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이번 주 음악회, 선영 방문 등 부친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 추모 행사 일정을 소화한다. 27일에는 회장 취임 3주년으로, 이 회장이 별도 경영 메시지를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은 이날 오후 경기 용인 삼성전자 인재개발원에서 이 선대회장 5주기 추모 음악회를 진행한다. 이 선대회장 추모 음악회가 열리는 것은 올해까지 3번째로, 매년 삼성가와 사장단, 임직원, 인근 주민, 협력사 대표 등 1000여명이 음악회에 참석해 고인을 추모해 왔다.
지난 1987년 이병철 창업회장 별세 후 삼성 2대 회장직에 오른 이 선대회장은 2014년 5월 서울 용산구 자택에서 심근경색으로 쓰러졌다. 이후 6년 동안 투병하다 2020년 10월 25일 향년 78세로 별세했다. 이 선대회장은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라"로 대표되는 '신경영 선언'을 통해 그룹 혁신을 주도, 삼성을 글로벌 기업 반열에 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선대회장을 추모하는 자리인 만큼, 이 회장과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 등 유족 대부분이 음악회에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회장은 전날 미국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 인근에서 이뤄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골프 회동을 마친 뒤 바로 귀국 비행기에 올랐고, 이날 새벽 3시쯤 도착했다.

이 회장이 추모의 방법으로 음악회를 선택한 것은 문화 인프라 육성에 남다른 관심을 쏟은 이 선대회장의 생전 발자취를 기린다는 의미다. 문화·예술 분야 지원에 앞장선 이 선대회장은 과거 "기업이 사회 전체의 문화적 인프라를 향상시키는 데 한몫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이 선대회장의 '문화 공헌' 철학을 계승, 다양한 지원 활동을 벌이고 있다. 앞서 삼성가는 이 선대회장이 모은 문화재와 미술품 등을 기부하기도 했다.
이어 이 회장은 오는 24일 경기 수원 이목동 선영에서 진행되는 추도식에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기일이 토요일이라는 점에서 하루 앞당겨 추도식을 열기로 했다. 지난해와 동일하게 유족들과 사장단 위주로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추모 행사가 진행될 전망이다.
이 외 그룹 차원의 이 선대회장 추모 행사는 열리지 않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 회장은 오는 27일엔 회장 취임 3주년을 맞는다. 마찬가지로 취임 3주년 관련 별도 행사는 마련되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재계는 이 회장이 이 선대회장 기일과 회장 취임 3주년에 맞춰 특별한 경영 메시지를 내놓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 선대회장 참배 이후 사장단과 만난 오찬 자리에서 경영 메시지를 내놓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회장은 지난 2021년 추도식, 오찬 자리 이후 열린 이 선대회장 흉상 제막식에서 "이제 겸허한 마음으로 새로운 삼성을 만들기 위해, 이웃과 사회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우리 모두 함께 나아가자"며 뉴삼성 비전을 제시한 바 있다.

물론 별도 메시지를 준비하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 회장은 지난 7월 부당 합병 의혹 무죄를 확정받은 뒤 외부로 드러내지 않고 경영 내실 다지기와 미래 준비에 집중하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 추석 연휴에도 사업장을 점검하면서 별도 메시지를 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삼성을 둘러싼 경영 상황은 나쁘지 않다. 모바일 영역에서 잇달아 흥행에 성공했고, SK하이닉스에 내준 메모리 1위 자리도 되찾았다. 이를 바탕으로 올해 3분기 시장 전망치를 크게 웃도는 매출 86조원, 영업이익 12조원대의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수년째 지지부진했던 주가 또한 가파르게 상승해 '10만전자'를 목전에 두고 있다. 다만 이 회장은 글로벌 경기 침체, 미중 기술 패권 경쟁, 보호무역주의 확산, 한미 관세 등 해소되지 않은 리스크를 고려해 일부 성과에 만족하기보단 엄중함을 안은 채 경영 고삐를 바짝 조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 회장은 이달 말부터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관련 일정을 소화한다. 기업인 행사인 APEC CEO 서밋에 젠슨 황 엔비디아 창립자 겸 CEO, 샘 올트먼 오픈AI CEO,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등 빅테크 거물이 대거 참석할 예정으로, 이들과 이 회장의 만남 이후 나올 결과물에 재계 안팎의 관심이 쏠린다.
재계 관계자는 "APEC CEO 서밋을 계기로 국내 기업인과 글로벌 리더들이 협력 방안을 적극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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