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우지수 기자] 이동통신 3사(SK텔레콤, KT, LG유플러스)가 올해 대규모 해킹 사태 이후 첫 정기 인사를 앞둔 가운데 각사 대표이사의 연임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이 이르면 이번 주 임원 인사와 조직개편을 발표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KT와 LG유플러스도 11~12월 사이 순차적으로 인사를 낼 것으로 보인다. 올해 잇따른 보안 사고로 통신망 신뢰가 흔들린 만큼 책임론이 어느 선까지 적용될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SK텔레콤은 그룹 전체 일정에 따라 통상 12월 첫째주에 진행하던 임원 인사를 앞당겨 발표할 가능성이 있다. 관전 포인트는 유영상 대표의 유임 여부다. 지난 2021년 말 취임한 유 대표는 'AI 컴퍼니' 전략을 내세우면서 자체 AI 에이닷(A.)과 B2B 솔루션 사업을 확대해왔다. 그러나 지난 4월 2400만명 고객의 유심 정보가 유출되는 대형 해킹 사태로 위기 대응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사태 직후 SK텔레콤은 전 고객 대상 유심 교체와 위약금 면제 등 5000억원 규모의 보상책을 내놓으며 대응에 나섰다. 이후 AI 조직을 통합한 'AI CIC(사내회사)'를 출범시키고 희망퇴직을 단행하는 등 구조조정에도 속도를 냈다. 업계는 AI 사업 연속성, 2027년까지 남은 임기를 이유로 유 대표의 유임 가능성을 높게 보지만 3분기 영업이익 급감 전망은 부담 요인으로 꼽히는 상황이다.
KT는 세 통신사 중 대표 연임 불확실성이 가장 큰 회사로 꼽힌다. 김영섭 대표의 임기가 내년 3월까지로 가장 임박한 데다 해킹 사태 이후 본인의 책임을 언급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국회 국정감사에서 "사퇴를 포함한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고 KT는 피해 고객 대상 위약금 면제 절차를 진행 중이다.

KT 이사회는 내달 사외이사 전원으로 구성된 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꾸려 차기 대표 공모 절차를 검토할 예정이다. 공개경쟁 방식으로 후보를 검증하며 김 대표가 연임을 시도하더라도 동일한 조건에서 심사를 받는다. 보안 체계 복구와 AI 사업 안정화가 새 대표의 최우선 과제로 꼽힐 것으로 보인다.
LG유플러스는 내달 중순 전후로 인사 가능성이 거론된다. 올해 주주총회에서 공식 선임된 홍범식 대표는 임기 초반 안정권에 있지만 최근 서버 해킹 관련 내사 착수로 부담이 커졌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LG유플러스의 서버 해킹 정황과 관련해 입건 전 조사(내사)에 착수했고 회사가 보관 중인 자료를 확보해 해킹 경위와 자료 폐기 여부를 확인 중이다.
LG유플러스는 지난 23일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해킹 피해를 신고했지만 실제 해킹 정황은 지난 7월 포착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후 "피해 정황이 없다"고 부인했다가 서버를 폐기하고 운영체제를 재설치한 사실이 드러나 '증거 은닉' 논란이 일었다. 홍 대표는 "유출은 있었지만 침해 정황은 없다"고 해명했지만 사태는 경찰 조사로 이어졌다. LG유플러스는 올해 600여명 희망퇴직을 진행한 만큼 이번 인사에서도 조직 효율화와 보안 강화가 핵심 과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통신3사의 해킹 사고는 유형이 달랐다. SK텔레콤은 유심 정보가, KT는 소액결제 정보가, LG유플러스는 서버 계정이 노출됐다. 정부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개인정보보호위원회,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합동 점검을 이어가고 있다. 최종 조사 결과와 제재 수위에 따라 회사별 인사 기조가 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AI와 보안이 통신사 경영의 양대 축이 된 만큼 이번 인사는 성과보다 위기 대응력과 리더십 안정성을 가늠하는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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