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적 금융' 진심인 이찬우 NH금융 회장…증권 내부통제 부실에 '발목' 잡히나
  • 김태환 기자
  • 입력: 2025.10.29 15:56 / 수정: 2025.10.29 17:32
NH투자증권 임원 불공정 거래로 '압수수색'…생산적 금융 선봉장 역할 '제동'
"지주 차원 내부통제 강화·생산적 금융 강화 지속"
NH투자증권의 내부통제 실패로 이찬우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의 생산적 금융 행보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영무 기자
NH투자증권의 내부통제 실패로 이찬우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의 생산적 금융 행보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영무 기자

[더팩트 | 김태환 기자] 이찬우 NH금융지주 회장의 '생산적 금융' 행보가 계열사 NH투자증권의 내부통제 실패로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기업에 대한 모험 자본 공급의 핵심 통로 역할을 맡아야 하는 증권사에 불공정 거래 의혹이 불거지면서 감독당국의 신뢰 저하로 인한 정책참여 제한이나 규제 강화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2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한국거래소로 구성된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은 NH투자증권의 투자은행(IB) 담당 고위 임원이 상장사 공개매수와 관련한 미공개 정보를 이용했다는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NH투자증권 본사를 압수수색 했다.

해당 임원은 상장사 공개매수를 주관하는 등 IB 업무를 총괄하는 과정에서 취득한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수년간 수십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는 지난 7월에도 NH투자증권 직원이 공개매수 과정에서 지득한 정보를 주식 투자에 이용한 혐의가 있다고 보고 압수수색에 나서기도 했다.

자본시장법은 이러한 호재성 정보가 일반 투자자들에게 공표되기 전까지 해당 정보를 주식매매에 이용하거나 타인으로 하여금 이용하게 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특히 공개매수 정보의 경우 별도 조항을 통해 엄격하게 미공개정보 이용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의 이러한 문제로 인해 이찬우 NH금융지주 회장이 적극 추진하는 생산적 금융 전환에도 제동이 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생산적 금융은 금융자금이 부동산·투기·단기차익 등 비생산적 부문에 머무르지 않고, 실물경제·혁신기업·미래성장산업으로 흘러가도록 유도하는 금융활동이다. 금융지주사에서는 크게 은행을 통한 대출 공급과 증권사를 중심으로 한 실물투자금융 두 축으로 생산적 금융 정책을 지원할 수 있다.

특히, 은행의 경우 BIS비율 등 다양한 규제 환경으로 기업 대출 규모를 크게 늘리기 어려운만큼, 증권사의 모험자본 공급 역할이 생산적 금융 추진에 큰 축을 담당할 것으로 관측된다. 경쟁 금융그룹의 경우 7조~10조원 규모로 모험자본과 펀드 투자를 단행하는 추세다.

실제 우리금융그룹은 그룹 공동투자펀드로 1조원, 증권 중심의 모험자본 투자로 1조원, 자산운용 계열사의 생산적 금융 펀드 5조원 등 3개 방향으로 총 7조원 규모의 투자가 추진된다.

하나금융그룹은 기업의 성장 단계에 맞는 맞춤형 투자 지원을 위한 △모험자본 공급 2조원 △민간펀드 결성 기여 6조원 △첨단산업 투자 1조7000억원 △지역균형발전 투자 3000억원 등 총 10조원 규모의 그룹 자체 투자자금을 조성한다.

특히, NH금융지주에 있어 NH투자증권은 비은행 핵심 계열사다. 상반기 농협금융의 이자이익은 4조977억원으로 전년 대비 5.3% 감소했지만, 비이자이익은 1조329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6%가 늘어났다. 이중 NH투자증권의 상반기 순이익은 465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 증가했다.

비은행 계열사 중에서도 농협생명은 1547억원, 농협손해보험은 875억원, 농협캐피탈은 441억원의 순이익을 거두면서 전년 동기와 비교해 생명은 5.6%, 손보는 20.7%, 캐피탈은 18.9% 각각 감소했다.

생산적 금융으로의 전환이 중요해지는 시점에서 비은행 핵심 계열사의 내부통제 문제가 발생할 경우, 10조원 이상의 생산적 금융 모험자본 투입에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 9월 29일 개최된 농협금융 중장기 전략 수립 컨설팅 최종 보고회에서 이찬우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이 생산적금융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NH농협금융
지난 9월 29일 개최된 '농협금융 중장기 전략 수립' 컨설팅 최종 보고회에서 이찬우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이 생산적금융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NH농협금융

특히, 이찬우 회장은 올해 초 취임 이후 생산적 금융에 대한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고 있다. 특히 지난 7월 24일 이재명 대통령이 수석보좌관회의를 통해 "비생산적 투기 수요를 억제하고 생산적 금융으로의 전환을 가속해야 한다"고 강조한 이후 금융지주 중 최초로 생산적 금융 행보를 보였다.

이 회장은 8월 21일 금융지주를 비롯해 은행, 생명, 손해, 증권, 캐피탈, 벤처투자 등 계열사 집행간부들이 한 자리에 모아 '생산적 금융 활성화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를 통해, 농협금융은 제도·규제 개선에 따른 농협금융 추가 가용 RWA를 분석하고 계열사별 생산적 금융 현황과 활성화·추진전략을 논의했다.

이와 더불어 이 회장은 지난 1일 생산적 금융 활성화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회장이 직접 주관하는 전사 차원의 '생산적금융 활성화 태스크포스(TF)'를 신설했다. NH농협금융은 TF를 통해 △그룹의 생산적금융 전략방향 수립 △사업 아이디어 발굴 △계열사 간 조정 등을 통해 계열사별 특성에 맞는 다양한 생산적금융 사업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생산적 금융은 '신뢰'에 기반한 자본조달 시스템으로 증권사가 투자자와 기업을 연결하는 '신뢰의 플랫폼' 역할을 해야 하는데, 내부통제 실패는 이 신뢰의 토대를 무너뜨리는 효과를 가져온다"면서 "내부통제 실패는 금융그룹과 감독당국 차원에서 리스크 회피 기조가 강화됩되고, 이는 장기적으로 모험자본 공급이 위축될 수 있는 우려도 나온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금융당국의 신뢰 하락은 정책참여 제한이나 규제가 강화되는 리스크가 나타날 수 있다"면서 "NH투자증권에 대한 제재가 나타나거나 평판이 하락하면 정책형 모험자본 펀드 운용사 선정에서 제외되거나 비중 축소될 가능성도 제기된다"고 덧붙였다.

NH금융은 지주차원의 내부통제 강화와 동시에 생산적 금융 확대를 위한 전사적 차원의 지원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이다.

NH금융 관계자는 "책무구조도 이행을 통한 경영진의 내부통제 관리책임을 강화하고, 업권별 특성을 고려한 현장점검 등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금융사고 등의 사전 예방과 은폐사고 적발을 위한 내부제보 활성화 및 임직원 윤리의식 제고를 위한 다양한 교육활동 전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kimthi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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