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서울중앙지법=이성락 기자] 효성가(家) 차남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이 법률 대리를 맡긴 법무법인 바른 측에 과도하고 무리한 업무를 요구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제17민사부는 26일 법무법인 바른이 조 전 부사장을 상대로 제기한 43억원 규모 약정금 지급 소송의 3차 변론기일을 열었다. 이번 소송은 법률 서비스 성공 보수와 관련한 양측 이견에 따라 진행되고 있으며, 조 전 부사장이 성공 보수 지급을 거부하자 바른이 문제 삼은 사건이다.
이날 재판에서는 조 전 부사장이 바른을 상대로 반소를 제기한 것에 대한 양측 입장이 제시됐다. 먼저 조 전 부사장 측이 부정확한 법률 자문을 한 것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 취지를 설명하자, 바른 측이 구체적인 업무 투입 인원과 업무 시간 등을 공개하며 맞서는 모습을 보였다.
바른 측은 "조 전 부사장이 필요로 하는 업무에 상당한 양의 노력과 시간을 투입해 이루기 어려운 성과가 있었음에도 그 성과에 합당한 약속된 성공 보수는커녕 기본적인 시간당 보수조차 지급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4월부터 8월까지 무려 18명의 변호사가 총 1414시간에 이르는 시간을 집중적으로 투입해 방대하고 과도한 업무 요청에 성실히 임했다"며 "그럼에도 조 전 부사장은 억지를 부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 전 부사장 측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회의 4시간, 서면 작성 4시간 등 전혀 확인할 수 없는 방법으로 업무 시간이 계산돼 있다는 것이다.
이날 양측은 '업무 및 성과의 내용'에 대해서도 극명한 입장차를 보였다. 바른 측은 △조석래 명예회장 별세에 따른 조 전 부사장의 상속 문제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과 조현상 HS효성 부회장의 동의, 상속세 감면 등 공익재단(단빛재단) 설립 등을 자신들의 주요 업무로 봤다. 그러나 조 전 부사장 측은 이를 '부수적인 업무'로 치부했다.

조 전 부사장 측은 "위임 업무는 계열 분리 지분 정리, 조 전 부사장의 형사 고소 종결에 관한 것이었다"며 "공익재단 설립은 우선순위 업무가 아니었다"고 밝혔다.
바른 측은 "공익재단 설립이 중요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데, 기한이 있었던 중요한 업무였다"며 "이밖에 상속 관련 법률 검토와 공동상속인(조현준·조현상)들과의 협상 등 기존엔 불가능하게 보였던 중요한 성과를 거둔 건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이와 함께 바른 측은 이날 "조 전 부사장이 조 회장, 조 부회장 등 형제들과 관련해 부적절한 지시를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난색을 표하자 "조 전 부사장이 조롱과 모욕적 언사를 일삼았다"고 강조했다.
다만 부적절한 지시 내용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진 않았다. 바른 측 변호사는 재판 직후 <더팩트> 취재진과 만나 "의뢰인과 관련된 내용은 따로 말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한편, 조 전 부사장은 지난 2013년 조 회장과 경영권 다툼을 벌이다 효성을 떠났다. 하지만 이듬해 조 회장과 효성 주요 임원의 횡령·배임 의혹을 제기하며 '형제의 난'을 일으켰다. 이 과정에서 부친 조 명예회장과도 갈등을 빚었다.
현재 조 전 부사장은 강요 미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자신의 비상장 주식을 고가에 매수하지 않으면 위법 행위가 담긴 자료를 검찰에 넘기겠다고 조 회장을 협박했다는 내용이다.
가족들과 사실상 의절한 조 전 부사장은 2023년 조 명예회장이 별세한 이후 유언장, 상속 문제를 놓고 형제들과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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