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중구=이선영 기자]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은행장들을 만나 '생산적·소비자 중심·신뢰 금융'으로의 전환을 다시 한 번 못 박았다. 부동산·담보대출 중심의 관행을 바꾸고 첨단전략산업과 실물 투자로 자금 흐름을 이동시키는 한편 가계부채 등 리스크 관리를 병행하라는 주문이 핵심이다. 내부통제 강화와 소비자보호를 영업 전 단계에서 체질화하라는 메시지도 강조됐다.
이억원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29일 오후 3시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20개 은행 은행장과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간담회는 취임 후 첫 번째 은행장 간담회로서 우리 경제가 직면한 다양한 구조적 문제의 해결과 지속가능한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은행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 함께 논의하는 자리로 개최됐다.
이날 간담회에는 조용병 은행연합회장, 박상진 산업은행 회장, 강태영 농협은행장, 정상혁 신한은행장, 정진완 우리은행장, 이호성 하나은행장, 김성태 기업은행장, 이환주 국민은행장, 유명순 씨티은행장, 안종혁 수출입은행장 직무대행, 신학기 수협은행장, 황병우 아이엠뱅크은행장, 방성빈 부산은행장, 고병일 광주은행장, 이희수 제주은행장, 백종일 전북은행장, 김태한 경남은행장, 최우형 케이뱅크은행장,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이사, 이은미 토스뱅크 대표이사, 이천민 SC제일은행 부행장(대참) 등이 참석했다.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는 은행장들이 차례로 모습을 드러냈다. 오후 2시 29분께 이호성 하나은행장이 가장 먼저 모습을 보였다. 정진완 우리은행장, 최우형 케이뱅크 행장, 김성태 기업은행장, 황병우 아이엠뱅크행장,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이사, 정상혁 신한은행장, 강태영 농협은행장 등이 차례대로 입장했다.
이날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는 주 4.5일 근무제 도입 및 실질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은행연합회 로비에서 "실질임금 인상하고 주 4.5일제 실시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은행장들은 다소 진지한 얼굴로 빠르게 들어오거나 로비가 아닌 다른 통로로 이동하기도 했다. 취재진의 질문은 따로 받지 않았다.


이억원 위원장은 이날 은행장들에 '생산적·소비자 중심·신뢰 금융'으로의 전환을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먼저 금번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사고로 인해 예상되는 금융서비스상 장애로 국민들이 불편을 느끼시지 않도록 계속해서 상황변화에 맞게 신속하게 금융서비스 장애 내용과 대체 거래수단을 상세히 알려주실 것을 은행장들에게 다시 한 번 당부했다.
이 이원장은 생산적 금융과 관련해 "정부가 은행권의 투자 여력을 확대하고 자본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은행권 자본규제를 개선한 만큼, 은행들도 규제개선 취지에 걸맞게 생산적 금융을 적극 공급하는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아울러 "자본규제 합리화를 계속 추진할 것"이라며 "신용리스크뿐만 아니라 운영리스크·시장리스크 등의 추가 과제를 계속 구체화해 나갈 것이므로 은행권도 현장의 애로사항과 나아갈 방향에 대해 기탄없이 의견을 제시해달라"고 덧붙였다.
소비자 중심 금융과 관련해선 그간 은행들의 상생금융 노력에 감사를 표하면서 앞으로도 차주의 여건을 가장 잘 아는 은행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연체자들이 신속하게 경제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역할해주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또 곧 출범할 장기연체채권 채무조정 프로그램과 관련해 은행권이 연체채권 매입 대금 민간 기여분의 대부분을 분담하는 등 주도적이고 적극적인 역할을 해줄 것도 당부했다.
신뢰 금융과 관련해선 가계부채의 철저한 관리와 주력산업의 사업 재편 등 당면한 리스크 요인에 대한 점검을 당부했다. 특히 이 위원장은 "최근 금융권 해킹사고와 관련 철저한 원인 규명에 따른 엄정한 조치와 더불어 징벌적 과징금 도입 등 제도 개선을 신속하게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참석한 은행장들에게도 자기 책임하에 보안체계를 재점검하고 내부 관리체계를 강화할 것을 다시 한번 당부했다.
아울러 은행권에 중대 재해 예방, 지역 금융 공급, 청년 채용 확대 등 다양한 사회적 어젠다에 대해 보다 관심을 기울여줄 것도 요청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은행연합회장과 은행장들은 은행 자금이 부동산쏠림에서 벗어나 서민·실수요자 및 기업 등에 대해 충분히 공급되어야 한다는 방향에 공감했다.
또 앞으로 우리 경제를 이끌어나갈 AI·반도체 등 미래 전략 산업 및 신성장, 혁신 벤처기업 등을 발굴하고 적극적으로 자금을 공급하는 등 생산적 금융 활성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은행이 충분한 자금 공급 여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자본규제 등의 추가 개선이 필요하다고도 건의했다. 아울러 관련 생태계 지원을 위한 국민성장펀드에의 적극적인 참여의사도 밝혔다.
이들은 "금융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 가계부채 관리, 내부통제와 소비자보호 강화에도 만전을 기하겠다"며 "보안 사고와 관련해 사고 취약 부문 프로세스를 개선하고 그룹 전체의 안전망을 강화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추진 중에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