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문화영 기자] 4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금값이 주얼리 업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글로벌 명품 브랜드는 물론 국내 브랜드까지 올해만 두세 차례 가격을 올린 가운데 연말을 앞두고 추가 인상을 예고해 'N차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10일 한국금거래소에 따르면 순금 한돈(3.75g)은 81만9000원에 거래됐다. 현재 금 시세는 온스당 4000달러(약 570만원)을 돌파하며 올해 들어 54% 급등, 지난 1979년 이후 45년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금값은 지난 3월 한 돈당 60만원대를 기록한 후 매달 최고가를 경신 중이다. 최근 국제 무역 갈등, 경기 둔화 우려, 인플레이션 장기화 등으로 안전자산 수요가 몰린 데다 미국 연준의 금리 인하 전망과 각국 중앙은행의 금 매입 확대가 맞물리며 상승세를 키운 것으로 분석된다.
금값 급등에 맞춰 글로벌 명품 주얼리 브랜드도 잇달아 가격을 올리고 있다. 프랑스 명품 브랜드 까르띠에(Cartier)는 지난달 평균 2~4% 가격을 올리며 올해에만 세 번째 인상을 단행했다. 이탈리아 명품 주얼리·시계 브랜드 불가리(BVLGARI)는 이미 지난 6월 평균 7~10%를 올린 바 있으나 추석 이후 인상을 예고했다.
이 밖에도 부쉐론(Boucheron)은 지난 2월과 7월, 반클리프 아펠(Van Cleef & Arpels)은 1월과 4월, 다미아니(DAMIANI)는 2월과 7월에 제품 가격을 조정하며 상반기에만 두 차례 이상 가격 인상에 나섰다. 이에 업계에서는 '통상 1년에 1회'였던 명품 주얼리의 인상 주기가 깨지고 '상반기 하반기 각각 2차례 인상'이 현실화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시계 브랜드도 사정은 같다. 롤렉스 역시 올해 1월과 7월 두 차례에 걸쳐 주요 모델 가격을 최대 7% 올렸다. 오메가(OMEGA)는 오는 11월 전 제품 가격을 평균 5% 인상할 예정이다. 이는 올해 2월에 이어 두 번째다.
국내 주얼리 브랜드도 금값 상승 여파에서 자유롭지 않다. 스톤헨지(STONEHENgE)는 지난 2월 전 제품 가격을 약 20% 인상한데 이어 6월 추가 인상을 단행했다. 골든듀(GOLDEN DEW)는 지난 3월에 이어 오는 11월 초 중 일부 품목의 소비자 가격을 약 20% 인상할 예정이다.
이랜드그룹의 주얼리 계열사 이월드에서 운영하는 로이드(LLOYD) 역시 지난 1일부터 팔찌 가격을 올렸고 오는 17일과 29일 각각 목걸이와 반지 품목에 대해 순차적으로 가격을 조정한다.
주얼리 업계는 국제 금 시세 급등과 고환율 등을 가격 인상의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금 함량과 제품 구성에 따라 인상 폭은 다르지만 연일 금값이 치솟는 상황에서 대부분 브랜드들이 연말까지 추가 인상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하반기는 가을 웨딩과 연말 수요가 겹치는 시기라 원자재 부담을 반영한 가격 조정이 불가피하다"며 "금값 상승세를 보면 올해 말은 물론 내년 초까지 인상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