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 | 문은혜 기자] 국내 식음료 사업의 성장이 정체되자 관련 기업들의 관심이 '뷰티' 시장으로 쏠리고 있다. K-뷰티 호황 속에서 '수익성'과 '성장성'을 모두 갖춘 화장품 카테고리를 신성장동력으로 검토하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로 최근 신세계푸드, 하이트진로, 오리온 등 주요 기업들이 잇따라 화장품 관련 사업에 직접 투자하고 나서면서 업계의 눈길을 끌기 시작했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신세계푸드와 하이트진로는 화장품 제조자개발생산(ODM) 업체에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하거나 인수하는 방식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나섰다.
먼저 신세계푸드는 화장품 ODM 기업인 씨앤씨인터내셔널에 재무적 투자자(FI)로 참여하기로 했다. 씨앤씨인터내셔널을 인수한 사모펀드 운용사 어센트에쿼티파트너스(EP)의 '뷰티시너지2025' 사모투자에 500억원을 간접 투자하기로 한 것. 이를 통해 사모펀드 지분 36.9%를 확보할 예정이다.
씨앤씨인터내셔널은 색조 화장품에 특화된 ODM 업체로 지난해 매출 2829억원, 영업이익 290억원의 실적을 올리는 등 양호한 성적을 보였다.
업계에서는 계열사 의존도를 낮추고 외부 일감 비중을 높이며 체질 개선에 들어간 신세계푸드가 본업 외 수익성 강화를 위해 '화장품'을 점찍고 전략적 투자에 나선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신세계푸드 측도 이번 투자와 관련해 "신규 투자처 발굴을 통한 안정적인 수익 기반 확보를 위해 성장성이 높은 화장품 산업에 투자를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이트진로는 맥주 냉각기를 제조·유통하는 계열사 서영이앤티를 통해 화장품 ODM 사업에 직접 뛰어들었다. 사모펀드 SKS프라이빗에쿼티가 국내 화장품 ODM 업체 비앤비코리아 지분을 전량 인수한 것.
비앤비코리아는 달바, 메디큐브, 더마팩토리 등 100여 개 중소 화장품 브랜드를 고객사로 두고 있는 ODM 업체다. 지난해 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은 764억원, 156억원으로 서영이앤티 관계자는 "최근 주력 사업 부문의 경쟁 심화로 신사업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K-뷰티 성장세에 주목해 비앤비코리아 인수를 결정했다"며 "탄탄한 연구개발 역량을 갖춘 비앤비코리아를 통해 해외 뷰티 시장을 적극 공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리온도 자회사인 오리온제주용암수 사업 목적에 '화장품책임판매업'을 추가하고 관련 사업을 준비 중이다. 화장품을 직접 제조해 판매하거나 완성품을 유통, 판매하기 위해서는 '화장품책임판매업’을 사업 목적에 명시해야 하는 만큼 업계에서는 오리온이 제주용암수를 활용한 화장품을 선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내 식음료 기업들이 이처럼 화장품 사업에 주목하는 이유는 '수익성'과 '성장성' 때문이다.
우선 글로벌 시장에서 불고 있는 K-뷰티 인기에 힘입어 화장품 수출이 날로 증가하며 성장세를 이끌고 있다. 삼정KPMG에 따르면 우리나라 화장품 수출액은 지난 10년간(2015~2024년) 연평균 14.6% 성장했다.
특히 과거 중국에 집중됐던 수출이 최근 미국, 일본, 유럽 등으로 다변화되면서 규모가 수출 규모가 매년 확대되는 추세다. 삼정KPMG는 "한류 콘텐츠 인기에 기반한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제품력과 브랜드 가치 중심의 구조적 성장 단계에 진입했다"고 분석했다.
수익성 측면에서도 화장품 사업은 식음료 사업 대비 안정적인 편이다. 식품사의 경우 원재료 시세가 상황에 따라 급등락하는 반면 화장품 제조 원가율은 상대적으로 일정하기 때문이다.
다만 화장품 사업 진출이 곧 성공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특히 최근의 뷰티 산업은 트렌드 변화가 어느 때보다 빠르고 마케팅 의존도가 높아 전문성이 없으면 경쟁력을 갖기 힘들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한 뷰티업계 관계자는 "화장품 산업이 호황인 것은 맞지만 그만큼 관련 기업들의 경쟁도 치열한 상황"이라며 "식품기업이 단기간에 화장품 사업에서 전문성을 확보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