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장혜승 기자]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이 중국발 공급과잉 영향으로 장기간 침체를 겪고 있지만 주력 품목에 따라 희비가 엇갈린 것으로 나타났다. 올레핀계 기초유분 중심 기업들은 원재료 가격 부담으로 에틸렌 마진이 지속적으로 하락세인 반면 폴리에틸렌(PE)·폴리프로필렌(PP) 등 유도품 중심 기업들은 제3국 수출 확대로 실적 방어에 성공하고 있다.
7일 KDB미래전략연구소가 발표한 '석유화학산업 동향 및 제품별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기초유분 중심 기업들은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반면 유도품 중심 기업은 안정적인 마진을 유지하고 있다.
보고서는 석화 기업을 △NCC 등 기초유분 생산설비를 보유하고 올레핀계 생산 비중이 50%를 넘는 기업(LG화학, 롯데케미칼, 여천NCC 등) △기초유분 생산능력 중 방향족계 생산 비중이 50%를 넘는 기업(HD현대케미칼,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등) △NCC 등 기초유분 생산설비를 보유하지 않고 유도품 위주로 생산하는 기업(금호석유화학, 한화솔루션, DL케미칼 등)으로 분류했다.
기초유분은 성질과 제조방식에 따라 에틸렌, 프로필렌, 부타디엔 같은 올레핀계와 벤젠, 톨루엔, 자일렌을 포함하는 방향족계로 구분된다. 유도품은 용도에 따라 합성수지, 합섬원료, 합성고무로 구분된다.
분석 결과 올레핀계 중심 기업군은 공급과잉으로 2022년부터 3년 연속 영업이익률이 마이너스(-4.7%)를 기록했다. 향후 부진도 예상된다. 특히 2026년 에쓰오일의 증설을 감안하면 국내 공급과잉은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방향족계 중심 기업군은 최근 3년 평균 영업이익률이 0.9%로 비교적 안정적이었다. 올레핀계 중심 기업군 대비 영업이익률은 양호하나 방향족계 기초유분의 낮은 마진 등으로 수익 개선은 어려울 것으로 분석됐다.
유도품 중심 기업군은 최근 3년 평균 영업이익률이 4.5%로 가장 높고 안정적이었다. 특히 대표 수출 품목인 폴리에틸렌(PE)가 실적을 견인했다. 대중국 수출 비중이 2020년 62.6%에서 지난해 44.1%로 감소했으나 베트남 등 제3국 수출이 증가하며 지난해 총 수출은 2020년 대비 11.8% 증가했다.
대표 합섬원료인 고순도 테레프탈산(TPA)은 중국 증설에 따른 자급률 상승으로 2018년 이후 최대 수출국이 중국에서 글로벌 섬유·의류 공급국가인 튀르키예로 바뀌었다. 다만 연구진은 "지속적인 기초유분 설비 증설과 연계된 범용 유도품 증설이 지속될 경우 마진 하락세 지속으로 업황 악화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장기 업황 부진의 원인으로는 중국의 설비 증설과 내수 감소, 높은 수출 의존도를 제시했다. 연구진은 "2020년 이후 중국이 석유화학제품 자급 확충, 설비 효율화 등의 이유로 기초유분 설비 증설을 지속했다"며 "특히 기초유분 중 에틸렌과 프로필렌 생산에 집중된 ECC와 PDH 설비 비중이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해법으로는 △범용 제품 비중 축소 △에탄가스 원료 도입 △포트폴리오 확대를 꼽았다. 연구진은 "주요 석유화학사는 공급과잉 및 낮은 수익성 등으로 설비 통폐합을 진행 중"이라며 "설비 통폐합 등을 통한 범용 제품 비중 축소에도 불구하고 에틸렌의 낮은 원가 경쟁력, 중국의 지속적인 자급률 상승 등을 감안할 때 추가적인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레핀계 기초유분의 가격경쟁력 확보를 위해 에탄가스 원료 도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LG화학과 HD현대오일뱅크, 한화토탈에너지스는 에탄가스 공동 구매를 위한 MOU를 체결했다. 아울러 2028년까지 대산산단 인근에 에탄가스 도입을 위한 인프라 구축도 계획하고 있다. 다만 연구진은 에탄가스 관련 국내 제도 부재 등으로 신속한 조치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공급과잉 영향을 받지 않고 제품 품질이 중요한 품목이라는 특성상 고부가가치 제품 중요성도 강조했다. 연구진은 "국내 주요 기업의 석유화학 범용 부문의 영업이익은 3분기 이상 연속 적자를 기록한 반면, 고부가가치 부문은 5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며 "다만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이 높은 일본 6개사 대비 국내 연구개발(R&D) 투자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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