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갈등에 환율 급등, 증시 '이중악재'…"APEC 회의가 분수령"
  • 박지웅 기자
  • 입력: 2025.10.13 10:35 / 수정: 2025.10.13 10:35
외국인, 2400억 순매도'셀 코리아' 본격화
반도체주 급락, 코스피 3600선 무너져
중국 희토류 통제, 한국 반도체 직격탄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전 9시 15분 기준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54.20포인트(1.50%) 내린 3556.40을 기록 중이다./ 챗GPT 생성 이미지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전 9시 15분 기준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54.20포인트(1.50%) 내린 3556.40을 기록 중이다./ 챗GPT 생성 이미지

[더팩트ㅣ박지웅 기자]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격화하고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국내 증시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반도체 중심의 상승장이 과열 논란 속에 흔들리자, 당분간 조정 국면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여기에 오는 31일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향후 증시 향방을 가를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전 9시 15분 기준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54.20포인트(1.50%) 내린 3556.40을 기록 중이다. 외국인이 홀로 2458억원어치를 팔고 있는 반면, 개인과 기관은 각각 1346억원, 1031억원을 순매수하고 있다.그동안 외국인 매수세에 힘입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해온 코스피는 이날 외국인 매도세가 집중되면서 뚜렷한 약세 흐름을 보이고 있다.

특히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와 미·중 무역 갈등 여파로 삼성전자(-3.60%)와 SK하이닉스(-5.02%) 등 반도체 대표주가 급락하며 지수를 끌어내리고 있다. 반도체 업종은 최근 상승장을 주도해왔던 만큼, 투자심리 위축이 지수 전반으로 빠르게 확산되는 모습이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0일(현지시간)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를 강화하자 자신의 SNS에 "오는 11월부터 중국산 전 품목에 추가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이 여파로 뉴욕 3대 증시는 일제히 급락했고, 나스닥 지수는 3% 넘게 하락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미국은 중국을 해치려는 것이 아니라 도우려는 것"이라며 한발 물러선 듯한 메시지를 내놔 갈등 완화 기대감도 일부 확산됐다.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는 단순한 미·중 갈등을 넘어 한국 반도체 산업 전반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국내 주요 반도체 업체들은 공정 과정에서 필수적인 희토류 소재를 상당 부분 중국에 의존하고 있어, 공급 차질이 현실화될 경우 생산 비용 상승과 수율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해 희토류 금속의 79.8%, 희토류 화합물의 47.5%를 중국에서 수입했다.

중국이 자국산 희토류를 사용하는 해외 제품·기술까지 수출 허가 대상으로 포함시킨 것도 부담 요인이다. 업계 관계자는 "희토류는 대체가 어려운 전략자원이라 통제가 장기화하면 반도체뿐 아니라 디스플레이, 2차전지 등 첨단 제조업 전반으로 파장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0일(현지시간)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를 강화하자 자신의 SNS에 오는 11월부터 중국산 전 품목에 추가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0일(현지시간)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를 강화하자 자신의 SNS에 "오는 11월부터 중국산 전 품목에 추가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AP.뉴시스

여기에 최근 급등세를 보이는 원·달러 환율 역시 증시 상승세에 제동을 걸고 있다. 13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보다 9.0원 오른 1430.0원에 장을 시작했다. 이는 장중 1440.0원을 기록했던 지난 5월 2일 이후 약 5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환율이 1450원을 돌파할 경우 외국인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심리적 마지노선을 넘어설 경우 외국인의 환차손 우려가 커지면서 '셀 코리아' 흐름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은 미·중 무역전쟁 우려 재확대에 따른 아시아 통화 약세와 위험선호 심리 훼손 등으로 하반기 고점을 경신할 가능성이 있다"며 "특히 원화는 무역 갈등과 투자심리 위축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만큼 약세 압력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장 관심은 오는 31일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로 향하고 있다. 이번 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직접 만나 '관세전쟁 휴전' 연장에 합의할 수 있을지가 향후 글로벌 증시의 핵심 변수로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에서 열리는 APEC 회의에서 시진핑을 만날 이유가 없어 보인다"고 밝히면서도 "미·중 정상회담이 열릴 수도 있다"며 여지를 남겼다.

전문가들은 미·중 정상 간 소통 여부가 글로벌 금융시장의 단기 방향성을 결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이번 APEC에서 양국이 명확한 메시지를 내놓지 못할 경우, 환율과 증시 변동성은 한층 확대될 수 있다"며 "국내 증시는 대외 리스크 완화 전까지 제한적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chris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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