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프린스 사태' 직격탄? 은행 해외사업 시험대
  • 이선영 기자
  • 입력: 2025.10.28 00:00 / 수정: 2025.10.28 00:00
美·英 제재→프린스뱅크 뱅크런·예치금 동결
韓 시중은행 현지법인, 자금조달·리스크비용·평판 '3중 부담' 확대
미국과 영국의 프린스그룹 제재가 촉발한 프린스뱅크 뱅크런, 국내 은행 현지법인의 프린스 계열 예치금 동결이 맞물리며 한국 시중은행의 캄보디아 사업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다. /챗GPT 생성이미지
미국과 영국의 프린스그룹 제재가 촉발한 프린스뱅크 뱅크런, 국내 은행 현지법인의 프린스 계열 예치금 동결이 맞물리며 한국 시중은행의 캄보디아 사업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다. /챗GPT 생성이미지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캄보디아 사기센터·인신매매 파장과 함께 미국과 영국의 프린스그룹 제재가 촉발한 프린스뱅크 뱅크런, 국내 은행 현지법인의 프린스 계열 예치금 동결이 맞물리며 한국 시중은행의 캄보디아 사업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다. 단기에는 거래 차질과 AML(자금세탁방지) 비용 증가, 중기에는 보수적 영업과 충당금 확대 가능성이 글로벌 실적의 부담 요인으로 떠올랐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와 영국 정부가 14일(현지) 캄보디아 기반 '프린스그룹'을 초국경 범죄조직(TCO)으로 지정하고 대규모 제재를 단행한 직후 계열사인 프린스뱅크에서 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가 발생했다. 현지 중앙은행(NBC)은 예금자 보호를 강조하며 진화에 나섰다.

미국 해외자산통계국(OFAC)은 프린스그룹 산하·연계 146개 타깃을 한꺼번에 제재했고, 제재 공지·업데이트에는 Prince Bank Plc. 관련 조치와 함께 '10월 14일 지정자와의 거래 종료를 위한 일반면허(General License 1)'까지 고지됐다. 같은 날 영국 정부도 동시 제재를 발표했다. 이후 17~18일 프린스뱅크 일부 지점 앞에서 뱅크런이 관측됐고 NBC가 안정화 메시지를 냈다.

국내계 은행 현지법인들은 제재 준수·리스크 차단 차원에서 프린스 계열 예치금을 묶었고, 동결 규모는 약 912억원 수준이다. 국민은행이 566억59000만원으로 가장 잔액이 많았고, 전북은행 268억5000만원, 우리은행 70억2100만원, 신한은행에 6억4500만원의 잔액이 동결됐다. 거래 내역이 있는 은행은 iM뱅크를 포함해 5곳이다. 5개 은행은 프린스 그룹과 총 52건 거래를 했다. 거래 금액은 총 1970억4500만원이다.

치안·인권 리스크도 확대됐다. 한국 정부는 사기센터·인신매매 파장에 대응해 15일 캄보디아 일부 지역에 '여행금지(코드 블랙)'를 발령하고 시하누크빌 등에는 경보를 상향했다. 외신과 주캄보디아 대사관 공지에는 포이펫·바벳·캄폿주 보코산 등이 금지·주의 대상 지역으로 명시됐다. 금융권은 이에 맞춰 현지 인력·영업 안전과 내부통제 점검을 강화하는 분위기다.

일각에선 제재 스크리닝 강화와 선별적 거래 중단으로 외환·송금·수수료 등 비이자이익의 둔화가 발생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KYC·AML 고도화, 제재 스크리닝, 제3자 실사 등 컴플라이언스 비용과 직원 안전·보안 비용이 늘어 해외법인 판관비율을 밀어 올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평판·성장성 측면에서 인권·소비자보호 논란이 현지 감독 강화로 이어질 경우 대출 성장과 점포 확장이 둔화될 수 있다.

캄보디아에 법인을 설립한 KB국민·신한·우리·NH농협·iM뱅크·전북은행 등 6개 은행의 당기순익 합계는 올해 상반기 1657억원으로 집계됐다. /더팩트 DB
캄보디아에 법인을 설립한 KB국민·신한·우리·NH농협·iM뱅크·전북은행 등 6개 은행의 당기순익 합계는 올해 상반기 1657억원으로 집계됐다. /더팩트 DB

한국계 은행의 현지 존재감은 수치로 확인된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민국 의원이 금융감독원에게 받은 '국내 금융업권 캄보디아 법인·지점·영업점 운영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9월말 기준 캄보디아에 진출한 국내 금융사는 13곳으로 총자산 규모는 106억8400만달러, 누적 영업이익은 15억6590만달러로 집계됐다.

특히 캄보디아에 법인을 설립한 KB국민·신한·우리·NH농협·iM뱅크·전북은행 등 6개 은행의 당기순익 합계는 올해 상반기 1657억원으로 집계됐다. 국민은행의 현지 법인인 KB프라삭은행은 상반기 1118억원의 순익을 거두며 전년 동기 대비 두 배 가까이 증가했고 캄보디아우리은행도 151억원 흑자 전환했다. 시중은행 중 하나은행은 캄보디아에 별도 법인이나 지점이 없다.

국내 은행들은 선제 동결과 내부통제 강화로 1차 차단막을 세웠다는 입장이다. 관건은 제재·수사의 범위와 기간, 그리고 현지 당국의 추가 안정화 조치다. 현지 영업 상황에 따라 향후 해외 전략 방향에 대한 고민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지 영업에서 지금은 성장보다 '준수와 신뢰'가 우선"이라며 "확산이 길어질수록 리스크비용의 선반영과 보수적 영업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단기적인 리스크 부담이 커질수 있는 부분은 맞으나 은행들마다 해외 법인의 AML 및 준법 관련 시스템을 강화해오면서 대응해온 부분들도 있고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시장의 성장성을 같이 감안해보면 겪어야할 성장통으로 보여진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현재 캄보디아 현지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현지 법인도 자산·거래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관리하고 있다"며 "프린스 계열 이슈로 일부 시장 불확실성이 확대된 것은 사실이나 시중은행의 현지 익스포저(노출 규모)는 제한적이며, 내부 리스크 관리 및 AML 시스템이 강화돼 있어 실질적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이어 "앞으로도 금융시장 안정 위해 당국 및 관련 기관과 긴밀히 협조하겠다"고 덧붙였다.

seonyeo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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