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강남구=이성락 기자] '스포츠 직관(직접 관람) 어렵다면 이것도 나쁘지 않은데?'
삼성전자 '갤럭시XR'을 체험한 직후 떠오른 생각이다. 인공지능(AI) 기술로 마치 경기장에서 보는 것과 같은 생생한 현장감을 구현해 직관의 기회를 놓친 스포츠광 고객에겐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삼성전자는 22일 '갤럭시 이벤트'를 열고 헤드셋 형태의 모바일 기기 '갤럭시XR'을 공개했다. '갤럭시XR'은 삼성전자와 구글, 퀄컴이 수년간 공동 개발해 내놓은 안드로이드XR 플랫폼을 최초로 탑재한 제품이다.
이날 서울 강남구 삼성강남에서 마주한 '갤럭시XR'의 첫인상은 기존 XR 헤드셋 기기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부피가 크다 보니 헤드셋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이들에겐 다소 불편하게 느껴질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실제 착용감은 예상과 달랐다. 기기 뒤쪽에 있는 다이얼을 통해 얼굴에 맞게 조절, 불편함을 느낄 수 없었고 고개를 좌우로 흔들어도 무게와 관련한 부담이 크지 않았다. '갤럭시XR'의 무게(545g)는 애플 비전프로(750~800g)와의 경쟁 구도에서 큰 장점으로 여겨졌다. 헤드셋 프레임의 경우 이마와 머리 뒤쪽의 압력을 고르게 분산시켜 장시간 사용에 따른 피로감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는 게 삼성전자 관계자의 설명이다.
XR 헤드셋을 처음 경험한 이들도 쉽게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기기 조작 또한 어렵지 않았다. 엄지와 검지를 붙였다 뗐다 하는 간단한 동작으로 실행 화면을 제어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높은 몰입감의 XR 사용 환경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유튜브를 통해 아이돌의 영상을 재생했을 때, 마치 눈앞의 현실 장면을 그대로 보는 듯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구글 포토 앱에서도 기존 2D 사진과 영상을 입체감 있는 3D로 즐길 수 있었다.
스포츠 콘텐츠를 즐기는 이들에게 유용하겠다는 느낌을 받은 것도 생생한 현장감 때문이다. 이날 기기 체험 때 스포츠 생중계를 직접 경험할 순 없었지만, '갤럭시XR'을 출시하면서 MLB, NBA, 쿠팡플레이, 티빙 등과 협력하는 등 이미 삼성전자가 스포츠광들을 겨냥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저스틴 페인 구글 XR 제품 관리 총괄은 "메이저리그 야구와 NBA 농구 XR 콘텐츠도 '갤럭시XR'로 즐길 수 있다. 한국 스포츠도 몰입형 콘텐츠로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며 "마치 직접 경기장에서 뛰는 듯한 생생한 느낌을 담았다"고 소개했다.
같은 맥락으로, 고도화된 몰입형 경험을 원하는 게임 헤비 유저(열성 사용자)에게도 큰 호응을 얻을 것으로 보였다. XR 전용 게임과 안드로이드 기반 게임이 '갤럭시XR'을 통해 실행 가능하다.
이날 기기 체험은 간단한 조작과 시각적인 경험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에 구글 AI 서비스 제미나이를 품은 '갤럭시XR'의 진가를 확인하긴 어려웠다. '갤럭시XR'은 안드로이드XR이 적용된 만큼, 음성 명령을 통한 상호작용이 특장점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예를 들어, 구글 지도에서 "뉴욕 맨해튼으로 이동해 줘"라고 하면 눈앞에 맨해튼의 전경이 펼쳐진다. 이어 "이 근처에 피자집을 추천해 줘"라고 덧붙이면, 제미나이가 구글 검색을 통해 식당과 관련한 정보를 제공한다.
눈앞의 현실 장면이 그대로 보이는 패스 스루 상태에서는 서클 투 서치를 활용해 눈앞에 있는 사물에 대한 정보를 즉시 검색할 수 있다. 게임의 경우 제미나이에게 실시간 코칭을 받을 수 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XR' 활용 분야를 기업 간 거래(B2B)로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직원들이 가상의 공간에서 업무와 관련한 훈련을 받을 수 있는 방식이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는 삼성중공업과 '갤럭시XR을 활용한 가상 조선 훈련 솔루션 구축 MOU'를 체결했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차세대 스마트 글라스 등 향후 다양한 폼팩터를 통해 안드로이드XR 생태계를 확장해 나갈 방침이다.
다만 269만원이라는 가격은 고객 입장에서 다소 부담스러울 것으로 보였다. 500만원에 달하는 애플 비전프로와 비교하면 절반 값에 불과하지만, 젊은 고객층이 가벼운 마음으로 선뜻 구매하긴 어려울 것으로 점쳐진다. 더구나 저시력 고객은 14만원을 더 지불해 '갤럭시XR' 전용 렌즈를 구매해야 한다.
헤비 유저를 겨냥한다는 점에서 초도 물량은 그리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5만~10만대 수준일 전망이다. 판매 목표치도 별도 언급하지 않았다. 임성택 삼성전자 한국총괄 부사장은 "구체적인 판매 수치를 이야기하기보단, 업계 선두인 구글과 XR 생태계를 함께 만들어가는 시작점이라는 것이 '갤럭시XR'이 지닌 큰 의미"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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