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 | 문은혜 기자] 인천공항 면세점이 격랑 속에 빠져들고 있다.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다고 판단한 신라면세점이 끝내 철수를 결정했고 신세계면세점도 발을 뺄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들의 빈자리를 중국 국유 면세점인 중국면세점그룹(CDFG)이 채울 수 있다는 전망까지 제기되면서 'K-면세' 경쟁력 약화에 대한 우려가 터져나오고 있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그간 인천공항과 임대료 인하를 놓고 갈등을 벌여온 신라면세점이 결국 향수·화장품 등을 판매하는 DF1 구역 사업권을 반납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2023년 사업권을 낙찰받은 지 2년 만이다.
면세점 철수로 약 1900억원의 위약금이 발생함에도 이같은 결정을 내린 배경에는 매월 쌓이는 수십억원의 적자가 자리잡고 있다. 신라면세점은 매월 300억원 가량의 임대료를 인천공항에 지불하면서 60억~80억원의 적자를 봐온 것으로 알려졌다.
신라면세점 관계자는 "인천공항에서 영업을 지속하기에는 손실이 너무 큰 상황"이라며 "회사는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기업 및 주주가치 제고가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부득이하게 인천공항 면세점 DF1권역 사업권을 반납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현재 인천공항 임대료는 공항 이용객 수에 임대료가 연동되는 방식으로, 면세점이 입찰 때 제시한 여객 1인당 수수료에 인천공항 여객 수를 곱해 임대료가 결정된다.
신라면세점은 지난 2023년 인천공항 제1·2여객터미널 출국장 면세점 공개입찰 당시 공사가 제시한 최저 수용액보다 높은 가격으로 사업권을 따냈으나 이후 공항 이용객들의 쇼핑 패턴이 바뀌고 중국인 관광객 수요가 줄어들면서 매출에 타격을 입기 시작했다. 공항 이용객 숫자는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한 반면 면세점을 이용하는 수가 감소하면서 매출 대비 임대료 부담이 커지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에 신라면세점은 지난 5월 인천공항공사를 상대로 임대료 인하 민사조정을 신청했고 인천지방법원은 객당 임대료를 기존 8987원에서 25% 낮춘 6717원으로 조정하라는 강제조정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인천공항공사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결국 면세점 철수라는 카드를 꺼내들게 됐다.
신라면세점과 같은 권역에서 영업 중인 신세계면세점 또한 법원에 임대료 조정을 신청했다. 이에 법원은 인천공항공사가 신세계면세점 객당 임대료를 9020원에서 6568원으로 27% 인하하라는 강제조정 결정을 내렸으나 이 역시 공사의 이의신청으로 무효화됐다. 신라면세점이 결국 인천공항 철수를 결정한 가운데 신세계면세점 측도 "철수를 포함한 다양한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이 모두 철수하게 될 경우 인천공항은 이들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면세점 재입찰에 나서게 될 전망이다. 다만 사업권을 포기한 업체들의은 재입찰 참여가 어렵기 때문에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면세점 후보는 한정적인 상황이다. 현재는 국내 면세업계 1위인 롯데면세점과 중국 국유 면세점인 중국면세점그룹(CDFG)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 가운데 업계가 주목하는 것은 CDFG다. CDFG는 이미 지난 2023년 인천공항 입찰에 참여한 이력이 있다. 당시에는 고배를 마셨지만 국내 면세점 철수로 입찰가격 하락 가능성이 큰 기회 앞에서 다시 도전장을 낼 수 있다는 관측이 유력하다.
문제는 중국 면세점이 인천공항을 시작으로 시내 면세점까지 진출한다면 중국 관광객들과 보따리상(따이공) 수요를 흡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장기적으로 국내 면세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중국인 관광객들의 면세 수요가 많은 상황에서 국내 면세 시장에 CDFG가 진출하면 경쟁 주도권이 흔들릴 수 있다"며 "또한 우리나라 대표 공항인 인천공항에 중국 국유 면세점이 자리잡는 것도 부담"이라고 지적했다.