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세종=박은평 기자] "달마다 용돈이 들어오니 친구나 가족 누구를 만나는 것이 꺼려지지 않아요. 지역카드 한 장 들고 동네 마트나 의원, 약국 등 편하게 외출합니다."
2일 경기도 연천군 청산면 이장 어담씨는 "농촌 기본소득 시행 만족도는 100%"라며 이 같이 말했다.
청산면은 국내 최초로 농촌기본소득 시범사업을 운영한 지역이다. 2022년부터 2026년까지 5년간 4000여명의 전 주민에게 매월 15만원을 지역화폐로 지급한다. 지급된 화폐는 180일이 지나면 자동 환수되며, 청산면 내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다만 병원과 학원은 연천군 전체에서 사용이 가능하다.
농어촌 기본소득은 소멸 위기 농촌에 기본소득을 지급해 주민 삶의 질 향상, 지역경제 활성화 등 선순환을 유도하는 사업이다.
농촌에 사는 주민이라면 누구나 조건 없이 기본소득을 받는다면 어떤 변화가 나타날까.
농림축산식품부 중간평가 결과에 따르면 청산면 인구는 2021년 12월 3895명에서 지난해 12월 4068명으로 173명(4.4%) 늘었다. 2022~2024년 기본소득 사용액은 총 169억원으로, 이 가운데 92.5%인 156억원이 청산면 관내에서 쓰였다. 숙박시설, 미용실, 편의점, 식당 등 신규 사업체도 39개 늘었다. 인구 증가와 지역 상권 활성화라는 가시적 성과가 확인된 셈이다.
고복순 청산면 주민자치위원장 "카페, 음식점에 가면 아는 얼굴들이 많다"며 "농촌 기본소득으로 청산면에 활기가 넘쳐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명 정부는 국정과제에서 농민 기본소득과 농촌기본소득 확대를 중요한 정책 과제로 삼았다. 단순한 현금 지원을 넘어, 농촌 지역 주민의 기본적 삶을 보장하고 지역 간 격차를 완화하며 균형 발전을 이끌어가는 핵심 정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연천군 사례는 이러한 국정과제를 실제 지역에서 구현한 첫 모델로, 정부의 시범사업 확산과 함께 정책적 의미를 보여주고 있다.
농식품부는 농어촌 기본소득 제도화를 위한 첫걸음으로 시범사업 공모를 실시하고 있다.
접수 기간은 이달 13일까지며,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된 69개 군을 대상으로 신청을 받아 지역 여건과 추진 의지를 종합 평가한 뒤 6개 군을 선정해 이달 중순 발표할 계획이다.
선정된 군은 거주 주민 모두에게 2026년부터 2027년까지 농어촌 기본소득으로 개인당 월 15만원 상당의 지역사랑상품권을 지급한다. 2년간 총 사업비는 8500억원으로 국비 40%와 시·도비 30%, 군비 30%로 예산이 마련된다.
농어촌 기본소득은 열악한 여건에서도 소멸 위기 농어촌지역에 남아 지역 지킴이 역할을 해온 해당 지역주민의 공익적 기여 행위에 대한 보상이자 기본생활 유지를 돕는 체감 가능한 정책 수단이란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현장 반응도 뜨겁다. 해당지역 69개 군 중 절반이 넘는 40여 개군에서 사업신청을 준비 중이다.
연천군은 지난달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선정과 관련해 대국민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들을 사업 대상지로 선정해 달라고 촉구했다.
고복순 주민자치위원장 "농촌기본소득이 내년에 종료된다는 불안감이 있는데 이제 연천군 전체에 농촌기본소득이 지원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라, 대구, 충청, 경상권 등 다양한 지역별 군의회에서도 시범사업 선정 촉구 결의안을 채택하거나, 지역주민 주도로 선정 결의대회를 여는 등 도입의 필요성을 적극 외치고 있다.
이문무 경기도 농업정책과장은 "시범사업 공모 계획 발표 이후 다양한 지역에서 경기도를 벤치마킹하려는 문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며 "지역화폐 사용처 등에 대한 질문이 많다"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시범사업 선정 지역과 함께 사업이 현금성·일회성 지원에 그치지 않고, 기본소득이 마중물이 돼 지역경제 및 사회서비스 활성화 등 해당 지역의 활력이 회복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필요한 정책적 노력을 적극 병행할 계획이다.
시범사업 대상 지역별 주민 삶의 질 만족도, 지역경제 및 공동체 활성화, 인구구조 변화 등을 체계적으로 모니터링해 정책효과를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본사업 방향을 검토할 방침이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은 '모두가 잘사는 균형성장'을 뒷받침하고 '기본이 튼튼한 사회'를 실현하기 위한 핵심 수단"이라며 "소멸 위기 농어촌지역 주민의 기본적 삶을 보장하는 동시에 지역 간 격차 해소 등을 통해 균형성장을 견인, 희망을 실현하는 농산어촌을 만들어 갈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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