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박지웅 기자] 코스피가 3700선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연일 경신하고 있는 가운데 하락장에 베팅했던 개인투자자들은 깊은 손실을 입고 있다. 증시 강세가 장기화하면서 대표적인 인버스 상품인 'KODEX200 선물인버스2X(일명 곱버스)' 투자자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는 지난달 1일 이후 삼성자산운용의 'KODEX200 선물인버스2X' 상장지수펀드(ETF)를 약 550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이는 같은 기간 국내 ETF 중 개인 순매수 금액이 가장 큰 규모다.
해당 ETF는 코스피200 선물지수의 일별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하는 고위험 레버리지형 ETF다. 코스피200이 하루 1% 상승하면 해당 ETF는 2% 하락하고, 반대로 1% 떨어지면 2% 상승하는 구조다.
일반 인버스보다 수익률(또는 손실률) 변동폭이 크기 때문에 단기 시장 변동성을 노리는 투자자들이 주로 활용한다. 하지만 방향이 예상과 어긋날 경우 손실 폭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며, 장기 보유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문제는 개인들의 예상과 달리 시장의 상승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으면서 손실률이 커지고 있는 점이다. 지난달 이후 코스피 지수는 16.36% 상승하며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운 반면, KODEX200 선물인버스2X는 같은 기간 32.15% 급락했다. 네이버페이 '내 자산 서비스' 통계에 따르면 해당 ETF 투자자들의 평균 수익률은 -60%대에 머물고 있다.
해당 종목 관련 토스증권 커뮤니티방에는 "차라리 삼성전자만 샀어도 40%대 수익인데", "하루하루가 지옥 같다", "지금이라도 손절해야 하나요" 등 후회와 우려의 글이 잇따르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개인 투자자들이 하락장에 베팅하는 이유로 '고점 부담'을 꼽는다. 올해 2398선에서 출발한 코스피는 불과 10개월 만에 약 54% 상승하며 3700선을 돌파했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은 반도체, 2차전지 등 대형주를 중심으로 꾸준히 매수세를 이어가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글로벌 유동성 확장, 기업 실적 개선, 외국인 자금 유입이 맞물리며 당분간 상승 흐름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코스피가 단기간 급등하면서 개인들이 조정에 대비해 인버스 상품을 대거 매수했지만, 외국인 순매수세와 기업 실적 모멘텀이 유지되며 시장의 상승 탄력이 예상보다 훨씬 강했다"며 "하락 베팅 상품은 시장 타이밍을 정확히 맞추기 어렵기 때문에 단기 매매 외에는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인버스·레버리지 ETF가 시장 변동성을 활용하는 고위험 상품인 만큼, 투자자들이 구조적 특성과 위험성을 충분히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 ETF 전문가는 "인버스 ETF는 장기간 보유할수록 기대 수익률과 실제 수익률 간 괴리가 커질 수 있다"며 "현재 코스피와 코스닥이 모두 긍정적인 흐름을 보이는 만큼, 단기 하락 베팅으로 수익을 내기는 쉽지 않은 환경"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