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손해보험, 미니보험 한계 속 성장 '시험대'
  • 김정산 기자
  • 입력: 2025.10.24 11:44 / 수정: 2025.10.24 17:59
장기보험 진출·플랫폼 활용…미래 보험 시장 판도 주목
미니보험 수익성 의문?…'박리다매' 기반 수익 창출 자신감
국내 디지털손해보험사들이 자생력 확보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각 사
국내 디지털손해보험사들이 자생력 확보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각 사

[더팩트ㅣ김정산 기자] 디지털 손해보험사들이 자생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전히 보험 가입의 주된 창구는 설계사를 통한 오프라인 채널이라는 평가와 함께, 아직까진 '미니보험' 중심 전략의 한계가 뚜렷하다는 지적이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달 초 한화손해보험의 캐롯손해보험 흡수합병이 모두 완료됐다. 캐롯손보는 2019년 5월 국내 최초 디지털손해보험사로 출범해 업계의 관심을 받았지만, 설립 초기부터 지속된 적자를 극복하지 못하고 결국 합병 수순을 밟았다. 합병은 자본력을 높이고 위험을 분산하면서 온·오프라인 시장을 모두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또 다른 디지털 손보사인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은 지난달 1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올해만 신상품 5개를 출시했고, 최근 장기보험 시장에도 진출하며 본격적인 사업 확장을 앞두고 자본을 확충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2022년 출범 이후 단 한 번도 흑자를 달성하지 못한 영향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해 256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으며, 올 상반기에는 69억원의 손실을 냈다. 적자 폭은 다소 줄었지만 여전히 수익성 회복과는 거리가 있다. 지난 2013년 출범 이후 올해로 12년째 운영 중인 만큼, 업력이 짧은 카카오페이손보처럼 '실험 단계'로 보기도 어렵다는 평가다.

이달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은 홍콩 FWD그룹과 함께 AI 기반 보장 분석 시스템 개발에 착수했다. 해외 시장 진출을 통한 몸집 확대 전략이지만, 국내 시장의 한계가 뚜렷하다는 시각도 있다.

국내 보험시장에서는 여전히 미니보험의 한계가 뚜렷하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보험가입이 온라인·모바일 채널을 통해 전부 이뤄지는 만큼, 여행자보험이나 원데이 자동차보험처럼 상대적으로 보장 내용이 익숙한 상품을 제외하면 소비자가 상품 구조를 충분히 이해하기 어렵다는 의견이다. 일부 연령층에서는 ‘보험은 비쌀수록 안전하다’는 인식도 남아 있어, 합리적 가격을 내세우는 디지털 손보사의 마케팅과는 거리가 있다.

시장 구조가 여전히 설계사 중심이라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국내 손해보험사의 점포와 대리점은 각각 2695개, 2만7299개로 집계됐다. 점포는 전년 동기 대비 2곳 줄었지만, 대리점은 24곳 늘었다. 금융권이 디지털 전환을 단행하며 오프라인 채널을 축소하는 흐름과 대비되는 양상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디지털보험 등장 당시 상당히 긴장했다. 시장 판도를 완전히 바꿀 수도 있을 것으로 봤지만, 아직까지 시장점유율을 대폭 끌어올리지는 못하고 있다. 생각보다 장기화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디지털 보험사의 성장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은 국내 최대 규모 수준의 플랫폼을 기반으로 보험 영업을 진행하며, 소비자 니즈를 빠르게 반영하고 있다. 또 가입후기와 보험금 청구 후기 기능을 함께 운영하면서 소비자 요구 사항을 발빠르게 수집한다. 미니보험은 수익성이 일반 보험보다 낮지만, 점유율을 높이면 충분히 수익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카카오페이손보는 원데이 여행자보험에 무사고 환급 기능을 도입했고, 장기보험까지 상품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장기보험은 초기 단계지만, 라이프·레저 등 생활밀착형 영역으로 확장 중이며, 중복보장과 40대 여성 니즈를 반영한 100세 만기 건강보험 등 맞춤형 상품도 출시했다. 대표 상품인 여행자보험의 누적 가입자는 올해 400만명을 돌파했다. 사업 계획대로 생활밀착형 포트폴리오를 안정적으로 확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내년 디지털보험사의 성적표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순이익 전환에는 물음표가 붙지만, 적자 폭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 관건이다. 보험업권이 디지털 전환에 골머리를 앓는 만큼, 디지털보험사의 행보가 미래 보험 가입 형태를 결정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다.

또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초기 디지털보험사가 순이익을 내지 못하는 것은 선례가 없었기 때문"이라며 "전통 보험사들도 디지털화에 관심을 갖고 있어, 성공 여부에 업계의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kimsam11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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