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장혜승 기자] 국내 석유화학 업계가 3분기에도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 것으로 보인다. 경기 둔화와 중국발 저가 공세가 기업들의 목을 짓누르고 있어서다. 산업 전반의 구조적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정부가 주문한 구조조정도 지연되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석유화학 4사 가운데 두 곳은 올 3분기에도 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먼저 롯데케미칼은 8분기 연속 영업손실이 유력하다. 증권가에서는 롯데케미칼의 3분기 영업손실을 959억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컨센서스(평균 전망치)인 1321억원을 27% 상회하는 수치긴 하나 2023년 4분기부터 8개 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갈 전망이다. 범용 제품 가격이 낮은 수준에 머무른 데다 국제 유가 강세로 납사 등 원가 부담이 지속된 탓이다. 인도네시아 라인프로젝트 신규 가동에 따른 초기 비용 발생도 추가적인 적자 폭 축소 가능성을 제한할 거란 분석이다.
한화솔루션은 영업손실 1687억원이 예상된다. 컨센서스 1156억원을 46% 하회하는 수치다. 특히 태양광 부문에서 영업손실 1269억원으로 추정된다. 한화솔루션은 지난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3분기 신재생에너지 사업부에서 1000억원 초반의 적자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나마 LG화학은 영업이익 5568억원으로 추정돼 비교적 선방할 가능성이 높다. 전년 동기 대비 12%, 전분기 대비 17% 증가한 수치다. 하지만 배터리 자회사인 LG에너지솔루션 실적 의존도가 높아 이를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부진한 실적이라는 분석이 중론이다. 석유화학과 양극재 등 본업 실적은 3분기에도 저조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이같은 부진은 석유화학 업황 탓이 크다. 중국을 중심으로 2020년 이후 기초유분 설비 증설이 지속되면서다. 중국은 석유화학 제품 자급률 확충, 소규모·노후화 설비 축소, 설비 효율화 등의 사유로 기초유분 설비를 증설하고 있고 이는 글로벌 수요를 초과하고 있다. 중국뿐만 아니라 북미와 중동도 기초유분 설비를 증설하면서 에틸렌과 프로필렌의 공급과잉이 지속되고 있다. 타제품 대비 에틸렌과 프로필렌의 수급불균형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문제는 업황 개선이 요원해 실적 부진이 2027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업황 개선은 내년까지도 어려울 것"이라며 "당장의 적자는 피할 수 없는 상황이고 내년은 물론이고 2027년까지 적자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같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가 추진하는 구조조정안은 여전히 진행이 더딘 상황이다. 앞서 정부는 나프타분해시설(NCC) 생산능력 25% 감축을 뼈대로 하는 구조개편안을 발표했다. 국내 석유화학 기업 10곳은 연말까지 구체적인 사업재편 계획안을 내야 한다. 이에 여수와 대산, 울산 등 국내 3대 석유화 산업단지에서는 물밑 협상이 이어지고 있다. 여수에서는 GS칼텍스와 LG화학, 대산에서는 롯데케미칼과 HD현대오일뱅크, 울산에서는 SK지오센트릭과 대한유화 사이에서 논의가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기업 간 자율 협상 원칙을 바탕으로 하는 만큼 결론을 도출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중국에 경쟁력을 잃은 범용제품 대신 고부가가치(스페셜티) 제품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짜야 한다는 진단이 나온다. 석유화학 4사 가운데 유일하게 견조한 실적이 예상되는 금호석유화학은 폴리에틸렌(PE)과 합성고무 등 고부가 정밀화학 제품 위주로 수익 구조를 구축했다. 금호석유화학의 3분기 영업이익은 812억원으로 전망된다. 다른 석화 기업들과 달리 나프타분해시설(NCC)을 보유하고 있지 않아 상대적으로 중국발 저가공세 영향을 덜 받은 것도 영향을 미쳤다.
KDB미래전략연구소가 발간한 '석유화학산업 동향 및 제품별 분석' 보고서에서 연구진은 "고부가가치 제품 확대에 따른 제품 포트폴리오 변화로 수익성 확보가 필요하다"며 "고부가가치 제품은 제품 품질이 중요한 품목으로 공급과잉 영향을 크게 받지 않고 수익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주요 기업의 석유화학 범용 부문의 영업이익은 3분기 이상 연속 적자를 기록한 반면 고부가가치 부문은 5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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