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0피 시대 왔는데"…실적 부진 테슬라 탄 서학개미는 '울상'
  • 윤정원 기자
  • 입력: 2025.10.27 11:30 / 수정: 2025.10.27 11:30
원·달러 환율 고공행진까지 '이중고'
27일 코스피 4000 시대가 열리며 동학개미들의 환호성이 커지고 있다. 반면 테슬라의 투자한 서학개미들은 울상을 짓는 형국이다. /뉴시스
27일 코스피 4000 시대가 열리며 동학개미들의 환호성이 커지고 있다. 반면 테슬라의 투자한 서학개미들은 울상을 짓는 형국이다. /뉴시스

[더팩트|윤정원 기자] 코스피 4000 시대가 개막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지수가 연일 강세를 보이면서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심리는 한껏 되살아났다. 반면 테슬라에 40조원 가까이 투자한 서학개미(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들은 깊은 한숨을 내쉬고 있다. 실적 부진 소식이 들려온 데다, 원·달러 환율까지 치솟으면서 시장 불안 요인도 커지고 있어서다.

◆ 역대 최대 매출 속 숨은 부진…순이익 37% '뚝'

테슬라는 지난 22일(이하 현지시간) 올해 3분기 매출 281억달러(약 40조2500억원), 영업이익 16억달러(약 2조2900억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2% 늘었고, 영업이익은 42% 감소했다. 매출은 시장조사업체(LSEG)가 집계한 월스트리트 전망치(263억7000만달러)를 웃돌면서 역대 최대 분기 매출을 기록했다.

다만, 역대 최대 분기 매출에도 불구하고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7%나 쪼그라든 13억7000만달러(약 1조9600억원)를 나타냈다. 테슬라는 미국발 관세와 구조조정 비용 증가, 탄소 배출권 판매 수익 감소 등을 이익이 줄어든 요인으로 꼽았다. 실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세제 혜택 종료와 관세 부담 증가가 실적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한 바 있다. 3분기 탄소 배출권 매출은 4억17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4% 감소했다.

테슬라가 투자자들의 기대를 하회하는 실적을 발표하면서 주가는 고전했다. 실적 발표일 정규장에서 0.82% 하락 마감한 테슬라는 시간 외 거래에서 4% 가까이 빠졌다. 실적 발표 이튿날인 23일에는 2.28% 오르며 장을 마쳤다. 이를 두고 개인 투자자들의 모멘텀이 강했고, 투자자들은 미래 가치에 더 주목하면서 주가가 상승 전환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러나 24일에는 다시 판세가 뒤엎어졌다. 이날은 예상보다 완만한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와 금리 인하 기대감에 뉴욕증시 3대 증시가 일제히 역대 최고 기록을 쓴 날이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 대비 1.01%(472.51포인트) 오른 4만7207.12에 거래를 마쳤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0.79%(53.25포인트) 상승한 6791.69에 장을 마감했다. 나스닥 지수는 264.07포인트(1.15%) 뛴 2만3204.87에 폐장했다.

그럼에도 테슬라는 3.40% 빠진 433.72달러로 장을 마무리 지었다. 실적 우려와 가격 인하 경쟁에 더해 미 교통 당국이 테슬라에 대한 조사에 임한 것으로 알려진 여파다. 이날 로이터통신은 고속도로 교통 안전국(NHTSA)이 매드 맥스가 일부에서 제한 속도 이상으로 작동한 것을 알아내고 본격 조사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NHTSA는 이달 초 교통안전 위반 및 충돌에 대한 수십 건의 보고로 인해 완전자율주행(FSD) 시스템이 장착된 290만 대의 테슬라 차량에 대한 조사를 시작한 바 있다.

◆ 환차익도 못 막은 손실…서학개미들 '속앓이'

이달 들어 테슬라 주가는 가파르게 밀렸다. 10월 1일 장중 462.29달러까지 올랐던 주가는 24일 기준 430.17달러로 내려앉았다. 같은 기간 종가 기준으로는 5.60%(459.46→433.72) 하락했다. 원·달러 환율 상승(2.58%, 1403.2원→1439.4원)에 따른 환차익을 감안해도 테슬라 주가 하락 폭이 환차익의 두 배를 웃돌아 손실을 상쇄하기엔 역부족이었다.

박연주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4분기엔 테슬라의 미국 판매량이 재차 감소할 것이고, 내년에 더 저렴한 모델을 출시해도 중국 업체들과의 경쟁 등으로 판매량이 크게 회복되긴 어려울 것"이라며 "휴머노이드 상용화에도 3~5년이 걸릴 전망인 점을 감안하면 현재 주가가 리스크·보상 관점에서 매력도가 떨어진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테슬라의 적정주가를 223달러로 제시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달러 강세가 방어막 역할을 하긴 했지만, 테슬라 주가 하락 폭이 너무 커 실질 수익률은 여전히 마이너스"라면서 "테슬라를 포함한 해외 기술주는 하락과 환율 변동이 동시에 작용해 투자자 입장에서는 손실 체감이 클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원화 약세와 미국 기술주 조정이 맞물리며 투자 중심축이 국내 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 시장은 결국 산업 효율성의 격차가 시장 격차를 재편하는 구조적 강세장"이라며 "코스피 5000 비전도 단순한 유동성 환상이 아니라 산업 양극화가 낳은 구조적 고평가의 정당화 구간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테슬라의 단기 반등 가능성도 일부 열려 있다. 테슬라의 밸류에이션 부담이 완화되면서 저가 매수세가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테슬라는 최근 주가 하락으로 주가수익비율(PER)이 낮아져 상대적으로 매력도가 상승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전문가들은 환율 변동성과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여전해 단기 반등이 제한적일 수 있다며 신중론에 무게를 싣고 있다.

윤혁진 SK증권 연구원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보조금 폐지와 모델3·Y의 노후화, AI와 옵티머스 투자 증가로 당면한 실적은 부진이 이어질 전망"이라며 "400달러 이상의 주가는 휴머노이드의 장기 기대감이 좌우하는 다소 고평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한국증시는 매서운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7일 오전 11시 18분 기준 코스피는 전 거래일(3941.59) 대비 2.27%(89.52포인트) 상승한 4031.11을 기록하고 있다. 이날 장 초반에는 4038.39까지 뛰었다. 같은 시각 코스닥은 전 거래일(883.08)보다 1.73%(15.24포인트) 오른 898.32를 호가 중이다. 역대 최고가로, '900닥' 시대가 목전에 온 모습이다.

garde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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