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최우형 케이뱅크 행장의 임기가 오는 12월 31일 만료된다. 연임 여부를 둘러싼 물밑 기류가 심상치 않다. 역대급 실적과 업비트 제휴 성과로 연임 명분을 쌓고 있지만, 케이뱅크가 세 번째 기업공개(IPO)를 앞둔 만큼 새 리더십에 대한 관심도 쏠린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2년 임기로 2024년 1월 취임한 최우형 행장은 연말이면 취임 첫 임기를 마친다. 케이뱅크 내부는 이미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가동하며 다음 행장을 고를 준비를 하는 분위기다. 현재 분위기만 놓고 보면 최 행장이 연임에 도전할 가능성이 꽤 유력해 보인다.
그 배경엔 회사 실적 면에서의 가시적 개선이 있다. 올해 2분기 케이뱅크는 순이익 682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분기 기준 최고 실적을 냈고, 상반기 누적 순이익도 842억원 수준에 달했다. 전년 동기(854억원)와는 비슷한 수준이다.
여·수신 규모 확대도 눈에 띈다. 상반기 기준 수신 잔액은 26조761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5% 증가했고 여신 잔액은 10.8% 늘어난 17조3744억원을 기록했다. 고객 수는 올해 상반기 말 기준 1400만명을 돌파했다.
건전성 지표도 안정세를 유지 중이다. 2분기 연체율은 0.59%로 1분기(0.66%) 대비 개선됐고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은 15.0%로 자본여력도 충분하다는 평가다. 이러한 흐름은 연임 명분으로 작용할 여지가 크다.
외연 확장도 병행 중이다. 케이뱅크는 최근 개인사업자 대출 공급 규모 확대 등 성장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9월 말 기준 케이뱅크의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3조원을 돌파했다. 상품별 대출 취급액은 사장님 신용대출 2조1900억원, 사장님 보증서대출 3900억원, 사장님 부동산담보대출 4200억원 등이다.
업비트와의 제휴도 연장됐다. 현재 케이뱅크 예치금 중 약 4조4000억원이 업비트 관련 예치금으로, 수신 기반의 핵심 축이다. 제휴 기간은 2026년 10월까지로 늘어났다.
하지만 인터넷은행 경쟁이 치열해진 만큼 케이뱅크가 2위 지위 확고화 또는 차별화 전략을 유지해야 한다는 압박은 커졌다. 카카오뱅크, 토스뱅크 등과의 경쟁 구도는 무시할 수 없는 변수다. 카카오뱅크는 상반기 2637억원의 순이익을 올리며 케이뱅크와의 격차는 1700억원 수준이다. 인뱅 막내 토스뱅크는 같은 기간 404억원의 순익을 냈으나 반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거뒀다.
관건은 IPO다. 케이뱅크는 세 번째 상장을 준비 중이며, 대표주관사단을 NH투자·삼성증권으로 재편해 기업가치 제고 전략을 다시 짜고 있다. 케이뱅크는 국내 증시의 악화 영향으로 앞서 두 차례 상장을 철회한 바 있다.
이번 IPO는 단순히 시장 진입 이상의 의미가 있다. FI(재무적 투자자)들과의 계약상 내년 7월까지 상장을 마무리하지 못할 경우 동반매각청구권이 발생한다. IPO 성패가 경영 연속성의 향배를 좌우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내년 7월 전까지 상장 추진 중이며 올바른 기업가치 평가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공모 구조도 변수다. 케이뱅크 측은 공모 규모를 줄이는 전략을 염두에 두고 있지만, 구주 매출 비중은 쉽게 낮추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특히 투자가들이 공모물량 과다를 부담 요인으로 보는 경향이 강한 만큼 균형 잡힌 구조가 절실하다.
카카오뱅크 주가 흐름도 변수다. 카카오뱅크는 케이뱅크의 사실상 유일한 국내 비교기업(피어그룹)이다. 실제 지난해 10월 케이뱅크는 공모가 산정을 위해 카카오뱅크, SBI스미신넷뱅크, 뱅코프 등 3곳을 피어로 선정했다. 당시 카카오뱅크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62배였다.

케이뱅크는 지금껏 행장을 연임한 사례가 단 한 번도 없었다는 점이 부담 요소로 지적된다. 초대 행장이었던 심성훈 행장이 경영 안정 차원에서 2020년 1월까지 한시적인 연임이 있었던 것을 제외하면 정식으로 연임에 성공한 행장은 없었다. 서호성 전 행장은 3년 임기를 채웠다. IPO 등 주요 현안이 진행되는 가운데 경영의 연속성이 유지될지도 관심이다.
지배구조 측면도 눈여겨볼 점이다. 최대주주 BC카드(지분 약 33.72%)와 2대주주 우리은행(약 11.96%) 등은 경영 안정성을 중시할 수 있다. 이들이 현 경영진을 쉽게 교체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케이뱅크가 경영 연속성 확보를 통해 IPO 성공을 이끌어낼지, 아니면 새 리더십이 들어설지 금융권의 시선이 쏠린다.
금융권 관계자는 "케이뱅크는 2분기 최대 실적 기록하면서 성장세도 이어가고 있고 업비트와 계약 연장, 기업대출 부문도 지속 확대 등 성과를 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바라보기도 한다"며 "무엇보다 IPO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보니 세번째 IPO 도전 성공을 완수하기 위해 리더십 지속이 필요하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케이뱅크 이사회는 최근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가동하며 차기 대표 선임 작업에 들어갔다. 임추위는 사외이사 3인, 비상무이사 2인으로 구성됐으며 위원장은 사외이사인 오인서 법무법인 대륙아주 대표변호사가 맡았다. 지난 2023년 신임 행장 선임의 경우 11월경 롱리스트가 구성된 후 최종후보군이 선정됐고, 12월 초에 차기 최고경영자 후보가 발표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