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 자사주 소각 대신 EB 발행…주주 "상법 개정 역행" 비판
  • 이라진 기자
  • 입력: 2025.09.26 13:34 / 수정: 2025.09.26 13:34
뿔난 주주들, 지분 가치 희석 비판
라이프운용, KCC에 주주서한 발송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CC는 자사주 활용 계획을 통해 발행주식 총수의 17.2%의 자사주 중 3.9%는 소각하고, 9.9%는 EB로 발행하고, 3.4%는 사내 근로복지기금 출연에 활용하겠다고 지난 24일 공시했다. /KCC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CC는 자사주 활용 계획을 통해 발행주식 총수의 17.2%의 자사주 중 3.9%는 소각하고, 9.9%는 EB로 발행하고, 3.4%는 사내 근로복지기금 출연에 활용하겠다고 지난 24일 공시했다. /KCC

[더팩트ㅣ이라진 기자] KCC가 정부의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담은 3차 상법 개정안 추진 와중에 자사주 소각 대신 교환사채(EB) 발행을 결정하면서 주주 반발이 거세게 일고 있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CC는 전체 발행주식총수의 17.2%에 해당하는 자사주에 대한 활용 계획을 지난 24일 공시했다. KCC는 자사주 중 3.9%만 소각하고, 9.9%는 EB로 발행하고, 3.4%는 사내 근로복지기금 출연에 쓰겠다고 밝혔다.

EB 발행 공시 직후 주가는 급락했다. 이날 KCC는 전 거래일(41만7000원) 대비 11.75%(4만9000원) 내린 36만8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주주들은 자사주를 기초로 한 EB 발행이 제3자 배정 유상증자와 동일하게 지분 가치 희석을 낳을 수 있다며 날을 세우고 있다. 명백히 주주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라는 주장이다. 주주들은 네이버 포털 종목 토론 게시판 등에서 KCC와 정몽진 KCC 회장을 상대로 상법 개정과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역행하는 조치라며 비판하고 있다.

주주들은 'EB 발행이 아니라 유증 아니냐', '경영진들을 모두 퇴출시켜야 한다', '정부 정책에 대해 정면으로 반기를 드는 이런 회사 때문에 코스피가 4000포인트를 못 간다', '긴급 주총 열어야 하는 것 아니냐' 등의 목소리를 내며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일부 주주는 대통령실·국민신문고에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KCC가 "이번 자사주 활용 계획은 이익 환원과 장기적인 기업 경쟁력 강화를 병행해 모든 이해관계자들의 균형 있는 이익 도모를 위한 것이 목적"이라고 설명했지만 주주들의 반발은 쉽게 잠재워지지 않는 모양새다.

기관투자가도 반대 목소리를 냈다. KCC 발행주식의 1%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라이프자산운용은 KCC의 EB 발행에 반발하며 KCC 이사회와 경영진에 주주서한을 발송했다. 라이프자산운용은 "EB 발행이 차입금 부담을 줄이려는 취지였다면 자기주식보다 핵심·저수익 자산을 먼저 활용했어야 한다"면서 "오랫동안 수익 기여가 제한적이었던 삼성물산 주식을 기초로 EB를 설계할 수 있었지만 자기주식을 먼저 활용하면서 시장에 충격을 줬다"고 비판했다.

KCC가 보유한 삼성물산 주식은 올해 반기말 기준 1700만9518주(지분율 10.01%)로 지난 24일 종가 기준 가치는 3조2947억원에 달한다. 이는 KCC의 시가총액(3조2702억원)을 웃도는 수준이다.

라이프자산운용은 KCC를 상대로 보유 중인 삼성물산 지분 활용 계획을 구체적으로 밝히라고 요구했다. 또 삼성물산 지분을 경영 참여 목적으로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한 만큼, 구체적 활동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삼성물산 주식이 아닌 자사주를 활용하기로 한 근거를 설명하라고 했다.

증권가에서는 KCC가 상법 개정안을 회피하고 정부와 자본시장의 밸류업 정책에 반하는 결정을 했다고 지적하며 KCC에 대한 눈높이를 낮춰 잡았다.

정경희 LS증권 연구원은 "KCC는 사실상 대부분의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고 유보하는 셈이다. KCC는 삼성물산 지분은 그대로 둔 채 4300억원 규모 자사주 EB 발행을 택했다"며 "국회가 추진하는 3차 상법 개정안의 자사주 의무 소각 조항을 피하기 위한 선택이라고 해석될 수 있다. 정부와 자본시장의 밸류업 정책과 반대되는 행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목표주가를 기존 52만4000원에서 46만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raji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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