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조성은 기자]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에서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와 일라이 릴리의 '마운자로'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주사제 시장에서 맞붙은 두 약물은 이제 경구용 치료제와 심혈관 효능까지 경쟁 범위를 넓히며 글로벌 제약업계의 판도를 흔들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위고비는 지난해 10월 국내 출시 이후 '비만치료제 돌풍'을 일으켰다.출시 첫해 600억원 매출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는 2130억원을 올려 누적 매출 2700억원을 넘어섰다. 지난달 출시된 마운자로는 출시 10일 만에 1만8000여 건이 처방돼 위고비 초기 성적을 뛰어넘었다. 특히 임상시험에서 체중 감소 효과가 위고비보다 크다는 점을 내세워 위고비를 빠르게 쫓고 있다. 위고비 또한 용량별 최대 40% 가격을 내리고 종근당과 손잡고 영업망을 확장하는 등의 전략으로 시장 수성에 나선 상태다.
글로벌 무대에서 두 회사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두 회사는 각각 경구용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비만치료제 개발에서도 속도를 내고 있다. 릴리의 '오포글리프론'은 연내 미국 식품의약국(FDA) 신속 승인이 점쳐지고 있으며, 노보 노디스크의 경구용 위고비도 임상 3상에서 평균 16.6% 체중 감소 효과를 입증했다. FDA 심사 결과는 연내 나올 전망이다.
효능 경쟁도 심화되고 있다. 마운자로가 빠른 체중 감량으로 주목받는 반면, 위고비는 심혈관 보호 효과에서 우위를 드러내고 있다. 최근 유럽심장학회에서 발표된 리얼월드 데이터(관찰연구)에 따르면 위고비 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는 마운자로 성분인 터제파타이드 대비 주요 심혈관 사건 위험을 최대 57% 낮췄다.
글로벌 제약업계의 경쟁 구도는 비만 치료제를 축으로 재편되고 있다. 화이자가 최근 미국 바이오 기업 멧세라를 최대 73억달러에 인수하며 시장에 뛰어든 것이 대표적이다. 멧세라는 한국 디앤디파마텍으로부터 경구용 비만 치료제 기술을 도입한 기업이다. 한미약품도 최근 유럽당뇨병학회에서 근육증가를 실현하는 비만치료제의 비임상(동물) 연구 결과를 발표하며 주목받았다.
업계 관계자는 "양사의 경쟁으로 시장이 더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단순한 점유율 다툼을 넘어 비만 치료 패러다임 자체를 바꾼 것"이라며 "국내 기업들도 글로벌 무대에서 입지를 확보하려면 단순 모방을 넘어 효능이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