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윤정원 기자] 태광산업이 애경산업 인수전에 뛰어든 가운데, 태광산업의 '황제주'로의 복귀에 귀추가 주목된다. 인수합병(M&A) 및 신사업 확대와 더불어 이호진 태광그룹 전 회장의 경영 복귀까지 순조롭게 이뤄지면 황제주 탈환은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 관측이다.
◆ 바야흐로 '황제주' 시대…태광산업, 왕좌 탈환 가능성은
지난해 3분기까지 시장에서 주가 100만원을 넘는 황제주는 전멸되다시피 했다. 다시금 왕좌에 불을 지핀 것은 삼성바이오로직스였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8월 27일 장중 100만원 선에 입성한 뒤, 이후 90~100만원을 오갔다. 올해 9월 4일 이후로는 100만원 기준점은 놓치지 않는 모습이다.
올해 들어 증시가 활황 국면을 맞이하면서 다른 기업들도 황제주 반열에 오르기 시작했다. 5월 12일에는 불닭볶음면 등 K-푸드 열풍에 힘입어 삼양식품이 왕좌 자리에 물꼬를 텄다. 삼양식품은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인기를 업고 '면비디아(라면+엔비디아)'라는 별칭까지 달게 됐다. 현재 삼양식품은 코스피 내에서도 범접 불가한 최고가(19일 오후 1시 30분 기준 155만1000원)를 기록 중이다.
이어 황제주 자리에 앉은 것은 효성중공업(7월 14일)이다. 효성중공업은 인공지능(AI) 수요 증가에 따른 전력기기 업황 호조 기대감에 힘입어 꾸준히 우상향 곡선을 그려왔다. 이달 12일에는 144만9000원까지 치솟으며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7월 31일 장중 103만5000원을 터치했고, 현재 90만~100만원 사이를 오가는 추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분쟁 등 지정학적 위기속 글로벌 방산 수요가 늘어나면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결과다.
여타 기업들이 해외수출 호조나 실적 개선에 기반해 주가 상승세를 보인 반면, 고려아연은 경영권 분쟁으로 인해 이달 12일 황제주 자리에 올랐다. 고려아연은 지난 2024년 9월 13일 영풍이 고려아연의 주식에 대해 공개매수신고서를 공시한 것을 시작으로 1년째 영풍·MBK파트너스와 분쟁을 지속하고 있다. 현 주가는 90~100만원 선에서 등락 중이다.

◆ 태광산업, 애경산업 우협대상자 선정…연내 본계약 목표
5곳이 황제주를 지나는 가운데 태광산업도 왕좌 탈환 기회를 엿보고 있다. 태광산업이 애경산업 인수에 나선 점도 시장의 기대감을 고조시키는 요인이다. 애경그룹의 지주회사인 AK홀딩스는 지난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애경산업 경영권(지분율 63.4%)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태광산업 컨소시엄을 선정하고, 주식매매계약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태광산업과 티투프라이빗에쿼티(PE), 유안타인베스트먼트로 구성된 컨소시엄은 연내 본계약 체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앞으로 인수기업 실사와 주식매매계약서 작성, 대금 지급 등의 절차가 남아있다. 다만 태광산업 측에서는 "아직 구체적인 진행 일정이 잡힌 단계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앞서 태광산업이 공언한 '투자 로드맵'도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자아내는 대목이다. 지난 7월 1일 태광산업은 내년까지 화장품·에너지·부동산개발 관련 기업의 인수와 설립을 위해 1조5000억원가량을 투자할 방침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투자계획이 예정대로 실행되면 올해에만 1조원가량을 집행하는 구조다. 태광산업은 로드맵 발표 직후 정인철 태광산업 부사장이 진두지휘하는 미래사업추진실도 신설한 상태다.
태광산업은 오는 10월 1일에는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정관 일부 변경을 통해 사업 목적도 대폭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주주총회소집공고에 따르면 바뀌는 정관에는 △부동산 개발 및 시행·분양업 △호텔·리조트 등 숙박시설 개발·운영·임대업 △해외 건설공사 및 개발사업 △금융·투자업 △블록체인 기반 소프트웨어 개발 및 암호화자산 매매·중개업 등 14개 신규 사업 목적이 포함될 예정이다.
◆ 이호진 복귀 언제쯤?…주주들 "책임경영 나서야"
태광산업이 보폭을 넓히는 가운데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의 경영 복귀설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이 전 회장은 지난 2011년 421억원을 횡령하고 법인세 9억3000여만원을 포탈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후 2019년 6월 징역 3년형을 확정받았다. 2021년 10월 만기 출소했으며, 2023년 8월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복권됐다.
현재 이 전 회장은 건강상의 이유 등으로 태광산업 비상근 고문으로 있다. 비정기적으로 회사에 출근하며 주요 성장 동력 확보와 신사업 진출 등에 있어서는 자문 역할을 수행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일 이 전 회장의 복귀가 앞당겨진다면 태광그룹 창업주인 고(故) 이임용 회장 때부터 이어져 온 태광의 M&A 추진 동력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현재 태광산업 2대주주인 트러스톤자산운용과 소액주주들 역시 이 전 회장이 정식 복귀할 것을 고대하고 있다.
태광산업의 2대주주로 주주행동을 벌이는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이 전 회장이 이사회에 복귀해 책임경영에 나서야 한다"고 주창했다. 다만 태광산업 측에서는 경영 복귀 시기 등에 대해서는 확정된 일정이 없다는 입장이다.
한편, 19일 오후 1시 30분 기준 태광산업은 89만6000원을 기록하고 있다. 주가는 지난 7월 11일에는 129만2000원까지 뛰기도 했으나, 올해 9월 1일에는 84만4000원까지 고꾸라지는 등 아직 기지개를 켜지 못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