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리 내려도 치솟는 원·달러 환율…한은, 기준금리 '동결'할까
  • 김태환 기자
  • 입력: 2025.09.24 11:08 / 수정: 2025.09.24 11:09
원·달러 환율 1390원선 등락…부동산 가격도 변수
실물경기 보면 기준금리 내려야하지만…동결로 선회 전망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에 육박하면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결정도 인화에서 동결로 선회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뉴시스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에 육박하면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결정도 인화에서 동결로 선회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뉴시스

[더팩트 | 김태환 기자] 미국 기준금리 인하에도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에 육박하면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결정도 인하에서 동결로 선회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실물경기만 놓고 본다면 기준금리 인하가 필요하지만, 한미 금리차 확대와 부동산 가격 상승 등의 문제를 부추길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기준금리를 유지하면서 실물경기를 부양하려면 기업들에게 실질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재정정책이나 제도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2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이날 오전 10시30분 기준 1394.90원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지난 7월 1일 1350원대였던 것과 비교해 2개월새 40원 가량 오른 것이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하했음에도 원달러 환율은 상승세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지난 17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치고 기준금리를 25bp(0.25%포인트) 인하해 4.00~4.25%로 조정한다고 발표했다.

원달러 환율 상승은 크게 △한·미 금리차 확대 △관세 부과로 인한 불확실성 △글로벌 달러 강세 요인 등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2.50% 수준에 머물고 있지만 미국은 여전히 4%대 금리를 유지하고 있다. 이로 인해 글로벌 자금이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며 미국 달러 투자로 자금이 이동하고, 이렇게 되면 원화에 대한 수요가 줄면서 환율 약세 압력이 발생하게 된다.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 대한 불확실성이 증가하는 것도 환율 상승을 부추기는 원인이다. 한국의 주력 산업인 자동차, 반도체 분야에서 수출 증가세가 둔화될 것으로 전망될 경우, 달러 유입이 줄어들어 외환시장에서 원화 가치가 떨어지게 된다.

이와 더불어 연준이 비록 0.25%p 기준금리를 인하했지만, 0.50%p 이상의 '빅컷'을 추진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완전히 완화적 기조로 돌아서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실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관련 기자회견에서 이번 금리인하가 "위험 관리 차원의 인하(a risk management cut)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완화적 기조로 전환하기보다는 향후 대응을 위한 '보험적 조치'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원·달러 환율 상승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결정에 제동을 걸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의 경우 실물경기 악화로 인해 기준금리 인하를 통한 경기 부양이 필요한 시점이지만, 금리 인하시 원·달러 환율은 더욱 상승하게 된다.

IMF는 '2025년 한국-IMF 연례협의 결과'에서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9%로 전망했다. 지난 7월 29일 세계경제전망에서 발표한 전망치(0.8%)보다는 0.1%p 상향조정했지만, 여전히 1%대 미만의 성장을 예상한 것이다. 내년 성장률은 지난번 전망치와 같은 1.8%를 제시하면서 2% 이하로 내다봤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9월 소비자심리지수(CCSI) 역시 110.1로 8월(111.4)보다 1.3포인트(P) 하락했다. CCSI지수는 지난해 12월 12.5P 급락한 이후 올해 4∼8월 5개월째 상승세를 유지했지만, 9월 반락했다.

환율과 더불어 기준금리 인하를 막는 요인은 부동산 가격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8월 전국 주택가격 조사 결과 서울의 주택종합(아파트·연립주택·단독주택 포함) 매매가격지수는 전월(7월) 대비 0.45% 상승했다.

이렇다보니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하보다는 동결로 선회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실제 황건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은 전날인 23일 기자간담회에서 "지금 당장 금리를 결정하라면 개인적으로는 금융안정에 더 초점을 두고 싶다"고 밝혔다.

황건일 위원은 집값과 가계대출 추세, 한국과 미국의 금리차가 기준금리 결정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 위원은 "가계부채와 집값이 잡혀야 금리를 낮추는 건 아니고, 추세가 중요하다"면서 "적정한 수준에서 유지가 되고 안정적인 추세로 가느냐 아니면 급격해지느냐가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 금리차와 관련해서 황 위원은 "개인적으로 내외금리차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면서 "국제금융 업무를 했었기 때문에 다른 위원들보다 민감하게 보고 있고, 점차 줄여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금리인하가 실질적으로 어렵다면 정책적인 공조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양준모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금리 인하를 통해 유동성이 풀리게 되면 최근 상황에선 부동산 중심으로 유동성이 풀리는데, 이럴 경우 경기는 안좋은데 자산시장(부동산, 주식)만 상승하게 된다"면서 "최근 정부가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뿌리는데 실질적인 큰 도움이 되는지는 미지수다. 기업에 활력을 올리는 제도나 정책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kimthi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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