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김정산 기자] 신한카드가 자동차할부 시장에서 확고한 1위를 지키며 업계의 안정적 수익 모델을 선도하고 있다. 자동차할부는 우량 차주를 기반으로 건전성을 확보하면서도 안정적인 이익을 내는 영역이다. 하반기 완성차 신차 출시와 중고차 거래 확대가 맞물리면서 시장 성장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말 기준 신용카드사 6곳(신한·삼성·KB국민·하나·우리·롯데)의 자동차할부금융 수익은 총 2173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첫 2000억원 돌파 이후 상승세를 지속했다. 이 중 신한카드 수익은 899억원으로 점유율 41.4%를 차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40.0%) 대비 비중이 소폭 확대되며 업계 최강자 입지를 공고히 했다.
신한카드의 독주 배경에는 캡티브 제휴와 선제 진입 효과가 자리한다. 완성차 기업과 금융사가 협력해 소비자에 유리한 조건을 제공하는 캡티브 제휴를 통해, 현재 신한카드는 볼보·혼다와 손잡고 있으며 벤츠와의 계약도 검토 중이다.
더불어 2007년 업계 최초로 '다이렉트 오토플러스'를 출시하며 시장에 조기 진입한 경험이 지금까지 경쟁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향후에는 신용평가모델 고도화를 통해 중고차 할부로도 영역을 넓힌다는 계획이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소비자에게 조금이라도 낮은 금리를 제공하고, 판매사와 추가 협업을 통해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업계는 자동차할부를 안정적 수익을 내는 효자 상품으로 평가한다. 신차 구매자의 신용 수준이 높아 건전성이 확보되는 데다, 차량 판매가액이 상승세를 보이는 만큼 점유율 유지만으로도 수익 확대 효과가 나타난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국산차 판매량은 36만2310대로 전년 대비 0.7% 상승했지만, 수입차 판매량은 14.1% 감소한 6만8224대를 기록했다. 전체 차량 판매량은 감소했지만, 승용차 판매액은 11조4850억원으로 연간 1.8% 증가했다. 여신금융협회는 차량 판매량 감소에도 고부가가치 차량 비중 증가로 판매액이 늘었다고 분석했다.
카드업계가 자동차할부 수익 확대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은 지난 2023년부터다. 2022년 상반기 1500억원 수준이던 차할부 수익은 다음 해 1900억원대로 급증했다. 당시 카드업계는 대출 상품 의존도를 낮추고 상대적으로 규제 영향을 덜 받는 차할부 사업에 집중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또한 정부가 2023년 하반기부터 자동차 개별소비세 과세표준 경감제도를 연장하지 않으면서 상반기 차량 구매를 부추겼다는 분석도 있다.
하반기 전망도 밝다. 현대차가 '디 올 뉴 팰리세이드', '더 뉴 아이오닉6'를 내놓는 등 신차 경쟁이 격화되고, 전기차·하이브리드 중심의 시장 재편도 이어질 예정이다. 여기에 중고차 거래가 활성화되면 카드사 차할부 실적은 역대급에 달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선 자동차할부를 '레드오션'으로 규정하며 성장성 둔화를 지적한다. 그러나 카드사 차할부 금리는 캐피탈사보다 낮아 경쟁력이 유지된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예컨대 현대차 그랜저를 36개월 카드사 할부로 구매하면 금리가 연 3.3% 수준이지만, 대부분의 캐피탈사는 연 4~11%로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적용한다. 무엇보다 카드사 차할부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받지 않는 점도 강력한 유인책이다. 캐피탈사 오토할부는 DSR에 산정되면서 대출 한도가 줄어드는 반면, 신용이 충분하면 카드사 차할부를 통해 낮은 금리를 누리면서도 자금 융통에 여유를 가질 수 있다. 금융당국은 아직 카드사 차할부 DSR 산정 여부에 대한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제 카드사, 캐피탈사뿐 아니라 저축은행도 자동차 시장에 진입했지만, 점유율 변동이 크지 않은 이유는 시장 특성상 지각변동을 일으키기 어렵기 때문이다"라며 "규제 외에는 카드사의 독주를 막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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