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 | 문은혜 기자] 신세계면세점이 인천공항 면세점 사업의 운명을 결정해야 하는 중대 기로에 섰다. 지난 4월부터 이어진 인천공항과의 임대료 인하 협상이 결렬되면서 같은 처지였던 신라면세점은 1900억원의 위약금을 감수하고 철수를 선언한 상황이다.
이제 신세계면세점만 홀로 남아 매달 수십억원의 적자가 나고 있는 공항 면세점을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위약금 손실을 감내하고라도 철수할 것인지, 인천공항과 소송전에 돌입할 것인지 등 극단의 선택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인천지방법원으로부터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임대료 조정 신청에 대한 보정명령을 통보받은 신세계면세점은 최근 이에 대한 인지대와 송달료 납부를 마쳤다.
보정명령은 법원이 소송 과정에서 원고에 소장, 송달료, 인지대 등 소송 요건을 갖추도록 요구하는 절차다. 이 요건을 갖추지 않으면 소송 의사가 없는 것으로 간주돼 사건은 각하된다.
신세계면세점 측은 인지대와 송달료는 납부했지만 소송 여부는 결정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신세계면세점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여러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인천공항 면세점 유지 또는 철수, 향후 인천공항과의 소송 가능성 등을 놓고 장고에 들어간 신세계면세점의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다. 신세계면세점과 함께 인천공항에 임대료 인하를 요구했던 신라면세점의 경우 약 1900억원의 위약금을 감수하고 DF1 사업권에서 철수하기로 일찌감치 결정한 상황이다.
신세계면세점도 매월 수십억원씩 발생하는 적자 부담에 인천공항 면세점을 유지하기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이에 신라면세점과 마찬가지로 신세계면세점도 공항에서 철수하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지만 현재 인천공항 면세점과 명동 시내 면세점 단 두 곳만 운영하고 있는 신세계면세점 입장에서 판단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신세계 면세사업의 지속 여부가 달린 이번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그룹에서는 지난달 인사에서 '위기관리형 CEO'로 통하는 이석구 대표를 면세점 수장으로 선임해 해결책을 모색 중이다. 이 대표는 조선호텔, 스타벅스, 신세계라이브쇼핑 등 계열사에서 매번 눈에 띄는 성과를 내온 입지전적 인물로 꼽힌다.
다만 현재 이 대표 앞에 놓인 문제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인천공항에서 철수를 결정하면 약 1900억원에 달하는 위약금을 내야 하는데 이를 감당할 현금성 자산이 넉넉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한 해외에 면세점이 없는 신세계면세점 입장에서 인천공항에서 철수할 경우 명동 본점만 남아 경쟁력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신세계면세점은 현재 인천공항에서 DF2(주류·담배)와 DF4(패션·부티크) 권역에서 면세점을 운영 중인데 이번에 임대료 조정이 결렬된 DF2 권역 철수 여부를 검토 중인 상황이다.
소송전에 돌입하는 것도 리스크다. 현재로서는 장기적인 법적 공방이 이어질 가능성이 커 그동안 사업 불확실성도 커질 수 밖에 없다.
아울러 신세계면세점이 인천공항에서 철수할 경우 이 자리를 더 낮은 가격에 경쟁사들이 진입할 수 있어 이 또한 불안 요소다. 재입찰에서 임대료 수준이 낮아지면 업계 1위인 롯데면세점이나 막강한 자본력을 앞세운 중국 국영 면세기업 CDFG가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같은 '진퇴양난'의 형국 속에서 신세계면세점의 고민은 계속해서 길어지는 상황이다. 신세계면세점 관계자는 "새 대표 체제에서 여러 각도를 검토하고 있지만 인천공항 면세점 운영 관련해 어떤 것도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