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장혜승 기자] 미국과 유럽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전쟁 자금줄을 끊기 위해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제재를 확대하면서 한국 정유사가 수혜를 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러시아산 원유의 대체재로 중동산 원유 수요가 증가하면서 중동산 원유 수입 비중이 높은 국내 정유업계에 원가 절감 요인이 될 수 있어서다. 업계는 여러 변수가 많은 만큼 실제 제재 시행 여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유럽의 러시아산 원유 제재 확대로 한국 정유업체가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제재 수위를 높이고 있다. 러시아 재정 수입의 25%가 석유·가스업체에 대한 세금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러시아가 원유 수출이 불가능해지면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논의에 적극 참여할 것이란 게 트럼프 행정부의 판단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터키를 포함한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에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전면 중단하도록 압박하고 있다. 인도에 대한 제재 강도도 높이고 있다. 인도는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지속하면서 사실상 우크라이나 전쟁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월27일부터 인도가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지속하고 있다는 이유로 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했다. 4월부터 부과한 25% 상호관세까지 합치면 총 50% 관세율을 적용했다. 우크라이나 종전을 위해 러시아를 압박하는 일종의 '제3국 제재(세컨더리 제재)'라는 분석이다.
다음 타겟은 러시아산 원유 최대 수입국인 중국이다. 중국 원유 수입량의 9%를 차지하는 르자오 시화 원유수입 터미널과 일부 선박이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중국 산둥성 르자오 항구 인근 국영업체 시노펙(SINOPEC) 일부 정유소에서 하루 25만배럴의 가동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소규모 정유사, 이른바 티포트(Teapot)뿐만 아니라 국영 정유업체의 가동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된 셈이다.

유럽도 동참했다. 영국은 러시아 원유 업체 2곳과 러시아 원유를 수입하는 중국 정유 및 항만업체에 제재를 가했다. 또 유럽연합(EU)의 제18차 대(對)러시아 제재 패키지에 따르면 2026년 1월21일부터 러시아산 원유를 정제한 석유제품을 제3국에서 수입·구매 또는 이전하는 행위가 금지된다.
증권가에서는 러시아산 원유 제재가 대체재인 중동산 원유 수요 강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중동산 원유 수입 비중이 높은 국내 정유업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국내 정유사의 중동산 원유 수입 비중은 2021년 59.8%에 그쳤는데 이후 상승 전환돼 2022년 67.4%, 2023년 71.9%, 2024년 71.5%를 기록했다.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은 "중동산 원유 수요가 증가하면 오펙플러스(OPEC+, 중동 산유국 12개와 비중동 산유국 11개의 협의체)의 빠른 감산 완화와 시장점유율 확대로 귀결될 수 있다"며 "이 과정에서 아시아 OSP(Official Selling Price, 중동 산유국들이 원유를 아시아 등 지역 시장에 판매할 때 적용하는 공식 판매가격)는 빠르게 낮아지며 정유업체 원가 절감 요인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결과적으로 한국 정유산업의 내년 이익은 대폭 개선될 거란 분석이다.
업계는 신중한 입장이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가능성은 있는데 실제로 업계 이익으로 연결될지는 여러 변수들도 있기 때문에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실제로 원가 절감이 이어지는 경우, 중동산 원유 수입 비중이 높은 국내 정유업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실제 제재 시행 여부와 영향에 따라 달라질 것 같다"고 했다.
zza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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