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 | 김태환 기자] 올해 3분기 국내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의 실적이 선방했지만, 순이익 상승세가 주춤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부가 가계대출과 관련한 추가 규제를 검토하고 있는데다 기준금리 인하기에 접어든만큼, 은행 부문에서의 이자 이익이 축소될 것이란 전망이다. 정부의 생산적 금융 기조에 맞춰 기업대출을 늘리고 있는 가운데, 중소기업 대출 관련 위험가중자산(RWA) 완화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3분기 KB·신한·하나·우리 등 국내 4대 금융지주의 3분기 합산 지배주주 순이익은 4조8789억원으로 추정된다. 이는 지난해 3분기 합산 지배주주 순이익인 4조9720억원 대비 1.9% 감소한 숫자다.
금융지주 별로 살펴보면 KB금융의 3분기 순이익은 1조561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2%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며, 하나금융은 전년 동기 대비 8.2% 급감한 1조616억원의 순이익을 거둘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금융은 905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1% 증가, 신한금융은 1조3507억원으로 전년 대비 4.1%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전반적으로 금융지주 순이익이 줄어드는 것은 강력한 부동산 대책 등으로 인해 가계 대출 부문에서 수익이 감소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금리 인하기 진입하면서 이자 이익의 축소도 나타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최근 정부는 추석 연휴가 끝난 이후 추가 부동산 패키지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 추가 대책에는 △공시가격 현실화율 또는 공정시장가액비율 상향조정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체계 내에서 대출 한도 축소 △전세대출·정책대출 등에 DSR 적용 △주택담보대출 한도 축소 △특정 주택가격 초과시 주택담보대출비율(LTV) 0% 적용 △가격 오름폭이 두드러지는 지역 투기과열지구 또는 조정대상지역 지정 △토지거래허가구역 추가 지정 등이 전망된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의 LTV, DSR 등 규제 강화는 결국 대출 한도 축소로 이어지고, 이는 신규 대출 수요 감소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는 결국 기준금리 인하와 맞물려 은행권의 이자 수익 감소에 대한 압박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지주들은 최근 생산적 금융 기조에 맞춰 가계대출보다는 기업대출을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실제,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기술신용대출 잔액은 8월 말 156조6646억원으로 전월과 비교해 1조3053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중소기업대출 잔액은 668조9622억원으로, 전월 대비 3조2763억원이나 증가하며 올해 들어 월간 기준 최대 증가 폭을 기록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기준금리 인하 국면과 가계대출 규제 강화가 맞물리면서 단기적으로는 이자이익 둔화가 불가피하지만, 생산적 금융 확대를 통한 구조 전환이 향후 수익성의 새로운 동력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중기대출을 늘리려면 '위험가중자산(RWA)' 부담을 완화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위험가중치가 높은 기업대출을 늘릴수록 은행의 자본적정성 규제가 강화돼 대출 확대에 제약이 나타날 수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기준 국내 은행의 기업대출 연체율은 0.67%로 전월 말 대비 0.07%포인트(p) 올랐으며, 이중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같은 기간 0.74%에서 0.82%로 0.08%p 상승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기업대출을 늘리려면 결국 위험가중치(RW) 규제에 대한 완화가 필요하다"면서 "새로 나가는 대출 일부만 RW가 완화된다고 해도 은행의 부담은 크게 완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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