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황지향 기자] HD현대 오너 3세인 정기선 수석부회장이 회장 자리에 오르며 그룹이 전문경영인 체제에서 오너 경영 체제로 전환된다. 정 회장은 조선·건설기계 부문 통합을 앞두고 미국과의 협력 강화, 미래 성장동력 확보 등 그룹 재편을 진두지휘할 전망이다.
HD현대는 17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2025년도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고 밝혔다. 올해 인사는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 HD현대건설기계와 HD현대인프라코어의 통합을 앞둔 상황에서 조직 혼선을 최소화하고, 합병에 따른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예년보다 이른 시기에 시행됐다는 설명이다.
이날 인사에서는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이자 현대 오너가 3세인 정기선 수석부회장이 회장으로 승진했다.
정기선 회장은 연세대 경제학과와 미국 스탠퍼드대 MBA를 졸업했으며 2009년 현대중공업 기획실 재무팀에서 경력을 시작했다. 이후 HD현대 경영지원실장, HD현대중공업 선박영업 대표, HD현대마린솔루션 대표이사를 거쳐 지주사 HD현대와 중간지주사 HD한국조선해양의 대표이사를 맡아왔다. 이번 인사로 그는 HD현대사이트솔루션 공동대표도 겸임하며, 최근 실적이 부진한 건설기계 부문 정상화에 직접 나선다.
그는 2016년 HD현대마린솔루션 설립을 주도해 시가총액 11조원의 그룹 핵심 계열사로 성장시켰고, 2021년에는 두산인프라코어 인수를 이끌며 건설기계 사업을 그룹의 새로운 축으로 편입시켰다. 이후 인공지능(AI), 디지털 혁신, 친환경 원천기술 확보 등 미래 성장동력 발굴에 주력해왔다. 특히 미국 내 주요 인사들과의 연쇄 회동을 통해 조선·에너지·로보틱스 분야 글로벌 협력 기반도 다지고 있다.
조직문화 혁신에도 적극적인 정 회장은 '일하고 싶은 회사, 꿈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회사'를 위해 임직원 복지와 소통에 힘쓰고 있다. 자녀를 둔 직원에게 초등학교 입학 전 3년간 1인당 1800만원씩을 지원하고, 최고 수준의 어린이집 '드림보트'를 운영하는 등 근무 환경을 개선하고 있다. 또 신입사원부터 팀장급까지 다양한 계층을 대상으로 타운홀 미팅을 개최하며 수평적 문화 정착에도 나서고 있다.
그동안 HD현대를 이끌어온 권오갑 회장은 명예회장으로 추대됐다. 권 회장은 내년 3월 주주총회를 끝으로 HD현대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다. 후임으로는 조영철 부회장이 내정돼 정기선 회장과 공동 대표이사 체제를 구축한다.

아울러 HD현대중공업 이상균 사장과 HD현대사이트솔루션 조영철 사장은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HD현대중공업 금석호 부사장은 사장으로 승진해 이상균 부회장과 공동대표로 내정됐으며, 경영지원·재경·자산·동반성장 등을 총괄한다.
또 오는 12월 1일 HD현대중공업으로 통합되는 HD현대미포의 김형관 사장은 HD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겨 정기선 회장과 공동대표를 맡는다. 기존 김성준 대표는 사장으로 승진해 HD현대마린솔루션 대표이사에 내정됐다.
내년 1월 1일 통합되는 HD건설기계 대표에는 문재영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 내정됐으며, 건설기계 중간지주사 HD현대사이트솔루션 대표에는 송희준 부사장이 내정됐다. HD현대로보틱스 김완수 대표도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대표이사 내정자들은 향후 주총과 이사회를 거쳐 정식 선임될 예정이다.
HD현대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점점 치열해지고, 다변화하고 있는 국내외 경영 환경 속에서 새로운 리더십으로 새로운 시대를 개척해 나간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며 "변화에 적극 대응해 나가되, 신-구 경영진의 조화와 협력을 바탕으로 기존 사업의 성장은 물론, 전 분야의 혁신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에도 전력을 다함으로써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의 종합 중공업 그룹으로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HD현대는 세계 최고의 조선업 위상을 반드시 지켜나감으로써 마스가 프로젝트의 성공은 물론 우리나라 경제발전과 국익에도 기여할 것이며, 신기술 개발과 끊임없는 경쟁력 강화 노력을 통해 지속가능한 기업으로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HD현대는 조만간 각 사별 인사심의위원회를 열어 후속 임원 인사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임원진 구성이 완료되는 대로 경영전략회의를 열어 2025년 사업계획과 목표 달성 방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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