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 | 김태환 기자] 최근 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등 금융지주사들이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늘리고 있다. 정부의 '생산적 금융' 강화 기조에 맞춰 관련 투자를 확대하면서, 위험가중자산(RWA)이 늘고 BIS비율이 하락할 우려가 커지자, 이를 방어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20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는 지난 15일 진행한 신종자본증권 수요예측에서 신고 금액 2700억원의 약 3배에 달하는 7810억원의 수요를 모집했다. 우리금융은 신종자본증권 규모를 4000억원으로 증액하기로 했다.
앞서 신한금융지주도 지난달 신종자본증권 4000억원 발행했다. 신한금융 역시 수요예측에서 2700억원 모집에서 7810억원의 수요를 모아 4000억원으로 증액 발행했다. 발행금리는 3.26%로 결정됐다.
하나금융지주도 지난 8월 2700억원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추진하면서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7200억원의 수요가 몰리며 4000억원 규모로 증액 발행했다. 발행금리는 3.29%로 결정됐다.
iM금융지주도 신종자본증권 발행 수요예측에서 목표금액 1000억원의 2배가 넘는 2160억원 수요가 몰렸다.
금융지주의 이같은 신종자본증권 발행은 국제결제은행(BIS) 기준에 따른 자기자본비율 관리를 위해서다.
국내 5대 시중은행들은 오는 2028년까지 바젤Ⅲ 위험가중자산(RWA) 하한선을 충족하기 위해 약 11조9600억원의 자본을 추가 확보해야 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자기자본비율은 은행이 가진 RWA 대비 자기자본이 얼마나 되는가를 나타내는 지표다. 금융당국은 통상 10.5% 이상(은행 기준)을 요구하고, 실제 금융지주들은 14~16% 수준을 유지하려 노력한다.
자기자본을 높여야 자기자본비율도 상승하는데, 신종자본증권은 회계상 부채로 잡히지만, 감독당국은 이를 자본으로 인정해준다. 이 때문에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면 총자본비율(BIS 비율)이 높아지는 효과를 낸다.
특히 정부의 '생산적 금융' 정책 기조에 발맞추려면 신종자본증권 발행이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생산적 금융을 위해서는 기업투자·모험자본 등에 자금 공급을 늘려야 하는데, 이러한 자금은 대부분 위험도가 높은 투자성 자산으로 분류된다. 이는 결국 RWA를 높이기 때문에 BIS비율이 낮아지게 된다.
포용 금융 확대와 관련한 부담도 존재한다. 최근 금융당국은 장기 연체채권 채무조정을 담당하는 '배드뱅크'의 출연금 중 절반인 4000억원을 은행을 비롯한 금융권에 분담하도록 했다. 대형 은행의 경우 출자금이 600억~700억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출연금은 결국 회계상 현금유출로, 자기자본이 감소하는 효과가 나타나 BIS비율 하락 요인이 된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생산적 금융을 늘리면 자본비율은 떨어지고, BIS 기준을 지키려면 다시 자본을 늘려야 한다"면서 "유상증자의 경우 주가 희석과 같은 문제가 나타나기에, 대안으로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해 자본비율을 보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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