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최근 금값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가운데 금 시장은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투자수요가 확대되고 있다. 국내에선 은행 골드뱅킹 잔액이 1조2367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찍었고 골드바 판매도 급증했다. 시장은 완만한 금리 인하 기대, 지정학 리스크를 상승 동력으로 보면서도 달러·PCE 물가 등 변수에 따라 단기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계한다.
25일 오전 9시 10분 기준 한국거래소(KRX) 금 시장에서 순금(99.99%) 1그램 시세는 17만7990원으로 전날(17만7960원) 대비 30원(0.02%) 오른 수치다. 한 돈(3.75g) 가격으로는 66만7200원이다.
글로벌 금값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완화 기대로 실질금리 하락 압력이 유지되고, 러·우 전선과 중동 불확실성 같은 지정학 변수가 겹치며 사상 최고가 부근에서 버티고 있다.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거래되는 금 선물 12월물은 트로이온스당 3795.90달러에 마감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는 올해 들어 42.22% 오른 수치다. 전날 국내 금 현물 가격도 g당 17만7960원을 기록하며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다만, 최근 금값은 랠리에 이은 피로감에 달러 강세까지 작용해 4거래일 만에 하락세를 기록했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12월 인도분 금 선물 가격은 전일 대비 47.60달러(1.24%) 내린 온스당 3768.10달러에 마감했다.
금값 랠리의 배경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완화 기대와 지정학 리스크가 자리한다. 실질금리 하락 압력 속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선과 중동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안전자산 선호를 자극한 것이다. 그러나 제롬 파월 의장이 인플레이션 재가속 가능성을 경고하며 금리 인하 속도 조절 의지를 보이자 단기 조정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그는 인플레이션 재가속 가능성을 우려했다. 최근 연준 인사들의 매파적 발언 역시 추가 인하 기대를 되돌렸다.
블루라인퓨처스의 필립 스트리블 수석 시장전략가는 "금은 여전히 전날 연준에서 나온 발언과 러시아 관련 지정학적 긴장을 소화하는 과정에 있다"며 "향후 발표될 경제 지표를 앞두고 다소 신중한 분위기"라고 해석했다.
국제 금값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가운데 국내 골드뱅킹 잔액은 처음으로 1조2000억원을 넘어섰다. 금융권에 따르면 5대은행 중 국내 시중은행 3곳(KB국민·신한·우리)의 골드뱅킹 잔액은 지난 11일 기준 1조2367억원으로 집계됐다. 골드뱅킹 잔액은 올 들어서만 약 4545억원이 새로 유입됐고, 지난해 8월 말(6667억원)과 비교하면 85% 급증했다.
골드바 판매량도 늘고 있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골드바 판매액은 이달 들어 11일까지 373억1700만원을 기록했다. 올해 누적 판매액은 약 3628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판매액(1654억원)의 두 배를 넘어섰다.

시장에선 금 가격이 단기 고점에 진입했다는 진단도 나온다. 국내 전문가들은 금값이 단기간에 급등한 만큼 수익률이 둔화할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김유민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24일 보고서를 통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와 달러 약세로 금에 수급이 유입된 가운데 지정학적 불확실성으로 안전자산 수요가 확대한 영향"이라며 "금은 이익을 창출하지 않는 상품이기 때문에 유동성이 더 중요하다. 2023년말 대비 통화량(M2)이 7% 확대한 사이 금 가격은 77% 오르면서 금 가격은 통화량(M2)에 비해 과도하게 오른 상황이다. 금 가격이 단기간에 급등한 만큼 수익률이 둔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반면 당분간 금값은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최예찬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역사적으로 금의 주요 상승 사이클을 살펴보면 평균 24개월간 약 200% 가까운 상승률을 보였다"며 "현재의 금 랠리가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시작됐다고 본다면, 중앙은행의 기조 변화가 없는 한 내년 말까지 상승 흐름이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도이치뱅크는 내년 금 가격이 트로이온스당 40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골드만삭스 역시 연준의 독립성이 훼손될 경우 최대 500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관측했다.
은행권은 고점 부근에서 투자 위험이 커지는 만큼 신중한 접근을 권고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 가격은 사상 최고가 언저리에선 변동성이 크다"며 "환율·수수료를 감안해 목표 비중을 정하고 분할 매수·헤지를 병행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