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실사·회계오류' 다시 도마 위에…한투 IPO 경쟁력 '주춤'?
  • 윤정원 기자
  • 입력: 2025.10.23 15:00 / 수정: 2025.10.23 15:00
벨기에펀드 논란 지속
"한투 존재감 예전만 못해" 지적도
벨기에펀드 사태 등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한국투자증권의 기업공개(IPO) 주관 경쟁력에 물음표가 생기고 있다./더팩트 DB
벨기에펀드 사태 등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한국투자증권의 기업공개(IPO) 주관 경쟁력에 물음표가 생기고 있다./더팩트 DB

[더팩트|윤정원 기자] 한국투자증권이 벨기에펀드 사태로 투자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는 가운데, 과거 부실 실사와 회계 오류까지 잇따라 지적받으며 신뢰성 논란이 재점화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잇단 잡음이 한투증권의 기업공개(IPO) 주관 경쟁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 금융당국, 벨기에펀드 불완전판매 보완조사 예정

최근 벨기에펀드 사태는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벨기에 펀드 전액 손실 사태와 관련해 불완전판매 여부를 재조사하겠다고 밝히면서 논란은 오히려 확산되는 분위기다.

지난 21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증권신고서와 공모신고서 심사가 형식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투자설명서가 91페이지에 달하지만, 후순위 문구는 단 한 줄에 불과하다. 투자자가 이를 어떻게 인지할 수 있겠냐"고 꼬집었다.

이에 이찬진 금감원장은 "불완전판매 문제에 전적으로 공감하고 있다. 형식적인 대응을 전면 개선하겠다"면서 "벨기에펀드와 관련해 불완전 판매 의혹에 대한 보완 조사를 지시했다. 투자자들이 납득할 결과를 내도록 최대한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지난 15일 벨기에펀드 판매사인 한국투자증권, KB국민은행, 우리은행에 대한 현장검사에 착수했다. 해당 펀드는 벨기에 정부가 사용하는 현지 건물의 장기 임차권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2019년 6월 설정됐다. 한국투자리얼에셋운용이 총 900억 원을 모집했고, 이 중 한투증권은 589억 원어치를 판매했다.

운용사는 5년 만기 후 임차권을 매각해 수익을 분배할 계획이었으나, 현지 부동산 가치 하락과 임차인 계약 해지 등이 겹치며 매각에 실패했다. 결과적으로 회수금 '0원'의 전액 손실이 확정됐다. 한투증권은 20~50% 수준의 배상안을 제시했지만, 여전히 20~30%의 투자자들과는 합의에 이르지 못한 상태다.

◆ 부실 실사, '연례행사' 된 한투증권

한투증권을 둘러싼 부실 실사 논란도 연례행사로 자리잡는 모양새다. 2023년 한투증권이 NH투자증권과 공동주관을 맡았던 반도체 설계업체 파두는 '뻥튀기 상장' 논란에 휩싸였다. 파두는 기술특례상장 제도를 통해 증시에 입성했지만, 상장 직후 실적 부진으로 주가가 급락했다. 2023년 2분기 매출이 5900만 원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한투증권의 실사 책임론이 불거졌다.

지난해 한투증권이 대표주관을 맡았던 클라우드·디지털전환(DT) 전문기업 이노그리드 역시 상장예비심사 '승인 취소'라는 초유의 사태를 겪었다. 한국거래소가 이미 승인한 예비심사를 뒤집은 것은 1996년 코스닥 개설 이후 처음이었다. 이노그리드는 최대주주 지위 분쟁과 관련한 법적 리스크를 심사 신청서에 기재하지 않았다가, 6차 정정신고서에서야 뒤늦게 이를 반영했다. 당시 금감원은 "주관사로서 한투증권의 실사 책임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올해는 바이오 기업 오름테라퓨틱의 임상 중단 사태가 논란에 불을 지폈다. 오름테라퓨틱은 상장 두 달 만에 핵심 파이프라인인 'ORM-5029'의 미국 임상 1상 자진 중단을 발표했다. 이에 주가는 하한가로 곤두박질쳤다. 한투증권은 당시 "임상 실패 가능성을 이미 인지하고 투자설명서에 명확히 기재했다. 밸류에이션에는 해당 임상 매출을 반영하지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공모가 부풀리기'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 회계 오류 '주의'로 종결…투명성 우려는 여전

한투증권은 올해 회계 오류 문제로도 시장의 눈총을 샀다. 한투증권은 지난 3월 2019~2023년 사업보고서를 정정 공시하며 내부 환전 거래 과정에서 약 5조7000억 원의 매출이 과다 계상된 사실을 인정했다. 당사는 내부 점검을 통해 오류를 발견하고 스스로 정정했지만, 자본시장 공시 신뢰성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금감원은 즉시 회계심사에 착수했으나, 지난 8월 "고의성이나 중대한 위반이 확인되지 않았다"며 '주의' 조치로 심사를 종결했다. 한투증권은 종합투자계좌(IMA) 인가 심사를 앞두고 있어 이번 사건의 종결로 잠재적 부담을 덜게 됐다. 하지만 잇단 내부통제 관련 사고는 기업문화 전반의 리스크 관리 체계에 의문을 남겼다.

이밖에도 한투증권은 작년 11월 신용공여 위반으로 기관주의와 과징금 1억7000만원, 과태료 9억5000만원 등의 제재를 받은 데 이어, 올해 4월에는 사모펀드 판매 과정의 적합성 원칙 위반으로 기관경고 처분까지 받은 바 있다.

◆ 'IPO 강자'의 흔들림…주관 경쟁력 저하 관측도

잇단 논란 속에서 'IPO 강자'로 불리던 한투증권의 입지도 흔들리고 있다. 올해 3분기 한투증권이 주관한 IPO는 프로티나(210억 원) 단 한 건에 그쳤다. 같은 기간 NH투자증권이 3317억원, KB증권이 2924억원, 신한투자증권이 1235억원 등의 성적표를 낸 것과는 뚜렷한 격차다. 프로티나의 IPO 인수 수수료는 약 1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한투의 존재감이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실사·내부통제·상품 설계 등 기본 역량에 대한 신뢰 회복 없이는 IPO 강자의 명성을 이어가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한 IB 관계자는 "IPO 시장은 성과보다 평판이 우선 작용한다"며 "주관사로서의 신뢰가 흔들리면 대형 딜 참여 기회도 줄어든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회계·실사 이슈가 반복될 경우, 거래소나 발행사 측에서 주관사로 선정하는 데 부담을 느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한투증권 측은 올해 성사시킨 8건의 IPO의 수수료 수익성은 높았다는 견해다. 한투증권이 올해 벌어들인 IPO 수수료 수익은 100억원 수준이다. 한투증권 관계자는 "당사의 IPO 경쟁력이 약화되었다고 보고 있지는 않다. 단기적인 순위 변화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실질적인 성과와 수익성 중심으로 접근하고 있다"라고 답변했다.

garden@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이메일: jebo@tf.co.kr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