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이한림 기자] 업계 최초로 순자산 100조 시대를 달성한 삼성자산운용이 첫 상품으로 선택한 '소버린AI'가 순항하고 있다. 앞서 소버린AI 상장지수펀드(ETF)를 내놓은 하나자산운용 등보다 시장에 늦게 합류했지만, 신상 효과와 더불어 수익률 측면에서도 앞서가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소버린은 국가 정책이나 자원에 대한 독립적인 통제권 가리키는 표현으로, 소버린AI ETF는 정부가 적극 추진하는 대규모 인공지능(AI) 프로젝트인 소버린AI와 연관된 기업들을 포트폴리오에 담은 상품이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7일 삼성자산운용의 'KODEX 코리아소버린AI'는 전 거래일 대비 1.83% 오른 1만570원에 거래를 마쳤다. 상장일(21일, 1만185원) 대비 3.78% 올랐으며, 시가총액은 700억원을 넘어서고 있다.
이는 하나자산운용의 소버린AI ETF인 '1Q K소버린AI'이 같은 기간 수익률 0.84%를 기록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하나자산운용은 삼성자산운용보다 한 달가량 앞선 지난달 30일 소버린AI ETF 상품을 출시했으며, 상장일(1만470원)대비로는 전날 기준 2.72%의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시가총액은 200억원 수준이다.
양사가 출시한 소버린AI ETF의 수익률과 규모가 차이를 보이는 배경으로는 우선 거래량이 꼽힌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1Q K소버린AI는 상장일 거래대금 33억100만원(31만8000주)을 기록한 후 10월 평균 39억1000만원(38만5000주)으로 소폭 상승했으나, KODEX 코리아소버린AI는 상장 후 5일동안 10월 평균 264억9900만원(258만1000주)의 거래대금을 기록하면서 출시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어서다.
양사가 차이를 보이는 결정적 요인은 또 있다. 하나자산운용과 삼성자산운용 모두 구성종목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기업이 NAVER로 동일하나, 두 번째로 구성비중이 높은 종목이 각각 카카오와 SK하이닉스로 엇갈리고 있어서다. 오히려 NAVER에 대한 의존도는 27일 기준 1Q K소버린AI가 26.81%, KODEX 코리아소버린AI는 18.98%로 하나자산운용이 높다.

양사는 모두 자사의 소버린AI ETF에 AI반도체부터 AI전력인프라, AI소프트웨어까지 국내 AI 밸류체인에 속한 기업들을 포함하고 있으며 정기적인 리밸런싱을 통해 구성 종목들을 조정한다.
다만 삼성자산운용은 네이버와 함께 국내 소버린AI의 한 축으로 주목받는 카카오를 출시부터 배제한 후 SK하이닉스(7.38%), LG씨엔에스(5.36%), 한미반도체(5.20%) 등 대표 종목(NAVER)과 이하 구성종목들과 비중 격차를 극명히 준 '원톱' 체재로, 하나자산운용은 구성종목 2위 카카오(26.65%)를 NAVER 비중에 육박한 '투톱' 콘셉트로 출시하면서 차이를 보였다는 점이다.
삼성자산운용이 카카오를 소버린AI에서 제외한 이유도 단순했다. 정재욱 ETF운용본부장은 "카카오를 고의로 배제한 것은 아니다"면서도 "KODEX 코리아소버린AI'를 구성할 때 네이버를 비롯한 밸류체인 각 분야에서 리딩 기업들을 담다 보니 SK하이닉스, 두산에너빌리티 등이 포함됐다. 정기 변경을 통해 네이버 비중이 줄어들거나 카카오가 편입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중소형사와 유사한 상품을 출시해 후발주자로 참전한 대형사가 막강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결국 점유율을 낚아채 간다는 지적도 나온다. 무엇보다 최근 순자산 100조원 달성으로 대대적인 홍보 효과를 누리면서 투자자 관심을 끌어모으기 유용했던 삼성자산운용이 시장 주도주인 AI 관련 상품을 출시했다는 측면도 아쉽다는 시각이다.
반면 같은 테마의 상품을 먼저 출시한 곳이 있기 때문에 시장 분석을 통해 출시 초기 카카오를 배제하는 등 과감한 선택을 할 수 있었다는 견해도 나온다. 상품 출시 시기나 유사성을 떠나 ETF 상품에 대한 콘셉트가 엄연히 다르기 때문에 구성 종목을 잘 선택한 '이유 있는 강세'라는 해석이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ETF 시장이 과거보다 급성장하고 순자산 100조원 운용사도 출현한 시점에서 유동성이 높은 대형 운용사가 시장 저변을 넓히는 역할을 수행해 온 것도 무시하기 어렵다"면서도 "브랜드도 상품을 고르는 하나의 기준이 될 수 있으나, 구성종목이나 상품의 콘셉트에 따라 단기적 시황을 타는 측면도 있다. 결국 투자자는 좋은 상품에 투자하는 것"이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