성이 있지만, 일부 지역은 여전히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어 '안정화' 여부를 단정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이다.
실제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38주 연속 오르고 있다. 경기 주요 지역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강동구·성동구·광진구 등 이른바 '한강벨트'와 경기 과천·분당 등은 1%대로 상승폭이 커졌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23일 기자간담회에서 "부동산 가격 상승세가 금방 꺾어질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고 있다"며 "통화정책 면에서도 주택가격 상승 기대를 자극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 모든 정책이 일관성 있게 가격을 안정시키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또 지난 29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종합감사에 출석해 "지금 부동산 대책은 한 두 개를 바꾼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지속될 수 있어야 한다"며 "수도권 집중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공급 대책의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도 지난 27일 국무 정무위원회 종합감사에서 "아직 정책 효과를 판단하기엔 이르다"며 "실질적인 주택 공급 확대 노력을 병행하겠다"고 했다.
◆"시장이 기다릴 수 있는 신뢰 형성하는 것이 중요"

시장에선 서울·수도권 집값이 여전히 추가 상승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정부가 시장 안정화에 나섰지만, 소비자 집값 상승 기대 심리는 2021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10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주택가격전망지수는 122로 집계됐다. 전월 112보다 10포인트 뛰었다. 이 지수는 100을 넘으면 1년 후 주택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보는 응답자가 더 많은 것을 의미한다. 122는 2021년 10월(125) 이후 4년 만에 최고치다.
결국 공급 대책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단기 안정세는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실제 한국은행이 지난달 11일 발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를 보면 "과거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주택 시장은 통상 몇 개월 정도 둔화세를 보이다가, 실효성 있는 추가 대책이 적기에 마련되지 않으면서 재차 반등하는 양상을 나타냈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단기적으로는 급등을 막지만, 장기적으로는 시장 신뢰의 붕괴와 자산 가치 왜곡을 초래할 수 있다"며 "거래 단절은 가격 하락보다 훨씬 길고, 회복은 훨씬 더딜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서, 특히 서울로 지역을 한정하면, 가격 다양성에 대한 시장 심리는 편중돼 있다"며 "지금은 가격이 내리거나 이런 의견이 없고, 그냥 오른다는 예상이 대세"라고 말했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주택공급 부족에 대한 불안이 여전히 상존하는 상황에서, 구체적인 공급 일정과 실행계획을 조기에 제시해야 한다"며 "시장이 '기다릴 수 있는 신뢰'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 실행 의지와 정책 일관성을 시장에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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