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세종=정다운 기자] 미·중 간 희토류(17개 희귀 금속 원소) 전쟁이 본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공급망 타격은 미미할 것이란 평가다. 미국의 고율 관세 부과로 동맹국들이 뿔이 난 상황에서 중국이 이 틈바구니를 활용, 되레 우리나라, 일본 등 미 동맹국에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희토류 자급자족 외친 美···현실은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
중국 상무부는 지난 9일(현지시각) ‘해외 생산·운송되는 희토류 물품에 대한 수출통제 결정’을 발표했다.
핵심은 역외 수출통제다. 지난 4월 발표한 희토류 통제 조치(사마륨 등 7종)는 중국 내 수출자만 대상이었지만, 이날 발표에서는 해외에서 중국산 희토류 활용할 경우 중국 상무부의 허가를 받으라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미국은 즉각 반발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0일 "다음 달 1일부터 중국에 100%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미국의 대(對)중국 평균 관세는 약 50%대 수준으로, 추가 관세가 부과될 경우 관세율은 150%를 웃돌게 된다.
희토류는 반도체, 인공지능, 전투기 등 첨단 산업에서 필수적으로 사용돼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엔 중요한 자원이다. 트럼프 1기 때도 이 같은 중국의 위협이 있었던 터라, 미국은 그간 희토류 자립을 위해 발버둥쳐왔다. 하지만 노력 대비 성과는 저조했다.
미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희토류 생산량은 27만톤(t)으로 세계 약 70%를 차지한다.
중국은 정제·제련 시장의 90%를 장악하고 있고, 세계 희토류 영구자석(희토류 활용 최종제품)의 93%를 생산하고 있다.
미국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이 생산(4만5000t·전체 11%)하고 있지만, 중국의 생산량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이마저도 정제·가공 시절이 부족해 대부분을 중국에 보내 가공하고 있다. 정제·가공 과정에서 심각한 환경오염이 유발돼서다.
환경오염에 둔감한 아프리카와 같은 선택지도 있지만, 문제는 인프라를 새로 구축해야 해서 자칫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희토류 공급망 다변화가 어려운 이유다.
김수동 산업연구원 글로벌경쟁전략연구단장은 "아프리카와 같은 나라를 발굴해서 사업하기에는 너무나 큰 초기 비용이 든다"며 "중국에서 받아오던 희토류 가격과 몇 배 이상 차이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단기간 공급망 다변화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얘기"라며 "미국으로서는 (이 문제를)쉽게 해결할 수 없는 아킬레스건"이라고 부연했다.

◆中, 美 동맹 흔들듯…韓, 日 등 미 동맹국에 손 내밀 수도
중국의 희토류 수출통제 역외 적용과 관련해 산업통상부는 지난 16일 민관 유관기관 함께 ‘희토류 공급망 TF’를 가동하기로 했다.
우리 기업에 대한 수출허가가 신속 발급될 수 있도록 △한중 수출통제 대화 △한중 공급망 핫라인 △한중 경제공동위 등 다층적 협력채널을 통해 중국과 긴밀히 소통해 나간다는 구상이다.
역외 수출통제가 오는 12월 1일부터 시행되면 국내 산업에도 일정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다만, 고율 관세 부과로 미국을 바라보는 동맹국들의 시선이 곱지 않은 가운데 중국이 미 동맹 흐트러트리기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김 단장은 "중국의 타겟은 미국"이라며 "미국이 동맹국들에 관세를 부과해서 압박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중국이 한국, 일본 등에는 통제 완화 등 유화적인 정책을 써서 미 동맹을 분산시키는 전략을 쓸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어 "이 시점에서 중국이 우리나라나 일본을 미국 쪽에 더 밀착시키지는 않을 것 같다"며 "문제는 미국이 가장 가까운 동맹이라고 하면서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등 앞뒤가 맞지 않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가 국내 산업에 끼치는 영향이 미미하고 중국과의 관계도 신경 써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송영관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희토류 비축분 6개월 분량이 있어 단기적으로 문제 없을 것"이라며 "미국이 제일 두려워하는 부분은 우리가 중국하고 가까워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장점은 중국과 자유무역협정(FTA)를 맺었단 점"이라며 "우리가 중국과 동맹을 할 수는 없지만, 경제적으로는 이 채널을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은 2014년에 중국의 희토류 통제에 당한 뒤 다변화 노력을 꾀했지만, 여전히 70%는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오는 31일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미·중 정상회담이 성사될 경우 중국의 희토류 수출통제 문제가 논의 될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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