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이한림 기자] SK하이닉스가 지난해와 다른 겨울맞이를 보내고 있다. 명절 이후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더니 종가 기준 40만원대 후반까지 올라섰고, 마침내 장중 50만원 고지마저 점령했다. 지난해 가을 글로벌 증권사가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12만원까지 낮추면서 '겨울이 곧 닥친다'는 제목의 보고서를 낸 1년 전 전망과는 완전히 다른 결과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이날 장중 50만원을 돌파했다. 전날까지 4거래일 연속 상승했으며 21일 장에서도 2% 가까이 오르면서 최고 50만2000원을 터치했다. 오전 12시 6분 기준 상징적인 고점 경신 후 차익실현 매도세가 다소 이어져 상승분을 반납했으나 여전히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말 17만3900원에 거래를 마치고 올해 첫 거래일에서 17만1200원에 거래됐다. 이후 5월까지 20만원대에서 횡보하다가 9월 들어 30만원선까지 올랐고, 명절 연휴 이후 40만원대까지 올라섰다. 지난해 SK하이닉스를 매수해 보유하고 있던 주주들은 올해 1년 동안 올린 수익률만 200%에 육박한다.
SK하이닉스의 반전은 혹평을 내린 글로벌 증권가를 경악하게 한다. 반도체 산업의 장래가 밝지 않다며 '반도체 겨울론'을 외친 미국계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가 대표적이다. 모건스탠리는 지난해 추석 연휴 직후인 9월 말 SK하이닉스의 투자 등급을 '비중 확대'에서 '비중 축소'로, 목표주가는 12만원으로 낮추면서 이례적인 하향 전망을 내놨다. 이후 SK하이닉스의 주가는 곤두박칠쳤고, 연말까지 20만원도 달성하지 못한 채 부진했다.
당시 모건스탠리는 "2026년까지 D램 업황은 공급 과잉일 것"이라며 "인공지능(AI) 핵심인 고대역폭메모리(HBM)도 공급 과잉이 우려된다. SK하이닉스는 글로벌 메모리 업체 중 가장 선호도가 낮은 종목"이라고 관측했다.
SK하이닉스에 대한 전망을 뒤집은 계기가 된 곳은 글로벌 증시에 AI 열풍을 몰고 온 미국 엔비디아다. 엔비디아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SK하이닉스가 HBM을 공급하던 곳으로, AI 산업의 발달과 함께 실적이 폭등하면서 애플을 제치고 글로벌 시가총액 1위에 올라선 업체다. SK하이닉스도 엔비디아 강세에 편승해 올해 5월까지 꾸준히 20만원대 초반에서 주가가 형성되면서 모건스탠리의 목표가보다는 높은 선을 유지했다.
탄력은 코스피에 외인이 수급이 쏟아지기 시작한 6월부터 받았다. 6월 코스피는 새 정부 출범 후 탄핵 정국이라는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와 정부의 증시 활성화 정책 방향, 외인 투자자의 국내 기업 저평가 기조 등과 맞물려 꾸준히 올랐으며 SK하이닉스도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와 함께 투자자들의 러브콜을 받았다. 20만원대를 횡보하던 주가는 9월 들어 30만원선을 돌파했고 명절 직후 현재의 주가까지 껑충 뛰어올랐다.
증시에 깔린 여전한 AI 열풍과 실적 개선이 동반된 것도 SK하이닉스가 하방 압력을 버텨내고 높게 치솟은 배경으로 꼽힌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SK하이닉스의 올해 연간 실적 컨센서스를 매출 90조3931억원, 영업이익 40조1656억원으로 전망하고 있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36.5%, 71.1%로 오른 수치다.
증권가에서는 '50만닉스'(SK하이닉스 주가 50만원)가 끝이 아니라는 전망마저 나온다. 글로벌 증시가 AI 산업 발전에 따라 기본 반도체를 넘어 엔비디아 등 전력인프라, 오라클과 팔란티어 등 소프트웨어 단계까지 넘어가고 있고 데이터센터 업체들의 메모리 수요가 여전히 높다는 측면에서다.
지난 20일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기존 46만원에서 60만원까지 올린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AI 데이터센터 업체들의 메모리 수요 급증이 기존 HBM 중심에서 서버 D램, GDDR7, LPDDR5X, eSSD 등 메모리 전 분야로 확산하고 있다"며 "2025년과 2026년 영업이익을 메모리 ASP 상승을 반영해 42조1000억원, 63조8000억원으로 상향 조정했다"고 분석했다.
목표주가를 기존 48만원에서 55만원으로 높인 류형근 대신증권 연구원도 "SK하이닉스는 6세대 HBM4 12단 제품 인증에 가장 앞서 있고, 2026년에도 점유율 1위를 유지할 전망이다. 빈틈없이 호황을 누릴 수 있는 게 강점"이라며 "과거 밸류에이션에 사로잡히지 않고 매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