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2기 출범으로 글로벌 방산 공급망이 재편되는 상황에서 한국 업체들이 시장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국내 최대 규모 항공우주·방위산업 전문 전시회에 참가한 업체들은 미래 전장을 그려내며 해외 군 관계자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한국우주항공산업협회·한국방위산업진흥회가 주최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국방부·산업통상자원부 등이 후원하는 서울 국제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서울 ADEX 2025) 비즈니스 데이가 지난 20일부터 오는 24일까지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다.
앞서 지난 17일부터 19일까지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퍼블릭 데이가 열렸다. 1996년 서울에어쇼로 시작한 ADEX는 격년으로 열린다. 20일 비즈니스 데이 개막식에는 이재명 대통령과 안규백 국방부 장관 등이 참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을 비롯한 국가들에 방위비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그간 미국이 안보를 책임졌다며 이제는 스스로 방위를 책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글로벌 방산 시장은 유럽을 중심으로 공급망이 재편되는 상황이다.
"신경 썼다"라는 느낌이 드는 부스는 LIG넥스원이었다. LIG넥스원은 항공무장체계를 중심으로 부스를 풀어냈다. 자체 기획한 한국형 다목적 순항유도탄(L-MCM)을 비롯해 대함과 대지 타격 임무와 재밍 등 비타격 임무 수행이 가능한 모듈형 유도탄(L-MSM) 등이다.

LIG넥스원은 중동과 아시아, 북아프리카, 유럽 등 대공유도무기 라인업이 배치되는 'K-방공망 벨트' 비전을 제시한다는 입장이다. 실제 이날 현장에는 중동과 유럽 등 군 관계자가 부스를 찾아 경영진과 경영 현황을 논의했다. 신익현 대표이사가 직접 대응하기도 했다.
북대서양조양기구(NATO) 관계자도 약 10분간 LIG넥스원 부스를 돌아본 뒤 경영진과 협력할 수 있는 분야에 대한 논의를 벌였다. LIG넥스원 관계자는 "다양한 지역에서 방문해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라고 설명했다.
유상증자를 통해 미래 투자 재원을 확보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화시스템과 한화오션과 통합 부스를 꾸렸다. 역대 최대인 1960㎡ 규모로 통합관을 꾸린 한화 3사는 각사 장점을 살리며 참가자들에 존재감을 드러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22년 12월 고도화 사업 체계종합기업으로 선정된 뒤 한국우주연구원과 오는 11월 예정된 4차 발사를 시작으로 내년 5차 발사, 2027년 6차 발사까지 제작을 주고 누리호 형상을 공개했다. 저궤도 SAR 위성도 선보였다.
한화오션은 최근 대외적으로 공개한 차세대 전략 수상함을 전시했다. 차세대 전략 수상함은 기존보다 스텔스 성능을 강화했으며, 탄도미사일과 드론 등 위협에 대응하는 무기체계를 단계별로 배치한 수상함이다. 미래 시장을 선점하고자 차세대 전략 수상함을 공개했다.

차세대 전략 수상함에는 한화시스템이 세계 최초로 전투체계와 통합기관제어체계(ECS), 통합함교체계(IBS)를 통합한 스마트 배틀십이 AI 기반 자동 표적 인식 등을 수행한다. 한화시스템은 차세대전술통신시스템 등을 공개하기도 했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최근 중국이 자회사 제재 조치를 한 것과 관련해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 과정에서 상징적으로 제재한 것으로 보인다. 큰 타격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자동차그룹 기아와 현대로템, 현대위아는 통합 부스를 꾸며 참가자들 눈을 사로잡았다. 기아는 타스만 전술 지휘차를 비롯해 중형표준차를 실제로 선보였다. 아울러 한눈에 들어오는 대형표준차 모형도 전시했다. 군 관계자는 기아 부스에 오래 머물려 설명을 듣기도 했다.
현대위아는 경량화 105mm 자주포를 선보이며 입지를 강화했다. 아울러 원격사격통제체계(RCWS) 실물도 공개했다. RCWS는 사수가 실내 모니터로 전장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원격으로 사격할 수 있는 무기다. 미래 전장을 그리는 ADS(대드론 방어체계)도 강조했다.
현대로템은 AI 기반 다족보행 로봇과 무인소방로봇 수소연료 플랫폿 등을 내세웠다. 현대차그룹 수소 비전을 실현하는 주체 중 하나인 현대로템은 수소 모빌리티 대표 전시품 수소연료전지 기반 무인 전동화 플랫폼 블랙 베일을 선보였다.

대한항공은 무인기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KF-21 편대기로서 작용할 저피탐 무인편대기(LOWUS) 시제기를 선보였다. 그간 항공업만 영위하던 면모에서 최근 LIG넥스원과 손잡고 한국형 전자전기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며 존재감이 확대되고 있다.
글로벌 항공우주산업체인 에어버스는 이날 KAI와 LIG넥스원과 양해각서를 체결하는 등 국내 업체에 손을 내밀었다. 에어버스는 최근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내 업체와 협력을 강화한다고 밝힌 바 있다.
글로벌 방산 공급망 재편 속 업체들 노력뿐 아니라 정부 지원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현장에서 나온다. 방산은 정부와 정부가 관여할 수밖에 없는 만큼 기업뿐만 아니라 정부도 수출 확대와 기술 선점을 위해 신경 써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방위산업이 첨단 기술 개발 핵심 요소라며 정부 지원과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 산업 경제 발전 계기의 하나로 활용해야 한다"라며 "정말로 방산 발전에 필요한 핵심 부분에 최대한 많이 의견을 내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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