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고른 재계 총수, 산적한 과제에 경영 가속페달 밟는다
  • 이성락 기자
  • 입력: 2025.10.10 13:01 / 수정: 2025.10.10 13:01
연휴 끝…연말 인사·내년 사업 전략 구체화
APEC 정상회의 관련 행사 지원 활동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5월 서울 중구 서울신라호텔에서 열린 2025 삼성호암상 시상식에 참석하고 있다. /박헌우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5월 서울 중구 서울신라호텔에서 열린 '2025 삼성호암상 시상식'에 참석하고 있다. /박헌우 기자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추석 연휴를 통해 숨을 고른 재계 총수들이 다시 경영 행보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미래 준비 작업을 이어가는 것뿐만 아니라 당장 연말 인사와 내년도 사업 전략을 구체화해야 하는 등 과제가 산적한 상황이다. 이달 말 예정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관련 행사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지원 활동에도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국내 그룹 총수 대부분은 추석 연휴 동안 별도 공식 일정을 소화하지 않았다. 잠시 숨을 고르며 경영 전략 구상에 몰두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움직임도 외부로 알려지지 않았다. 그간 이 회장은 명절 연휴를 활용해 글로벌 사업 현장을 점검해 왔다.

연휴 분위기가 완전히 가라앉는 다음 주부터 그룹 총수들의 발걸음이 재차 빨라질 것이라는 게 재계 관측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 미중 기술 패권 경쟁, 보호무역주의 확산, 관세 등 각종 경영 리스크에 대한 신속한 대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더 큰 암초를 만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먼저 이 회장의 경우 사업 반등을 이끌어내기 위해 경영 고삐를 바짝 조일 것으로 보인다. 최근 주력인 반도체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메모리 부문 글로벌 1위 자리를 되찾아야 하는 등 풀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또한, 이 회장은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 5주기(10월 25일), 고 이병철 창업회장 38주기(11월 19일) 등 그룹 추모 행사를 앞두고 있다. 27일 회장 취임 3주년도 맞이한다. 이러한 여러 그룹 행사를 계기로 내부 분위기를 다잡는 이 회장의 위기 극복 메시지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올해 이 회장은 취재진 질문에 대해 짧게 답변하는 것 외 별도 경영 메시지를 유독 아끼고 있다는 평가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숨 가쁜 행보를 이어가며 올해 실적 부분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내고 있다. 현재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정기 인사와 조직 개편을 준비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통상 12월 첫째 주에 발표하던 정기 인사를 앞당겨 발표, 빠르게 새 진용을 꾸린 뒤 내년도 사업 전략을 구체화하기 위한 최고경영자(CEO) 세미나 일정에 돌입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가운데)이 지난 5일 미국 뉴욕주에 있는 롯데바이오로직스 시러큐스 바이오 캠퍼스를 찾아 ADC 생산시설을 살펴보고 있다. /롯데그룹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가운데)이 지난 5일 미국 뉴욕주에 있는 롯데바이오로직스 시러큐스 바이오 캠퍼스를 찾아 ADC 생산시설을 살펴보고 있다. /롯데그룹

최 회장은 이달 말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 관련 행사도 준비 중이다. 대한상의 회장으로서 APEC 경제인 행사인 CEO 서밋을 직접 챙기고 있다. SK그룹 차원에서는 CEO 서밋 공식 부대행사인 퓨처테크 포럼을 연다. 최 회장은 기조연설자로 나서 아시아태평양 국가의 지속 가능 AI 생태계 마련을 위한 핵심 전략을 제안할 계획이다.

연휴 이후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발걸음도 분주할 전망이다. 관세 등 리스크에 대응하면서도 미래차 준비에 박차를 가해야 할 중요한 시점이다. 경영 키워드는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과 인공지능(AI)의 융합이다. 그는 지난 8월 미국 자동차 전문 매체와 인터뷰에서 "고객 경험이 완전히 새롭게 바뀔 것"이라며 "마력에서 프로세싱 파워로 모빌리티 전환이 이뤄지는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이미 연말 경영 방향성을 결정한 상태다. 연휴 전에 사장단 회의를 개최해 중장기 경영 전략을 논의했다. 추후 위기 극복의 핵심 전략인 인공지능 전환(AX)을 가속화하는 데 공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 통상 LG그룹이 4대 그룹 가운데 가장 빠른 '11월 인사'를 단행해 왔다는 점에서 조만간 구 회장 주재 계열사별 사업 보고회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주요 그룹 총수 중 유일하게 추석 연휴를 활용해 글로벌 현장 경영에 나섰다. 지난 5일 미국 뉴욕주에 있는 롯데바이오로직스 시러큐스 바이오 캠퍼스를 찾아 올해 본격 가동을 시작한 항체약물접합체(ADC) 생산시설을 점검했다. 신 회장이 바이오 사업을 직접 챙긴 것은 앞으로도 신사업 강화 전략을 지속해서 전개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그는 "롯데바이오로직스의 시러큐스 바이오 캠퍼스는 바이오 산업을 넘어 그룹 전체의 성장을 이끌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일부 그룹 총수는 오는 13일부터 진행되는 국정감사(국감)도 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정무위)과 정 회장(행안위),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산자위) 등이 증인·참고인으로 채택됐다. 최 회장은 APEC CEO 서밋 개막일인 28일로 국감 출석일이 정해져 논란이다. 이와 관련해 기업인에 대한 마구잡이식 국감 출석 요구가 올해도 이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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