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조성은 기자] 치과 기자재 전문 기업 신흥이 3세 승계 작업이 진행 중인 가운데 핵심 축인 디브이홀딩스의 자금 구조에 시선이 쏠린다. 디브이홀딩스는 이용익 신흥 회장의 세 아들이 소유한 비상장사로, 적극적으로 신흥 지분율을 늘리고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디브이홀딩스는 은행 차입이 크게 늘었는데, 신흥 계열사와의 자금 거래가 맞물리며 자금 조달의 투명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13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디브이홀딩스는 지난달 30일까지 신흥 주식을 추가 매수하며 현재 신흥 지분 8.53%를 확보했다. 디브이홀딩스는 이용익 신흥 회장의 세 아들이 지분을 소유한 비상장회사로, 신흥과는 회계상 '기타 특수관계자'에 해당한다. 장남 이재민씨가 29%, 차남 이상민씨 27%, 삼남 이남곤씨 24%, 디브이홀딩스 자체 소유 20%의 지분 구조를 가지고 있다.
디브이홀딩스는 2023년 2월 창업주 고 이영규 회장이 사망한 이후 꾸준히 신흥 주식을 매입하며 지분을 확대해왔다. 디브이홀딩스가 보유한 신흥 지분은 2023년 1월 중순 0.4%에 불과했으나 2023년 말 3.1%, 2024년 말에는 6.7%까지 늘어났다. 디브이홀딩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디브이홀딩스가 보유한 신흥 지분의 취득원가는 90억6183만원이다. 2023년 말까지 보유한 신흥 지분의 취득원가가 41억6812만원이었으므로, 2024년에만 약 49억원어치의 추가 매입이 있었던 셈이다.
그러나 디브이홀딩스의 재무 구조를 보면 2024년 영업이익은 7억6000만원, 당기순이익은 1억9000만원 수준으로, 90억원 규모의 자금을 자체적으로 조달할 능력은 제한적이다. 2024년 말 기준 디브이홀딩스의 자산총계는 448억원, 자본총계는 37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은 14억원 적자로, 본업에서 현금을 벌어들이는 구조가 아니다.
여기서 디브이홀딩스의 단기차입금 규모가 눈에 띈다. 2024년 말 기준 디브이홀딩스의 단기차입금 총액은 135억원에 달한다. 디브이홀딩스의 단기차입금은 2021년 54억원 정도에 불과했으나 2022년 112억원 수준으로 뛰어올라 2023년에는 113억원 가까이 늘어났다.
특히 차입 과정에서는 이용익 신흥 회장과 신흥이 적극 나섰다. 135억원 중 약 50억원에 대해 이 회장이, 20억원에 대해 신흥이 연대보증을 섰다. 모두 담보로 각자가 소유한 신흥 주식을 제공했다. 때문에 오너 일가의 승계 작업에 회사 자산이 동원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디브이홀딩스도 계열사 디브이몰과 함께 자체 보유한 신흥 주식을 32억원 채무에 대한 담보로 제공하고 있다.
한 변호사는 "(상장사인 신흥이) 자산도, 자금 여력도 안 되는 회사가 돈을 빌리는 데 보증을 서줬다면 그것 자체로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짚었다. 기업 대주주 일가의 계열사 간 거래를 엄격히 들여다보는 금융감독원(금감원) 등의 감독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보증 및 담보 제공 이유에 대해 신흥은 "답변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은행 차입금은 곧바로 신흥 지분 확보에 투입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 시기 디브이홀딩스는 '기타 특수관계자'이자, 신흥의 계열사인 신흥디브이캐피탈(현 서울대부)에 대규모 자금을 대여하고 다시 회수한다. 현금이 부족한 디브이홀딩스가 은행에서 돈을 빌려 대부업체인 신흥디브이캐피탈에 다시 빌려준 셈이다.
디브이홀딩스는 2022년부터 매년 수십억원대 자금을 신흥디브이캐피탈에 빌려줬다가 회수하는 패턴을 반복했다. 2024년에도 95억원 규모의 대여금을 연내 모두 회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여와 회수의 과정을 거치면서 재무제표상 현금 유입과 유출이 상쇄됐다. 한 변호사는 "현금 흐름이 발생하기 때문에 외형상 사업으로 벌어들인 것처럼 보일 수 있다"면서도 "실질적으로는 자금이 내부에서 돌기만 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향후 디브이홀딩스와 신흥이 합병하거나 지주사 체제로 전환해 승계 작업을 완료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디브이홀딩스의 재무구조가 취약하기 때문에 합병 비율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회계사는 "상장사인 신흥의 지분 매입 과정에 특수관계자와 은행 차입이 얽혀 있는 만큼, 향후 승계 과정이 신흥 본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신흥이 디브이홀딩스의 부채를 떠안는 구조가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