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지개 켜는 행동주의…금호석화·SK케미칼·KCC 타깃 되나
  • 장혜승 기자
  • 입력: 2025.10.28 00:00 / 수정: 2025.10.28 00:00
팰리서캐피탈, LG화학에 주주 행동주의 개시
주주권리 강화 정부 기조 속 화학업계 '예의주시'
외국계 행동주의 펀드가 LG화학을 압박하면서 주주 행동주의가 국내 화학 업계로 번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더팩트 DB
외국계 행동주의 펀드가 LG화학을 압박하면서 주주 행동주의가 국내 화학 업계로 번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더팩트 DB

[더팩트ㅣ장혜승 기자] 외국계 행동주의 펀드가 LG화학을 압박하면서 주주 행동주의가 국내 화학 업계로 번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자회사 중복상장 등 보유자산 가치의 할인율이 크게 작용하고 있는 업체에 대한 주주서한 발송 사례가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영국계 헤지펀드 팰리서캐피탈이 LG화학에 주주 행동주의를 개시하면서 KCC·SK케미칼·금호석유화학에 행동주의 압박이 가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팰리서캐피탈은 "LG화학의 주가가 심각하게 디스카운트(저평가)돼 있다"며 △이사회 구성을 개선하고 주주 이익 부합하는 경영진 보상 제도 개편 △수익률 지향하는 강력한 자본 배분 체계 시행 △LG에너지솔루션 지분을 활용해 자사주 매입 실시 △장기적인 주가 저평가 관리 프로그램 시행 등 네 가지 방안을 제안했다.

팰리서캐피탈은 한국 투자를 담당했던 제임스 스미스 최고투자책임자(CIO)가 설립한 헤지펀드다. LG화학 지분 1% 이상을 보유한 장기 주주로 상위 10대 주주다.

업계에서는 이번 LG화학 사태를 계기로 행동주의 펀드의 제안이 다른 화학 기업으로 번질 것으로 본다. 특히 KCC와 금호석유화학, SK케미칼이 대상으로 지목된다.

KCC는 삼성물산 지분 약 10%를 포함해 3조원대 투자자산을 보유하고 있지만 시가총액은 이보다 다소 낮은 수준이다. 보유 자사주 절반 이상을 EB 발행에 쓰겠다는 내용의 자사주 처분 계획을 내놓은 지 6일 만에 철회했다.

금호석유화학은 고부가 가치 제품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지만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51배에 머물러 있다. PBR은 기업의 시가총액이 기업의 순자산 가치에 비해 얼마나 많은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PBR이 1보다 낮다면 기업의 자산가치보다 시가총액이 낮아 주가가 저평가됐다는 뜻이다. 다만 회사가 자사주 소각과 배당 확대 정책을 유지하고 있어 행동주의 개입이 기업가치 제고의 마중물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자사주 소각은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고 배당금 확대 등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펴고 있다"고 말했다.

SK케미칼은 LG화학과 유사한 기업구조를 갖췄다. 모회사 SK디스커버리와의 중복상장으로 지배구조 할인이 상시 반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영국계 헤지펀드 팰리서캐피탈이 LG화학에 주주 행동주의를 개시하면서 KCC·SK케미칼·금호석유화학에 행동주의 압박이 가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더팩트DB
28일 업계에 따르면 영국계 헤지펀드 팰리서캐피탈이 LG화학에 주주 행동주의를 개시하면서 KCC·SK케미칼·금호석유화학에 행동주의 압박이 가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더팩트DB

다만 신성장 사업이 가시화되며 기업가치 재평가 가능성도 점쳐진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LG화학뿐만 아니라 SK케미칼, KCC, 금호석유화학 등 국내 다수 업체 중 보유자산 가치의 할인율이 크게 작용되고 있는 업체에 대한 주주서한 발송 사례가 확대될 것"이라면서도 "SK케미칼은 LNG발전소 가동으로 2026년 영업이익이 크게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주 권리를 강화하는 정부 기조와 함께 이를 뒷받침하는 상법 개정안이 잇달아 발의 및 통과된 것도 이같은 흐름을 뒷받침한다.

더불어민주당 '코스피5000 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오기형 의원은 지난 21일 자사주 매입을 자본 거래로 규정하는 내용을 뼈대로 하는 소득세법·법인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그동안 한국이 채택한 국제회계기준(K-IFRS)은 기업의 자사주 거래를 자본 거래로 보지만, 법인세법은 자사주 거래를 자산 거래로 보고 있어 회계 원칙과 세법 간 불일치가 지속돼왔다.

개정안은 자사주 매입을 자본 거래로 명확히 규정했다. 이렇게 되면 자사주를 사는 순간 기업의 자본이 줄어드는 셈이 된다. 자본이 줄어든 만큼 주식도 사라져야 해 자사주는 소각돼야 한다는 논리 구조가 된다. 이번 개정안이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위한 밑거름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장기적으로는 주주행동주의가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포석이 될 거란 전망도 나온다. 최영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중장기 관점에서 주주가치 강화정책 기조 속 이번 팰리서 캐피탈과 같은 주주들의 자산 효율성 제고 요구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며 "행동주의 펀드의 제안은 비효율적으로 배치된 자산의 활용도를 높이고 할인율을 줄이는 방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정부여당을 비롯해 행동주의 편드 등 전방위에서 압박이 강해지면 방만경영을 해왔던 기업이 각성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며 "결국 이사회 개편, 자사주 소각 등 기업이 실질적 조치를 내놓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zzang@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이메일: jebo@tf.co.kr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